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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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Chuck

       Ode to joy.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장석주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구나

그대와 나

돌아갈 길 가늠하지 않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리고 말았구나

 

구두는 낡고, 차는 끊겨버렸다.

그대 옷자락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데

나는 무책임하게 바라본다, 그대 눈동자만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를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들

어제 와서 어쩌랴

 

우리 인생은 너무 무겁지 않았던가

그 무거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고단하게 날개를 퍼덕였던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 시집『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 갈수 있다면』(세계사, 1998)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지만 인간의 사랑이란 지극히 감상적이어서 불변의 사랑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사랑의 변화는 권태나 사랑의 냉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거나 원리주의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사랑은 지켜내야 마땅한 것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고, 또 그렇게 학습 받아 왔으니까. 그래야 미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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