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강지휴

2012.01.17 05:19

최문항 조회 수:879 추천:42

단편소설
無疆之休 (무강지휴)
                                                                                                                                                            
                                                                                                                최 문 항
  서정암 뒷산 봉우리에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고 계곡에는 눈 녹은 맑은 물이 봄을 재촉하면서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솔잎과 들깨 한 움큼으로 겨울을 보낸 수도승을 찾아 서정암으로 들어섰다.
  “스님! 저 왔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암자 앞 뒤뜰을 둘러봐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잡목이 우거진 골짜기 건너편 넓은 바위에 앉아서 White Horse Lake를 굽어보고 있는 서정 스님이 눈에 들어왔다.

  “스님 긴 겨울을 홀로 보내기 적조하셨지요? 찾아뵙고 싶었어도 눈길이 막혀 못 올라왔습니다.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나야 잘 지내고 있지! 또 어려운 발걸음을 했군그래.”
  두 사람은 뽀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님, 성호 문제를 의논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
  스님은 마음에 짚이는 게 있는지 아무 말도 없이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듯했다.
  “병원에서는 생명보조 장치를 제거하자고 하고, 보영씨는 안된다고 거절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님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은데......”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 -
  “그게 무슨 뜻인지요?”
  “지나간 일도, 오늘 일도, 그리고 다가올 내일 일도, 우리는 알 수 없지 않은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낮춰서 맑게 가지면 욕심이 없어질 것을… 너무 오랜 세월을 견디어 왔군, 이제 다 끝난 일이야! ”
  스님은 성호의 고통을 덜어주기로 결심한 듯이 말했다.
  “보영씨도 이제는 많이 지쳐 있어요, 제가 옆에서 보기가 너무 안됐어요!”
  “다 헛된 것에 너무 집착해서 그런 거지, 이렇게 넓은 바위에 나앉아 향기로운 풀 냄새와 흐르는 맑은 물소리를 음미하면서 명상에 잠겨 있노라면 점과 점으로 이어져가는 이 순간이 찰라 생(生)이고 찰라 멸(滅)일세!”
  “옛 생각에 매달리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는 말씀인가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하는 말씀과 비슷한 것 같은데- 대강 그런 뜻입니까? 스님.”
  “현구 거사! 전에 한국에서 바둑판 만들었던 피나무 같은 것을 구할 수 있을까?”
  “뭣에 쓰시려고 피나무를 찾으시는지요?”
  “자네가 방금 말한 내용이 산상 수훈에 나오는 말씀인데 그 ‘팔 복’을 나무판에 새겨 볼까 하는 생각일세,”
  “산상 수훈이라면? 불경에도 그런 게 있어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내리신 말씀인데 인도 성인 간디도 꽤 열심히 연구했었나 봐, 진리는 서로 통하는 거니까.”
  “스님이 갑자기 성경 말씀을 하니까 좀 이상한데요.”
  “그런 걱정하지 말고 피나무나 댓 장 구해봐, 칼도 잘 먹고, 여백을 다 긁어내려면 바싹 마른 피나무만 한 게 없어, 두툼하고 넓은 것으로 구해 달라고.”
  “L. A 올라가면 한국에 연락해서 찾아보겠습니다.”
  해가 뉘엿거리는 오후에 서정암을 떠났다. 어두워지기 전에 141번 도로까지 내려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지난겨울에 왔을 때는 해가 너무 짧아서 차도까지 내려가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141번 도로에 내려와서도 꼬불꼬불 시골 길을 달리는데 동물들이 차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바람에 혼쭐이 났었다. 윌리엄스까지만 내려오면 40번 프리웨이를 타고 곧장 L. A로 올라오곤 했다.
   몇 달 전에 임업 시험장 연구원으로 있는 친구에게 피나무 몇 장을 부탁해 놓았었는데 민통선 북쪽 깊은 산골짜기에서 300년 묵은 피나무를 찾아냈다고 연락이 왔다. 힘들게 잘라낸 통나무를 잘 말려서 여섯 쪽이나 배편으로 보냈다고 했다. 나는 보현사로 서정 스님께 보내는 편지를 띄웠다.

  -스님 그간 안녕하신지요? 성호 장례는 잘 끝냈습니다. 스님께서 내려오실 것으로 믿고 많은 사람이 기다렸지요. 이제는 보영씨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스님이 부탁하신 피나무는 며칠 안에 롱비치 항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제 친구 말이 스님이 쓰시겠다고 해서 정성을 다해 구했는데 두 달 동안 개울가 흐르는 물속에 묻어뒀다가 소 여물 끓이는 큰 솥에 넣고 푹푹 쪄서 송진을 다 뺀 다음 그늘진 곳에서 천천히 말리고 난 후에 자귀로 잘 다듬어서 보냈답니다. 롱비치 항구에서 통지 오는 대로 찾아가지고 곧바로 올라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L. A에서 현구 올림. -

  롱비치 항구에서 피나무 여섯 쪽을 찾아 트럭에 싣고 곧장 서정암으로 떠났다. 시원하게 열린 40번 프리웨이를 달려 윌리엄스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141번 지방도로가 나왔다. 서정 스님이 백마강이라고 부르는 White Horse Lake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트럭을 세워놓고 우선 피나무 두 쪽을 밧줄로 잘 동여매서 어깨에 짊어졌다.  
  어느덧 붉은 돌산에는 여름 햇볕이 따갑다. L. A에서는 볼 수 없는 쭉쭉 뻗어 올라간 활엽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깊은 산 속을 걷는 것 같았다.  인적이 없는 들판은 풀이 무성하고 들꽃 사이로 나비들이 분주히 꿀을 따고 있었다. 벌써 들풀이 무성하여 전에 다니던 오솔길이 파묻혀버려 길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숲 속을 헤집고 두 시간 정도는 걸어야 돌산 어귀에 도달할 것이다. 스님은 이 붉은 바위산이 세상에서 기(氣)가 가장 세게 올라오는 곳이라고 하면서 하루 속히 이곳으로 들어와서 옛날같이 함께 살자고 하신다.
  성호는 그렇게 허망하게 가 버렸고 진호도 L. A를 벗어나서 신선이 된 것처럼 태연하게 살아가는데 나는 오늘도 뽀얀 먼지가 풀썩거리는 삶의 현장에 그대로 남아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때 그 거리를 맴돌고 있다.

*****
  진호와 나는 온종일 전쟁터 속에서 헤매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성호를 찾아갔다. 병원 응급실 앞에는 많은 흑인, 남미계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낮에 우리와 총부리를 겨누고 마주했던 사람들도 섞여 있을 것 같았다.
  수술실 앞에서 성호 아내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진호를 보자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울기 시작했다. 진호도 보영을 끌어안고 같이 울었다. 나는 그저 슬픈 표정을 짓고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쌍둥이 딸을 둔 엄마 같지 않게 날씬한 몸매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의 슬픈 얼굴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을까? 우리 셋은 아무 말도 않고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슬픔으로 위장한 나의 눈길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숨 막히는 침묵과 나의 시선을 견디다 못한 보영이 입을 열었다.
  “가슴, 배, 머리에 모두 다섯 발이나 맞았데요, 으흐흑.”
  진호가 보영의 손을 끌어당겨 잡아주었다. 수술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성호가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생사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보영만 성호 곁에 남겨놓고 진호와 나는 경찰차와 소방차소리를 들으면서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밤거리로 나왔다. 이제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우리는 병원 주차장 귀퉁이에 우두커니 서서 벌겋게 물 들은 도심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로드니킹이란 흑인 청년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흑인 밀집지역에서부터 백주에 큰길을 달리는 차량에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었다. 억눌리고 빼앗기기만 하던 흑인들의 광란의 축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흑인 불량배들을 앞장세운 검은 그림자가 삽시간에 한인경영 업소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흑인 갱들이 무방비 상태인 한인 업소를 공격하면 불법 체류자, 멕시칸 불량배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약탈자로 돌변했다. 경찰들은 백인 지역만 경비를 강화하고 한인 타운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노도같이 밀려드는 폭력배와 약탈자들을 이제는 우리 힘으로 막아내야만 했다.
  성호가 우지 자동소총을 어깨에 메고 코암 수왓밑 지붕 위로 올라갈 때 진호와 나는 그에게 매달리면서 말렸다. 나중에는 진호가 마치 씨름하듯이 성호에게 매달렸지만 소용없었다.
  “성호야 총 들고 날뛰다가 당한다 너, 제발 올라가지 마!”
  그는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진호와 나를 밀쳐버렸다.
  “이거 빈 총이야, 실탄은 다 빼 버렸다고! 저 새끼들 겁만 한번 딱 주고 내려올게!”
  성호가 자동소총을 들고 지붕 위에 나타나자 철조망에 새까맣게 붙어 있던 들개 같은 멕시칸들이 질겁하고 도망쳤다. 그런데 사고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진호와 나 그리고 대여섯 명의 한인들이 출입구 앞을 막아서서 권총을 들고 달려드는 흑인 갱 차량을 향해 대항하는 사이에 왼쪽 철문이 넘어지면서 굶주린 이리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지붕에서 내려온 성호가 그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겨누는 순간 어느 쪽에서 날아왔는지 여러 발의 총탄이 성호를 명중시켜 그 자리에 쓰러트려 버렸다. 우리가 갖고 있는 실탄을 모두 쏘아대며 무리를 격퇴했지만, 성호는 이미 붉은 피를 토하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널브러진 다음이었다. 성호가 구급차에 실려 나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악에 받쳐서 몽둥이, 쇠갈고리, 깨진 병, 뭐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들고 철문 앞을 막아섰다. 청년단원들이 실탄을 가져오고 주변에 사는 교민들이 음식과 물을 가져왔다.
  밤이 되니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고요했다. 라디오에서는 계속해서 교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총기를 갖고 있는 분은 지금 다운타운으로 나오십시오, 도와주십시오, 실탄이 필요합니다.”
  절규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이제는 쉬어 버린 지 오래되었다. 진호는 기둥에 기대서서 눈을 감았다. 지나온 수년 동안 애리조나주 최남단 노가레스에서부터 뉴멕시코와 텍사스 국경지대인 엘파소까지 수백 마일씩을 성호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달리던 생각이 났다. 밴에 물건을 가득 싣고 멕시코 국경지역 수왓밑을 돌면서 큰돈을 모았다. 진호와 성호는 네 것 내 것의 구분이 없었고 모인 자금을 바탕으로 그들의 젊은 꿈을 L. A 한인 타운 한가운데 우뚝 세워보자고 다짐했었는데 성호를 응급실로 실어 보내고 난 진호에게는 마치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성호 녀석은 이 건물을 완성하고 수많은 업종이 들어와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백화점을 열어놓은 것 같이 기뻐했었는데……. 부모 형제 없이 단신 미국에 건너와서 맨주먹으로 이루어 놓았던 아메리칸 드림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현실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한탄하면서 진호는 힘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 시간 정도의 정적을 깨고 픽업트럭 두 대가 서쪽으로부터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시속 80마일이 훨씬 넘는 빠른 속도로 질주해온 그들은 여러 개의 화염 방망이를 우리 쪽을 향해 던졌다. 유리를 깨고 날아 들어온 불덩어리는 삽시간에 점포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불꽃 사이로 수도 없는 멕시칸들이 들이닥쳐 있는 대로 노략질을 해갔다. 우리는 하이에나에게 어린 새끼를 빼앗긴 들소처럼 멍청해진 눈으로 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제는 눈물도 안 나왔다. 우리가 보문동이라고 부르는 L. A 버몬트 거리는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마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하듯이 이곳저곳에서 붉은 화염이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누군가 뒤에서 유창한 영어로 한마디 내뱉었다. “We are finished”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인데 무슨 뜻일까? 갑자기 가발가게 하던 김 선생이 들고 있던 권총을 자기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땅”
  그 소리는 총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참새가 짹짹거리면서 저쪽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미치광이 환쟁이가 물감 통을 흔들거리다가 옆 기둥에 흩뿌린 듯 아름다운 검붉은 무늬가 돌기둥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김 선생이 마치 슬로비디오가 돌아가듯 아주 느린 속도로 옆으로 쓰러져버렸다. 많이 지쳐 있어서 이제 좀 쉬었다가 다시 해 보자는 것 같았다. 우리는 풀썩 주저앉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무도 그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마치 다음은 누구 차례냐고 서로에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진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폐허가 돼버린 코암 수왓밑으로 차를 몰았다. 어느새 피해를 당한 입주 상인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불에 탄 옷가지를 뒤적거리고 깨진 진열장 안을 살펴보면서 혹시라도 건질만한 것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지만 약탈자들이 지나간 자리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 같았다.
  진호 빌딩에 입주했던 사람들은 생계가 막막했다. 신문사와 방송국에 폭동 피해자들을 돕는 손길이 줄을 이었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힘은 되어주지 못했다. 진호가 가입했던 비즈니스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봤다. 부실한 보험회사는 문을 닫고 도망쳐 버리고 난 후였다. 진호는 갑자기 집을 처분하고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해서 자기회사에 적을 두었던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골고루 나눠줬다. 그러던 어느 날 진호는 세도나에 있는 보현사로 들어가 버렸다. 그곳 주지 스님이 기천문 고수여서 엘파소에서 장사할 때부터 간혹 들리곤 했었는데 L. A 생활을 정리하고는 그곳 절로 거처를 옮겨 버렸다. 나는 아는 선배가 매니저로 일하는 베스트 4 푸드라는 슈퍼마켓에 야간 경비로 취직되었다. 진호가 저승으로 떠나가 버린 사람처럼 세도나 깊은 산 속으로 숨어 버리고 난 후부터 보영은 모든 일을 나에게 묻고 의지해왔다. 나는 아무리 간단한 것일지라도 보영이 전화를 걸어오면 만사 젖혀두고 달려가곤 했다.
  성호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어갔다.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료진의 권유를 끝까지 거부하며 매달리던 보영도 이제는 기진맥진해져서 성호의 침상을 아무 표정 없이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서있었다.
  - 성호! 보영과 두 딸은 내게 맡기고 이제 그 고통의 줄을 그만 놔 버리게! - 나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입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보영과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황급히 마켓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오후 두 시부터 열 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경비 일도 요즈음 보영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쫓아다니느라고 이틀씩이나 못 나가서 경고를 받은 터에 오늘도 30분이나 지각을 했다. 무거운 탄띠를 허리에 두르고 주차장에 흩어져 있는 카트를 끌어모으면서 폭동이 일어나기 전 코암 수왓밑에서 일하던 때를 생각했다. 그때는 잡일을 했어도 진호 수행 비서쯤 되는 위치에 있었으니 꽤 보람 있고 자유로웠었는데 캄캄한 밤에 무거운 권총을 차고 어두운 주차장 구석을 응시하면서 경비를 서고 있는 자신이 외롭고 처량했다.
  -항상 내 곁에는 진호가 있었는데......-
  진호는 항상 내 주변을 맴돌면서 진정한 보호자역할을 해 주었는데 지금은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진호를 처음 만난 것이 중학교 때였었다. 그는 어디서 배웠는지 이상한 무술을 하고 있었다. 항상 대나무로 만든 30센티 자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다가 싸움이 나면 그것 하나로 몇 명이라도 당해내곤 했다. 시장 가운데 허름한 판잣집이 그가 먹고 자는 곳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술 도장이었다. 삼촌 집에 얹혀살던 나는 집을 나와 진호를 따라다니면서 먹고 자는 것을 해결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남자 어른만 여섯이었는데 낮에는 어딘가에 흩어져서 일하고 저녁 시간에 도장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수련생들이 돌아가고 도장이 대강 정리되면 우리 둘은 늦은 시간까지 엄격한 정신교육과 개인수련을 받았는데 진호는 몸이 좋고 날렵해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 사범님이 몸이 작고 동작이 굼뜬 나에게는 손기술 보다는 목검을 쥐여 주셨다. 진호와 나는 도장 바닥 청소도 하고 도복 빨래부터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다.
  사범님은 사 대째 내려오는 비범한 무술을 전수받은 분인데 큰 키에 잘 단련된 체격과는 달리 몹시 자상하고 인자하셨다. 주변 상인들은 사범님을 엄 장군이라고 부르면서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의지했다. 늦은 저녁에는 돼지머리 장사 아줌마가 고기도 가져다주고 과일장사, 옷 장사들이 팔다 남은 것을 모아서 가져왔다. 모인 물건들은 정성껏 싸서 어디 보육원엔 가에 보내주곤 했다.
  어느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밤, 진호는 하얀 명주 천을 방바닥에 펴놓고 꿇어앉아 새파랗게 날 선 짹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아주 천천히 자기 손바닥에 X자를 긋고는 내 손을 끌어당겨 X자를 그었다. 우리는 무사라도 된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바닥을 마주 잡고 진호가 조용히 읊조리는 말에 나는 아무 뜻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거렸다.
*****

  밤안개가 자욱한 한밤중에 텅 빈 아파트에 들어서니 오늘따라 어린 시절의 진호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허기진 배에 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현구씨 나 어떻게 해요?”
  “보영씨?”
  “나 좀 도와주세요!”
    저쪽에서는 그녀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만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가 지금 그리로 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보영은 두 딸을 옆집 할머니에게 맡겨놓고 길가까지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구씨, 미안해요, 우리 아빠가 쓰러지셨는데 피닉스에 있는 병원까지 좀~ 정말 부탁할 사람이 현구씨 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 현구씨!”
  우리 둘은 서둘러서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그동안 이런 일 저런 일로 여러 번 만났지만 보영이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서 매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애리조나 주 경계가 보이는 브리더(Blythe)까지 와서 겨우 아침 식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시간을 같이 보낸 우리는 점차 친숙해졌다.
   “보영씨! 우리 전에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
   “글쎄요? 아마 없었을 거예요, 전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갔거든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같아서요.”  
   “그러세요? 그런데 현구씬 왜 혼자 사세요?”
  나는 갑자기 묻는 말에 당황하며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부인은 한국에 계세요?”
  그녀는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다그치듯이 물었다.
   “아- 아니요, 부인 없어요!”
  나는 부인이란 단어가 매우 생소하면서도 그녀가 사용하는 대로 그 단어를 반복했다. 마치 부인이 한국에 있는 데 없다는 듯이 말을 더듬으면서 얼굴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럼 아직 총각이시네!”
  보영은 남미에서 자라나서 매우 개방적이고 적극적일 줄로 생각했었는데 뜻밖에 수줍어하고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보영과 나는 마치 부부인 양 같이 움직였다. 보영 어머니도 나를 새 사위 대하듯 깍듯이 맞아주었다. 병원의 생명연장 보조 장치는 성호가 전에 사용했던 것과 보영 아버지 것이 똑같았다. 앞으로 얼마를 병원에 누워 계실지 아무도 몰랐다. 보영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버린 성호가 생각났는지 병상에 누워있는 아빠를 마구 흔들어대면서 오열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운 우리 둘은 아이들이 걱정돼서 섭섭해 하는 어머니를 남겨놓고 L. A로 올라왔다.
   “보영씨는 어머니를 많이 닮았군요.”
   “네, 다들 언니 동생인 줄 안다고요.”
  그러고 보니 보영은 어릴 때 나를 극진히 돌봐줬던 사촌누이와 눈이 많이 닮아 보였다.
  이 삼 일을 함께 지낸 우리는 많이 가까워졌다. 딸아이들을 데리고 산타모니카 피어에도 나갔다.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본다면 영락없이 사이좋은 부부 같이 보였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보영은 술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면서 일어서는 나의 앞을 막아섰다.
  “현구씬 정말 나빠요~ 왜 내 근처를 맴돌기만 해요?”
  나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마주 앉아 있었다.
  “총각이라고 나 같은 여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건가요?~”
  “보영씨 오늘은 취한 것 같아요, 안에 들어가서 좀 쉬세요!”
  내가 그녀를 침대까지 부축해 주었다. 아주 정신이 없는 것처럼 축 늘어졌던 보영이 내 목을 휘어 감으면서 매달렸다. 나는 겨우 그녀를 떼어놓고 도망치다시피 물러나왔다.
  짙은 안갯속을 더듬으면서 내 아파트와는 정반대 방향인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아무도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던 어린 시절 내 주변을 맴돌면서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보듬어주던 사촌누이가 오늘따라 무척 보고 싶어졌다. 보영에게 나의 진정한 속마음을 전할 방법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기나긴 연민의 밤을 보냈다.
  며칠 동안 아무 연락도 없이 지냈다. 내일은 그녀 집에 들러서 무슨 말이든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야간 경비 근무를 마치고 젖은 솜 같은 몸으로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굴까?―
   “여보세요, 이 현구씨 계신가요?”
  모르는 여자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네, 제가 현구……입니다만.”
   “아, 이제야 연락이 되었군요! 여기 서 보영씨 집입니다. 지금 곧 이곳으로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 났습니까?”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좀...”
  그녀의 이층아파트 밖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섰다. 두 명의 경찰과 서너 명의 소방서원들이 방안 가득히 서서 뭐라고 떠들어 대고 안방 침대에는 보영이 반듯이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한참 경찰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한국여자가 내게로 다가왔다.
   “현구씨 맞죠? 이 여자 알고 있습니까?”
  그녀는 마치 내가 이 사건의 용의자나 되는 것 같은 어조로 다그치듯 물었다.
   “네, 잘 알고 지내는 사입니다 만, 무슨 일입니까?”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미수죠! 그런데 여기 이런 쪽지가 있고 현구씨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연락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디 갔습니까?”
   “옆집 할머니께서 맡아주셨습니다.”
   한국여자가 두 장으로 된 긴 편지를 보여주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편지 내용을 잘 읽을 수가 없었다. 여러 곳에 죽고 싶다는 말이 있고 끝 부분에 현구씨를 좋아하는가 봐요, 라는 글이 보였다. 한국 여자가 무슨 서류를 내밀면서 서명하라고 했다. 그녀는 편지와 서류를 빼앗듯이 낚아채더니 빠른 동작으로 보영을 싣고 어디론지 사라져버렸다. 나는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은 텅 빈 아파트에 우두커니 서서 보영에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용서를 빌고 있었다. 진호가 보내서 왔다는 핑계로 보영을 도와주고 보호해 주면서 주변을 맴돌기만 했지 무슨 결정적인 행동은 꿈도 못 꾸어 본 나의 심약함이 이런 난감한 일로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졸고 서 있는 가로등을 내려다보면서 보영이 돌아오면 용감하게 나의 마음을 고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다음 날 아침 보영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찾아가서 그녀의 가냘픈 손을 잡고 우물쭈물 말했다.
   “미안해요 보영씨, 이제부터는 항상 내가 보영씨 옆을 지켜 줄게요! 언제까지나…….”

  어느덧 서정암으로 올라가는 돌산 입구까지 왔다. 이제부터는 암벽을 타야 하는데 뒷짐이 만만치 않았다. 서정 스님은 늘 이 고비가 기를 흠뻑 받는 곳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절벽에 앞가슴을 바짝 붙이고 천천히 들숨 날숨 박자를 세어가면서 기어오르라고 했다. 바위 사이사이로 돌면서 거의 다 올라왔다. 어깨를 짓눌러오는 무거운 피나무를 풀어서 위쪽으로 밀어 올려놓고 깨어진 바위틈 그늘에 기대앉아 웃옷을 벗었다. 머리 위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얼굴에 돋아나온 땀을 바삭바삭 말라붙게 하였다.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밑으로 백마강의 흰 물결을 시원스레 가르면서 지나가는 모터보트가 가물가물 눈에 들어왔다. 소슬바람이 밑에서 불어 올라왔다. 너무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몸이 나른하고 사르르 눈이 감겼다.
  저쪽 바위 끝에서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다. 혹시 서정 스님이 묵상 중에 소생을 불쌍히 여겨 여기까지 마중 나오시는가? 가까이 다가오는 분은 서정이 아니라 엄 장군, 내 사범님이 아닌가?
   “사범님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내 물음에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선 사내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내게로 달려들었다.
   “네 이놈 내가 어찌 네 사범이냐?”
  자세히 보니 풍채만 엄 사범 모습이지 그의 얼굴에는 나바호 인디언의 붉은 줄이 눈 밑에서 볼을 흘러 입술까지 두 줄로 그어져 있었다. 그는 소봉으로 나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나는 언제 빼들었는지 대봉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가 분명히 위쪽에서 앞발을 직각으로 돌려 나의 명치를 가격했는데 어느새 나는 바위를 걷어차고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친김에 장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다가서는 인디언의 목을 향해 정확하게 꽂았다. 그 큰 덩치가 목에서 붉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내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해 바위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 녀석이 내 머리를 돌로 내려치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깨어났다. 흠뻑 땀에 젖은 목과 얼굴을 손등으로 비비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었다. 붉은 바위는 마치 기술 좋은 석수장이가 켜켜로 잘라놓은 것 같이 똑같은 두께로 길게 갈라져 있었다.    
  나는 피나무를 등에 걸쳐 메고 일어나서 길을 재촉했다. 서정암 앞뜰에 들어선 나는 오래간만에
서정 스님의 아명을 소리쳐 불렀다.
   “진호, 네 이놈! 동무를 이따위로 맞이하기냐? 당장 나와서 내 장검을 받아라.”
  그는 내가 올라오는 기척을 알아챘는지 창호지 바른 다 찌그러진 문을 벌컥 열어 잡고 대답했다.
   “아이고 현구 거사님이 수고가 많소이다. 그렇다고 버릇없이 굴면 쓰나?”
  어느새 암자 앞뜰에 나선 서정의 발끝이 내 턱을 후려쳤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내가 스님 앞에 조용히 무릎 꿇었다.
  서정 스님은 어린아이가 굴렁쇠를 굴리면서 뛰어가는 모습부터 기본 품새를 차곡차곡 그려 넣은 노란색 바가지들을 마루 위에 쫙 펼쳐놓았다. 우리는 차례대로 용, 호, 표, 사, 학, 을 읊어가면서 조각품들에 이름을 지어나갔다.
   “피나무 말입니다! 처음에 친구 말이 그렇게 큰 피나무는 찾기 어려우니까 오동나무를 대신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스님 갖고 있는 바둑판 만든 얘길 해 줬죠. 그랬더니 임업시험장 사람들을 풀어 내가 말한 산골짜기를 샅샅이 뒤져서 결국은 수령 300년이나 된 고사목을 찾아냈다고 했습니다.”
   “고생이 많았겠구먼? 내가 괜히 고집을 부려서 미안하게 됐군그래.”
   “스님, 피나무가 모두 여섯 장인데 두 장은 여기 가져왔고 아직 넉 장은 저 산 밑에 있습니다. 이나마 두 장도 나바호 인디언 놈에게 빼앗길 뻔했다니까요!”
    “그럼 그 네 장은 나와 함께 내려가서 두 장씩 저 나르면 되겠구먼!”
  우리 둘은 옛날 시장통을 돌아다니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산 밑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 내려가서 두 장씩 새끼줄로 잘 묶어 어깨에 메고 암자가 보이는 절벽 앞에까지 왔다.
    “스님, 나바호 인디언을 만나 한판 벌렸던 곳이 바로 저 위쪽입니다. 처음에는 엄 사범님인 줄 알았는데 정작 눈앞에 다가섰을 때는 인상이 험악한 인디언으로 돌변하더라니까요!...”
    “하하 그랬을 거야! 내가 산상 수훈을 새긴다니까 그놈이 방해를 나갔던 모양이구먼, 그래도 녀석이 현구거사 실력을 알아보고 대련을 청해 멋지게 한판 벌렸으면 대접은 잘 해줬구먼 그래!”
    “무슨 인사가 그렇게 사납씁니까?”
    “L.A에서는 더럽고 게으른 흑인들이 자기 터전에 들어와서 단물만 빨아가고 생활은 백인들 바로 뒷동네에 둥지를 틀고 사는 우리를 미워했지만 여기 White Horse Lake 근처에 남아 있는 나바호 인디언들은 옛 조상이 같아서 그런지 생긴 것, 먹는 것, 생활 풍습이 우리와 비슷해서 그런지 통하는 것이 하나둘이 아니야... 자 이제 고달프고 복잡한 L.A 생활은 그만 접어버리고 이곳으로 들어와서 경 스님 모시고 명상과 수련으로 후폐한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보는 게 어떻겠나?”
    “저 같은 무지렁이가 감히 스님을 쫓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보영씨는 누가 보살펴 주구요?”
    “음... 보영이라! 아직 그 인연이 남아 있었군...”
    “벌써 오래전에 성호에게 굳게 약속했거든요, 보영과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고 내게 맡기라고...”
    “그럼 어릴 적 나와의 언약은 어쩔 셈인가? 난 현구를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상길에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나는 붉은 바위에 부서지는 저녁노을을 밟으면서 터벅터벅 산길을 돌아내려 오고 있었다.
  지금쯤 진호는 ‘미래심 불가득’을 가슴 깊이 뇌이면서 거칠어진 손에 나무 뭉치와 줄칼을 힘껏 움켜쥐고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를 두터운 나무판에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새겨 나가면서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있으리라.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White Horse Lake 골짜기에 무강지휴... 무강지휴...무강지휴... 서정의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가 똑딱, 똑딱 나무 다듬는 소리와 함께 멀리멀리 울려 퍼지고 있었다.    (文)



無疆之休 (무강지휴) ―- 조용한 휴식, 끝없는 행복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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