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56
전체:
249,565

이달의 작가

아침 둘레길

2023.06.14 16:00

Noeul 조회 수:62

아침 둘레길 - 이만구(李滿九)

하루를 다짐하고 선잠 깬 사람들
앞 서거니 달리며 멀어져 가는 산책로
뿌옇게 이슬 내려 풀잎에 맺혀있다

꿈이 숭숭해서 연무가 낀 건지
지팡이 짚고 펭귄처럼 절뚝거리며
낯선 이국 동네 한 바퀴 걷고
돌아오시던 울 아버지 생각이 난다

혹시라도 고향에 못 가고 죽거들랑
양지바른 저 뜨락에 묻어달라던
큰 나무 그루터기 하나 있던 곳

아침 둘레길,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새로 심은 단풍나무와 고목 그루터기
서로 어우러진 이슬 젖은 정원,
안갯속에 피어오르는 하얀 그림자

흔들의자에 걸터앉은 울 아버지가
웃음꽃을 핀 하회탈의 표정으로
오늘 하루 잘 갔다 오라 손짓하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 여름 원두막 Noeul 2023.07.22 93
40 국제전화 Noeul 2023.09.21 135
39 아내의 간장게장 Noeul 2023.10.01 75
38 타인의 해후 Noeul 2023.10.22 59
37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3
36 밤과 낮 Noeul 2023.11.23 58
35 망향 Noeul 2023.11.24 122
34 귀로의 밤 Noeul 2023.12.03 69
33 마지막 생일처럼 Noeul 2023.12.06 105
32 겨울밤 풍경 Noeul 2023.12.09 103
31 겨울비 우산 속 Noeul 2023.12.23 103
30 길은 멀어도 Noeul 2023.12.27 62
29 꽃그늘 Noeul 2023.12.29 62
28 고향에 눈은 내리고 Noeul 2023.12.31 63
27 아카시아 꽃길 Noeul 2024.01.02 60
26 밥상 Noeul 2024.01.10 57
25 좁은 길 Noeul 2024.01.13 82
24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Noeul 2024.01.17 59
23 마음속 줄금 Noeul 2024.01.18 49
22 빛바랜 작은 수첩 Noeul 2024.01.20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