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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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보리피리/ 한하운

2008.03.31 15:40

정문선 조회 수:158 추천:19

보리 피리 - 한하운 -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ㄹ 닐니리 - 시집 <보리피리>(1955) -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서정적, 회고적, 민요적 ◆ 표현 : ㉠ 각 연 첫 행에 '보리피리'와 끝 행에 '피 ― ㄹ 닐니리'를 규칙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반복 효과와, 두운과 각운에서 오는 음악적인 효과를 동시에 살림. ㉡ 정형률을 살린 민요체, 비유나 상징이 없는 간결하고 평이한 시어의 구사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보리피리 → 시적 자아가 고향과 유년 시절,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임. * 피 ― ㄹ 닐니리 → 비애와 한이 서린 의성어. * 인환 → 인간의 세계 * 인간사 그리워 → 정상인들과의 거리에서 오는 비애와, 정상인이 되고 싶다는 시인의 열망이 드러남. * 방랑의 기산하 → 방랑하며 돌아다닌 산하가 그 몇해뇨? * 눈물의 언덕 → 나병환자로서 겪었던 시인의 숱한 방랑과 한이 스며 있는 표현 방랑생활의 서러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시구. ◆ 주제 : 인생에 대한 향수와 삶의 인고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향에 대한 그리움 ◆ 2연 :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 3연 : 인간사에 대한 그리움 ◆ 4연 : 방랑 생활의 한과 고독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평생을 나병으로 고통받은 시인인 한하운의 시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이 극한적 상황에서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가, 인간의 구원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나병이라는 천형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의지는 적극적이고 전투적이기보다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갖는데, 그것이 그의 시에서 뿜어내는 서정이며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풍의 시인 듯하지만, 실은 천형인 나병으로 일생을 암담하게 살다간 시인의 인간 존재에 대한 절규가 담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천형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청운의 꿈과 연인을 버리고 방랑하면서 한맺힌 생을 살았으며,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 이 시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불던 보리 피리에 대한 추억이 시인을 고향의 언덕으로 이끌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와 지나간 것에 대한 동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에 대한 그리움, 성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리움이다. 인간의 세계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 인간 세계에 대한 편입 욕망을 숱한 방랑의 세월에 묻어두고 눈물짓고 있는 것일까. 천형이라는 나병 환자로서의 비애, 성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 고향과 유년에 대한 그리움, 방랑의 한이 고향의 언덕을 눈물의 언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시 전편에 애잔하게 흐르는 보리 피리 소리는, 방랑 생활의 극도의 애절함과 좌절감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피리를 부는 행위는 천형의 병을 앓고 있는 서정적 자아가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또한 '피 ㄹ 닐니리'는 서정적 자아의 좌절감과 애절함을 피리 소리에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뛰어난 처리라 할 것이다. [시인의 글] "청운의 뜻이 어허, 천형의 문둥이가 되고 보니 지금 내가 바라보는 세계란 오히려 아름답고 한이 많다. 아랑곳없이 다 잊은 듯 산천초목과 인간의 애환이 다시금 아름다워 스스로 나의 통곡이 흐느겨진다. 나를 사로잡는 것, 그것은 울음 속에서 터지는 모든 운율이 나의 노래가 되고 피리가 되어 조국땅 흙 속에 가라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