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 17:59
내 넋은 고향 언덕에 - 이만구(李滿九)
노랗게 익어가는 탱자나무 울타리 낀
길섶에는 풀벌레 소리 가득합니다
밤하늘 달빛 아래 그리움 젖어드는
가을의 쓸쓸한 고독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고픈 옛 고향 산천 아련히 떠오르는 밤입니다
이제, 낯선 타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두고 온 고향의 세월보다 더 길어져 갑니다
가슴에 묻어둔 사랑하는 먼 곳의 사람들을
삶의 뒷전으로 미루며 살아온 나날들....
못내 아쉬워하는 밤입니다
은하수 건너 작은 별나라에 계실 법한
보고픈 어머님의 얼굴 그리며
어릴 적,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맏형의 그 못다 한 동심도 헤아려 봅니다
찬 바람 이는 창공에는 이름 모를 별 하나
막 길을 나서는 듯합니다
고향에 가고픈 생각으로 곤한 잠 청하여 봅니다
그리고 나의 넋은 꿈속 고향 언덕에
따스한 햇살로 머무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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