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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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Chuck

Spencer Johnson, ‘Who Moved My Cheese?’ 

Author, Dies at 78


Spencer Johnson last year.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요약)(스팬서 존슨)


시카고에서

어느 화창한 일요일 밤, 우리는 시카고의 한 레스토랑에서 몇몇 고등학교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다. 세월은 우리 모두를 변하게 했고, 사는 모습들도 제각기 달랐다. 안젤라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인생이란 참 묘해. 학창시절에 내가 꿈꾸었던 세상은 이게 아닌데... 참 많은 것이 변했어." "정말 그래." 네이단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리는 모두 그의 말에 놀랐다. 그는 동창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사업을 하던 친구였다.

졸업 후 우리들 각자는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 취직을 하고,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일을 했지만, 모두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우리 모두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마이클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우리 회사에 큰 변화가 몰아닥쳤을 때, 내가 이 짧고 재미있는 우화를 듣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을 거야." "대체 그 이야기가 뭐야?" 안젤라의 물음에 마이클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2장 이야기

스니프, 스커리, 헴 그리고 허

아주 먼 옛날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이름의 두 마리 생쥐와 헴과 허라는 꼬마 인간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미로 속에서 맛있는 치즈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했고, 풍요로운 생활에 젖어있었다. 생쥐와 꼬마인간은 모든 면에서 서로 달랐지만, 매일 맛있는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 속을 뛰어다닌다는 사실만큼은 공통적이었다.

미로는 많은 복도와 맛 좋은 치즈가 있는 방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나, 어두운 모퉁이와 막다른 길도 있었다. 누구든지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운 곳이었다. 그러나 길을 발견하기만 하면 더없이 훌륭한 삶을 즐길 수 있는 비밀이 숨겨진 곳이기도 했다. 어느 날 그들 모두는 각자 좋아하는 치즈를 치즈창고 C에서 찾게 되었다.

그 후 매일 생쥐와 꼬마인간은 치즈창고 C로 향했으며, 이 일은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뒤 그들의 생활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쥐들은 여전히 아침 일찍 치즈창고로 달려갔으나, 헴과 허는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 천천히 옷을 입고 C창고로 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치즈가 있는 곳과 그곳에 가는 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즈를 발견한 뒤 그들은 편안한 생활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평생 먹고도 남을 만큼 치즈가 많아." 꼬마인간들은 마음놓고 행복과 성공을 즐겼다.

매일 밤 두 사람은 치즈로 배를 가득 채우고 집에 돌아와 쉬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면 치즈를 또 먹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의 자신감은 어느새 오만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기분에 취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반면, 스니프와 스커리는 시간이 흘러도 매일 하던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혹시 어제와 다른 변화가 생겼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창고 주위를 살피고는 치즈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어느 날 아침, 스니프와 스커리가 C창고에 도착했을 때 창고엔 치즈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스니프와 스커리는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치즈의 재고량이 매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언젠가 결국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마리의 생쥐는 주저 없이 새로운 창고를 찾아서 미로 속으로 뛰어나갔다.

사라져버린 치즈

생쥐에게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두 간단했다. C창고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미로를 향해 또다시 눈을 돌렸다. 그들은 신속하게 새 치즈를 찾아 나섰다. 그날 밤 느지막한 시간에 헴과 허는 C창고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치즈가 보이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일어나고 있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던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웬일이야. 치즈가 사라졌어." 헴이 고함쳤다. "치즈가 없다구, 치즈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허망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치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선택

그들은 새로운 사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허는 치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머리만 흔들 따름이었다. 그는 충격으로 얼어붙어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그의 삶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허가 치즈에 걸고 있던 희망은 현재 자신의 삶, 즉 생활의 보장인 동시에 미래의 안정이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담한 통나무집을 짓고 오순도순 살고 싶은 꿈이었다. 헴의 경우엔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는 중요한 인물이 되어 언덕 위에 큰 집을 짓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행복이 한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두 꼬마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해 봤지만,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치즈가 사라진 텅 빈 창고를 여기저기 헤매며, 현실을 확인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두 마리의 생쥐는 다가온 변화를 수용하고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겼지만, 헴과 허는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면서 불평만 해댔다.

헴과 허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스니프와 스커리는 이미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들은 미로 깊숙이 들어가서 치즈가 있을 만한 창고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오직 새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이 그들을 인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마침내 N 치즈창고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어마어마하게 쌓인 치즈덩어리들이 그들의 눈앞에 드러났다. 그들은 너무 좋아 비명을 질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난생 처음 보는 온갖 종류의 치즈가 그들을 반겼다.

반면 헴과 허는 이제 현실적인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배고픔의 강도는 더해갔고 마음에 좌절과 분노가 생겨 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새 치즈를 찾아서 가자." 허가 소리쳤다. "싫어." 헴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이곳이 좋아. 편해. 다른 곳은 몰라. 다른 곳은 위험해. 그리고 난 이제 너무 늙었어. 길을 잃고 헤매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듣자 허의 마음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까지 그를 사로잡고 있던 새 치즈에 대한 희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매일 그들은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창고에 가서 한 조각의 치즈도 발견하지 못한 채 걱정과 좌절에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려고 노력했지만, 날이 갈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신경도 날카로워져서 깊은 잠에 빠지지 못했다. 그들의 집은 더 이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휴식처가 아니었다.

다시 미로 속으로

날이 갈수록 꼬마인간들은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약해져갔다. 허는 사태가 호전되리라는 기대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에 싫증이 났다. 또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불투명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한심했다. 허 역시 미로 속을 다시 달리고 싶지 않았다. 치즈가 어디에 있을지 정확히 알 수도 없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는 그때까지 수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질문을 무시하기로 했다. 두려움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새 치즈를 찾았을 때의 여러 가지 행복을 떠올리기로 했다. "우리 주위의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그대로 있길 원하지. 그게 올바른 삶은 아닐 꺼야. 인생은 변화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게 해야 돼."

허는 쇠약해진 친구를 바라보며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헴은 두려움이 분노로 바뀌어 허가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허는 헴을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미로로 치즈를 찾아 떠나게 되었다. 허는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미로를 응시했다. 어쩌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헴은 아직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하는 어리석은 질문에 빠져있지만, 허는 이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고자 했다. '왜 좀더 일찍 자리를 박차고 나서지 못했을까?'하는 후회를 마음속에 품고서... 그리고 자신이 얼마 전에 썼던 글귀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두려움을 없앤다면 성공의 길은 반드시 열린다.'

두려움의 극복

두려움이 때때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허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두려움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허는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다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달려나갔다.

지난번 미로 속을 다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많은 변화가 보였다. 조금 앞으로 나아갔나 싶으면 막다른 곳이었다. 여기저기 가로놓인 장애물들이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 치즈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허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새 치즈에 대한 기대를 통해 자신을 독려했다. 참고 견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뿐이었다. 안락함이 있으면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치즈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었다. 치즈의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남아있는 치즈는 오래되어 맛이 변해가고 있었다.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치즈는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피어났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도, 허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치즈냄새를 자주 맡아보면, 치즈가 상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마침내 허는 큰 창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규모로 보아 맛있고 싱싱한 치즈가 가득할 것 같았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허의 의욕도 떨어져갔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그를 유혹했다.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헴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나을 것도 같았다.

모험의 즐거움

허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그러자 한편으로 두려움에 짓눌려 있던 자신감이 되살아났다. 그는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였다. 허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영혼을 튼튼하게 만드는 자양분을 발견하고 있었다. 허는 점점 기분이 유쾌해졌다. 그는 깨달았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움직이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는 것을.

허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면서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산더미처럼 쌓인 치즈, 헤엄을 치듯 치즈 속을 누비는 자신의 모습, 상큼한 치즈 향이 코끝에서 느껴졌다. 허는 구체화된 그림을 꼭 실현하고 싶다는 의욕을 되새겼다. 그러자 그 치즈창고를 다음 공간 혹은 다음 통로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솟구쳤다. 허는 깨달았다. '새로운 치즈를 마음속으로 그리면 치즈가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그는 힘을 내어 경쾌하게 미로 속을 달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치즈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치즈 몇 조각이 입구에 있는 것을 보고 허는 흥분했다. 몇 조각의 치즈는 그에게 힘을 주었다. 여러 가지 치즈를 먹고, 그 중 몇 개는 나중을 위해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기대에 부풀어 치즈창고로 들어섰으나, 실망스럽게도 창고는 비어있었다. 누군가 이미 이곳에 와서 새 치즈 몇 조각만 남겨놓고 떠난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엄청난 양의 새 치즈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즈는 부지런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인 거야.' 허는 후회를 접고 벽에다 글을 썼다.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치즈를 찾아서

허는 C창고로 돌아가 헴을 만났다. 그리고는 새 치즈 몇 조각을 주었지만 헴은 거절했다. "나는 새 치즈를 좋아하지 않아. 그건 내가 먹던 치즈가 아니야. 나는 전에 먹던 치즈가 먹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치즈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거야." 허는 실망해서 고개를 흔들며 다시 길을 떠났다.

그는 친구가 그리웠지만, 서로가 가고자 하는 길은 너무도 달랐다. 그는 가능하다면 많은 치즈를 소유하고 싶었지만, 치즈가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점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새 치즈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자신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상황이 상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이 그를 더욱 자유롭게 했다. 불리한 상황보다 그의 마음속에서 알게 모르게 자라난 두려움이 치즈를 찾아가는 길에 장애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오히려 빈 창고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미로 속을 찾아다니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는 이제 미지의 치즈창고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이 전의 그는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했었다. 복도에서 발견한 치즈를 보면, 허겁지겁 배를 채우기에 바빴고, 행여 치즈창고를 찾는다 해도 치즈가 충분치 않다거나 조만간 치즈가 다 떨어져버릴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했었다. 일이 잘 될 수 있다는 것보다는 잘못될 지도 모른다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썼었다.

그러나 C창고를 떠난 후부터는 그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변화는 우리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과거의 사고방식으로는 치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허는 절실하게 깨달았다.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행동을 취하는 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은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이르다는 말처럼 허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달렸다. 변화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계속 불평만 하고, 자신을 구해줄 구세주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상황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굶주림과 패배의식에 젖은 생활이 피곤에 찌든 우리의 일상을 갉아먹기만 할 뿐.....

마침내 허는 자신의 영혼을 쉴 만한 쉼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로 속을 영원히 헤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여행이 끝나버린 것이다. 허는 N창고에서 새 치즈를 발견했다. 창고에 들어서자 허는 눈앞의 현실이 꿈처럼 여겨졌다. 그토록 마음속으로 상상하던 그림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인 치즈더미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치즈에서부터 그가 즐기던 치즈까지 그득히 쌓여있었다. 그 치즈더미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옛 친구 스니프와 스커리였다. 그들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보고 꽤 오래 전에 그들이 이곳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치즈 만세!"

벽에 쓴 글

허는 치즈를 먹으며 그 동안 배운 것을 정리해 보았다. 그가 변화를 두려워했을 때에는 없어져버린 치즈에 집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자신을 변화시켰을까? 허가 자신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웃어넘기기 시작했을 대 비로소 자신도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즉,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줄 아는 것이다.

허는 또한 그의 생쥐 친구들, 스니프와 스커리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들이 사는 방식은 간단했다. 그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거나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다. 상황이 바뀌어 치즈가 없어지면 그들 자신도 변화하여 치즈를 따라갔다.

허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두 친구들의 교훈을 토대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적어보았다. 첫째, 자신의 주변을 간단하고 융통성 있게 유지하며 신속하게 행동하라. 둘째,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두려움으로 자신을 혼동시키지 말라. 셋째,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서 큰 변화가 올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새 치즈의 맛

허는 변화에 대한 감지 속도가 늦을수록 타격이 크다는 사실을, 또 과거에 집착하고 미련을 두는 것은 
또 다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는 과오를 남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으며 자신이 먼저 변하지 않으면 다른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허가 지금까지 느꼈던 대부분의 두려움은 근거 없는 두려움이었고 그가 변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허는 처음에는 변화를 거부했지만, 그 변화는 축복으로 바뀌어 허를 새 치즈가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된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허는 C창고로 돌아가 헴을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헴을 만난다면, 
그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헴은 먼저 자신의 낡은 울타리를 벗어나 
안일한 생활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만 한다. 
그 자신의 인생은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가 없다.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허는 이제 새 창고에 와 있지만,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언제 어느 때 옛날의 비참한 생활로 되돌아가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매일 아침 N창고를 둘러보고 치즈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는 다시는 예상치 못한 변화에 습격을 당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이제 익숙한 것과 남들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편안한 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사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까닭이다.

ps)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믿고 있던 치즈가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교훈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 제록스 수석부사장 존 A. 로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