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돈

2004.09.14 12:59

현숙 조회 수:233 추천:16

우정과 돈

우리의 살아가는 일상의 일들 중에 가장 예민한 부분 중의 하나를 들라고 한다면 그건 어쩌면  돈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이미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가 되어 버려서 더 이상 그것에 관한 얘길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의 삶 가운데는 그것과 관련된 일들이 너무나 자주 일어나서 도저히 그 문제를 외면하고는 살 수가 없이 되어 버렸다.

돈 돈 돈,
얼마나 친구처럼 다정한 것이기도 하고 원수처럼 밉기도 한 것인가.

딸아이가 학교를 다 마친 것도 아닌데 결혼을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
워낙이 여유 없이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는 우리 집 에서는 적당한 직장을  잡아서 제힘으로 모은 돈으로 결혼을 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말로는 자기들의 힘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돈이 없는 걸 뻔히 아는 데 억지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 되었다.
생각 했던 것 보다 솔솔이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고 내 가슴은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정도 모르고 들떠있는 젊은 애들이 철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둘 다 착한 사정도 모르고 들떠있는 젊은 애들이 철이 없어 보이지도 했다. 그래도 둘 다 착한 애들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울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럴 즈음 나의 동생 같은 친구 하나가 어느 날 저녁 나를 불러내었다.
“정말 마음은 이것보다 열배인데 이것밖에 안돼서 미안해요. 엄마가 따로 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 텐데 보태서 쓰세요.”
내가 진한 감동을 먹었다. 감격을 했다 뭐 그런 말을 꼭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병고를 끝내고 이제 새 힘을 얻어 열심히 삶의 터전에서 그의 최선을 다하여 뛰는 모습을 잘 알고 있는 터인데 말하지 않은 친구의 속사정 까지 헤아려 보는 그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어디 요즈음 세상에 흔한 것인가 말이다.

늘 만나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영원히 변치 않을 우정을 간직한 사람들처럼 행동하지만 돈과 관련해서는 어디까지나 그들과 상관없는 일처럼 대해 버리는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사람들은 돈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친구도 아낌없이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돈에 있어서도 초연하고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친구를 가질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이미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에게 그러한 멋진 우정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어머니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아버지가 결혼전 1930년 대쯤 미국에 와서 혼자 공부하며 일을 하고 계실때 정말 힘들게 모은 금쪽같은 돈을 친구를 미국에 불러 공부하게 쓰셨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검소하고 청렴하게 사신분으로 모두들 입을 모았는데 그런일도 누구에게 자랑삼아 말씀하지 않으셨던 모양이었다.

또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정년퇴직을 하시고 줄줄이 있는 자식들의 공부 뒷바라지로 경제적으로 몹시 곤란을 겪으신것을 그때 당시 써 놓은 일기와 어머니와 나눈 편지에서 볼 수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버지와 아주 친하게 지내시던 친구 "P" 선생님에 관한 얘기가 많이도 써 있는 걸 보았다.

친구 "P"선생님은 아버지가 어려울때 마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아버지를 도와 주셨고 늘 그것을 고마워하는 글을 써 놓으셨던 것이다.
수필가라로도 유명하신 "P" 선생님은 아버지와의 우정을 그의 글에도 쓰신것을 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정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은 친구는 없다.
그러나 한사람 한사람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다.
물질은 마음을 따라갈 수 없는 하나의 물질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은 물질을 초월할 수 있고 그리고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우정이 아닌가 싶다.

늘 마음과 마음으로 따뜻하게 교통하는
나의 사랑하는 친구, 미미에게 이글을 주고 싶다.
그냥 "Thank You!" 라고만 말하기에는 내 벅찬 감동의 마음이
모자라는 것 같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우정을 간직한 친구여
늘, 늘 건강하기를…….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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