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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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돌팔매/신석초

2008.03.31 05:58

정문선 조회 수:154 추천:26

돌팔매 - 신석초 - 바다에, 끝없는 물ㅅ결 위으로 내, 돌팔매질을 하다. 허무(虛無)에 쏘는 화살 셈치고서. 돌알은 잠깐 물 연기를 일고, 금빛으로 빛나다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바다에, 끝없는 물결은, 그냥 가마득할 뿐…….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허무적, 시각적 ◆ 표현 : '허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바다 → 대자연이자 '허무'의 표상. * 허무에 쏘는 화살 → 원관념은 '돌'이며, 아무런 소용도 의미도 결과도 없는 행위를 의미함. 바다라는 큰 존재에 대한 인간의 왜소함이 느껴지는 표현임. * 돌알 → '유한한 존재'의 표상이다.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순간성을 상징함. * 내 화살(돌)을 /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 바다의 거대함에 놀라움과 숙연함을 느낌. * 돌팔매질 → 바다를 향한 인간의 항거이다. 삶에 대한 의욕이나 의지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절대 허무라는 우주적 질서에 대해 돌팔매질은 미약한 행동에 불과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돌을 던지는 것이 또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 제재 : 돌팔매질 ◆ 주제 :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허무감.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허무에 대한 도전 ◆ 2연 : 인간 존재의 나약성 ◆ 3연 : 대자연의 거대함에 대한 경이 ◆ 4연 : 인간적 허무감의 증폭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돌팔매'라는 행위를 통해 존재의 순간성과 허무함을 보여주는 시이다. '돌알은 잠깐 / 물 연기를 일고 / 금빛으로 빛나다 /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라고 노래한 제2연은 이런 주제를 형상화하여 보여 준 것이다. '돌'이 물 위에서 파문을 일으키다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모든 존재들은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대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바다'는 허무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대자연을 의미한다. 그리고 '돌팔매'는 대자연 앞에서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의욕이나 의지를 상징하는 말이다. 1연 : 시적 화자가 끝없는, 한없이 넓은 바다 앞에서 돌을 던지고 있다. '허무에 쏘는 화살'이라고 그 돌을 말하고 있다. 즉, 아무런 소용이 없음에도 돌팔매질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바다라는 큰 존재에 대한 한 인간의 왜소함이 느껴진다. 2연 : 내가 던진 돌알은 햇빛 때문에 금빛으로 빛나다가 잠깐 물보라를 일으키며 금세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바다를 향해 인간이 아무리 많은 돌을 던지더라도, 끝없이 도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바다는 꿈쩍하지도 않는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다. 3연 : 시적 화자가 아무리 돌팔매질을 하여도 전혀 요동하지 않는 바다 앞에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하는 물음에서 바다의 거대함을 느끼게 한다. 4연 : 잠잠한 바다 앞에 화자가 서서 바라보고 있다. 멀고 가마득한 바다를 보며 바다라는 큰 존재(대자연)에 도전하는 인간과 그 도전을 하찮게 여기는 바다가 보인다. 대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력감이 느껴진다. ● 더 읽을거리 이 시에 제시된 시적 사건은 너무나 단순하다. 바다에 돌팔매질을 하는 행위와, 바다 위에 잠시 물연기를 일으키고는 금빛으로 자취없이 사라져 가는 돌멩이, 그리고 그 말없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의 화자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 시 속에 담겨진 의미는 자못 심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 시는 바다를 통해서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탐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시에서 바다는 공간적으로 볼 때 무한의 세계 또는 시간적으로 영원한 그 무엇을 표상한다. 그 무한의 바다 앞에 하나의 점으로서 인간이 마주 서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인간이 무한의 세계, 영원한 세계를 향해서 돌팔매질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무슨 뜻을 담고 있는 행위일까? 극히 짧은 순간 바다 위에 물연기를 일으키면서 금빛으로 반짝 빛나다가 사라져 가는 돌멩이 하나, 아마도 그것은 세계 위에 홀로 '내어던져진 자'로서 인간의 모습이 아닐른지. 그리고 까마득한 바다의 물결 위에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돌멩이의 모습은 바로 얼마간 지상 위에 존재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마는 인간의 덧없는 자취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잠깐 물연기를 일고 / 금빛으로 빛나다 /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허무에 쏘는 화살'일 것이 분명하다. 화살이 날아가는 시간, 돌멩이가 사라져 가는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인간의 삶이다. 그러기에 '바다에 끝없는 / 물결 위으로 / 내 돌팔매질을 하다'란 행위는 결국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돌멩이나 화살같이 덧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그 목숨의 살아 있음을 스스로 증거하고 허무와 맞서 이겨내보려는 안타까운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 위의 존재로서 인간의 숙명적 한계성과 허망함, 그리고 고절감에서 벗어나려는 애절한 몸부림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하는 바다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두 번 다시 되풀이될 수 없는 일회적 인생, 그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극명한 인식의 순간에 불현 듯 엄습해 오는 아스라한 절망감과 공포감이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