2024.01.17 19:58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 이만구(李滿九)
세상에 꽃들이 많이 있듯이
사랑도 서로 다른 형태로 피고 지더이다
아직, 보지 못한 미지의 꽃도 있듯이
더러는 잊고 살아온
가슴에 묻힌 사랑도 있더이다
세월이 가도 오래 남은 사랑은
황혼이 지는 서늘한 저녁,
진종일 햇볕에 달구어진 호수의 온기처럼
그리 더디 차오르더이다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시절 따라 핀 꽃이 진 후에
씨알로 맺어지듯
해저의 침묵 속에서 알알이 맺힌 진주처럼
가슴속 깊이 새겨지더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먼 후일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다가와
꽃향기로 피어오르는
그런 사랑은 세월 속에서 더디 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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