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4 10:30
여창의 달빛아래 - 이만구(李滿九)
휘영청 밝은 달도 쉬어 넘는다던
고릿적에 부르던 다리실 고개
고향으로 가는 밤, 고즈넉한 황톳길 따라
그 자리, 꿈결에서 스치는 듯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피어있고
산길 가로수 한잎 두잎 낙엽 지는 계절
재 넘어 고봉산 산사 재실
풍경소리 은은하게 들려온다
방죽물 위에 떠있는 산 그림자
한가위 추석 명절 때쯤이면,
먼 데서 보고픈 사람 무슨 소식 있으려나
저 달 속의 그리운 얼굴들....
차창에 스치는 밤공기 싸늘하다
흙먼지 이는 시외버스라도 올 적이면,
학수고대하시던 안골 노인들...
하던 일 멈추고 잠시 일어나 서서
덜걱 다리 정류장 한참 바라다보았지
예전에 차례상 메고 함께 성묘 가던
다리실 산길, 여창의 달빛아래
긴 하루의 옛 기억들 깃발처럼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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