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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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눈/김수영

2008.03.30 10:09

정문선 조회 수:124 추천:22

눈 - 김수영 -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문학예술>(1957) - 해 설 [ 개관 정리 ] ● 성격 : 의지적, 비판적, 주지적, 상징적, 감각적, 참여적 ● 표현 ㉠ 모든 연에서 첫행을 구체화시키는 내용으로 한 연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음(점층적 전개) ㉡ '눈은 살아있다'와 '기침을 하자'라는 문장의 변형된 되풀이로 이어짐.(시구의 반복과 확대) ㉢ 행동 권유 내지는 명령의 문장이 골격을 형성함. ㉣ 단호하고 남성적인 어조 ㉤ 대칭적 구조, 선명한 이미지 ● 중요 시어 및 시구 * 눈 → 순결한 생명력(영원성, 순수성, 가치성) * 기침 → 불순한 일상성(비굴함, 소시민성, 무가치성) 속되고 지저분한 일상의 삶에서 어쩔 수 없이 엉어리가 져서 품고 있었던 것. * 눈 위에 기침을 하자 → 불순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을 떨쳐 버리자는 단호한 목소리 일상적이고 비굴하며 속물적인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진정한 영혼과 육체를 되찾는 행위. 끝까지 지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고 있었던 양심과 정의를 회복하는 일. * 눈 위에, 눈더러 보라고, 눈을 바라보며 → 눈이 지닌 생명력이 기침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기침을 하되 '눈'을 바라보며, 눈을 향해서, 눈을 의식하고 기침을 하자고 하는 것이다. *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순수하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지닌 사람을 위하여(곧, 눈은 아무에게나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 *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 → 그동안 마음껏 기침을 할 수 없어서 고여있던 더러운 것 어두운 시대 상황에서 내면화되어 버린 부정 의식 · 비양심 따위 젊은 시인을 괴롭히는 어두운 요소 ● 주제 ⇒ 순수한 생명(삶)에의 갈망과 회복 의지 [ 시상의 흐름(짜임) ] ● 1연 : 떨어져 살아있는 눈 (눈이 지닌 생명력) ● 2연 : 눈을 향해 기침을 하자 (순수한 생명력의 회복 의지) ● 3연 :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는 눈 (끈질긴 눈의 생명력) ● 4연 : 눈을 향해 마음껏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자.(순수한 삶의 추구)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시인 김수영은1948년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모더니스트의 일반적 경향인 현대 문명과 도시 생활을 비판적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1959년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냄으로써 문학에 있어 안이한 서정성의 배격과 사회 정의를 위한 시의 현실 참여를 부르짖게 되었다. 김수영은 <눈>이라는 제목의 시를 세 편을 썼다. 두 번째 세 번째의 시는 1961년 1966년에 쓰여졌다. 이 시들의 구성이나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눈'의 이미지만은 세 편을 통해 모두 비슷하다. '눈'으 시인이 접근할 수 없는 대상, 시인을 압도하는 그 무엇이다. 1961년의 시에서 그것은 '무용(無用)한 저항시를 쓰는 시인과 대비되는 민중의 상징체로서의 눈'이며, 1966년의 시에서는 '폐허에 내리는 눈'이다. 1956년의 이 시에서의 눈은 "살아있는 순결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 시는 한마디로 더러움과 허위로 가득 찬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가, 살아 있는 눈처럼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영위하기를 갈망한 작품이다. "젊은 시인에게 눈 위에 대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자"라고 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눈'과 '기침'은 이 작품에서 선명한 대조의 관계를 이룬다. 눈은 희고 순수한 것, 기침은 어떤 괴로움 또는 병적인 것을 암시하는 탁한 것이다. 그러므로 '눈 위에 기침을 하자'는 것은, 지금까지 기침조차 하지 못하고 비굴하게 억눌려 지내온 것을 떨쳐 버리고, 일상적 생활의 굴레 속에서 잃어 버린(더럽혀진) 자신의 진정한 영혼과 육체를 되찾으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눈을 보며 끝까지 살아남는 양심과 가치를 되살려 내기를 갈망한다. 눈이 살아 있는 의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양심의 발현을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시인더러 죽음을 무릅쓴 각오로 시대의 양심을 지켜 가자고 애타게 당부한다. 이 당부는 바로 시인인 자신에게 향한 질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