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21
전체:
248,204

이달의 작가

밥상

2024.01.10 17:58

Noeul 조회 수:54

밥상 - 이만구(李滿九)

  나보다는 열 살쯤 어린 내 어머니가 멀리서 환히 웃음 짓고 걸어온다

  평상 위에 잠든 날 흔들어 깨운다 

  그때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여남은 살 철부지 동생들 챙기며 울 밑 애호박을 따서 찌개 끓이고 황세기 젖 쪄서 저녁상 차린다

  산 위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노을빛

  난 툇마루에 앉아 옛 모습 살피며 목이 메어와 한 술 밥도 넘길 수 없다 

  어릴 적, 생계란 하나씩 건네주며 타고난 손금이 있어 넌 좋을 거라던 될수록 멀리 떠나가야 명 이을 거라고 앞 내다보시던 속마음 여쭐 수 없다 

  무엇이 그리 급해 먼저 떠난 젊은 내 어머니가 이국땅까지 찾아와 차려준 꿈속의 밥상을 마주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 독방 Noeul 2024.01.20 57
60 빛바랜 작은 수첩 Noeul 2024.01.20 67
59 마음속 줄금 Noeul 2024.01.18 46
58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Noeul 2024.01.17 56
57 좁은 길 Noeul 2024.01.13 79
» 밥상 Noeul 2024.01.10 54
55 아카시아 꽃길 Noeul 2024.01.02 57
54 고향에 눈은 내리고 Noeul 2023.12.31 60
53 꽃그늘 Noeul 2023.12.29 59
52 길은 멀어도 Noeul 2023.12.27 58
51 겨울비 우산 속 Noeul 2023.12.23 100
50 겨울밤 풍경 Noeul 2023.12.09 103
49 마지막 생일처럼 Noeul 2023.12.06 105
48 귀로의 밤 Noeul 2023.12.03 67
47 망향 Noeul 2023.11.24 120
46 밤과 낮 Noeul 2023.11.23 57
45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2
44 또 하나의 계절 Noeul 2023.10.22 57
43 아내의 간장게장 Noeul 2023.10.01 74
42 국제전화 Noeul 2023.09.21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