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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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눈 물/김현승

2008.03.31 05:23

정문선 조회 수:99 추천:20

눈 물 - 김현승 -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시초>(1957) - 해 설 [ 개관 정리 ] ◆ 성격 : 종교적, 명상적, 상징적, 기구적 ◆ 표현 : ㉠ 독백체의 자기 고백 ㉡ 경어체의 어조로 인한 경건한 분위기 ◆ 시어의 함축성 * 눈물 → 가장 순수하고 완전하고 가치있는 생명 *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성서에 바탕을 둔 기독교적 발상임. 땅에 떨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된다는 의미로, 자기 희생의 참된 의미에 대한 일깨움이다. * 흠도 티도 / 금가지 않은 /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 오직 참되고 진실한 것은 눈물뿐임을 의미함. * 나의 가장 나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 내가 가진 가장 최후의 진실 또한 눈물임을 의미함. * 5연 → 인간적 체험의 한계를 깨닫지 않고는 신이 인간에게 주는 섭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삶의 역설적 원리가 내포되어 있음. ◆ 주제 ⇒ 눈물을 통한 경건하고 순결한 삶의 추구 영원한 가치로서의 생명의 순수성 ◆'죽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 ㈎ 정지용 <유리창Ⅰ> ㈏ 김광균 <은수저> ㈐ 백 석 <여승> [ 시상의 흐름(짜임) ] ◆ 1연 : 작은 생명인 눈물 ※ 1연은 성서(聖書)의 알레고리를 차용하고 있다. <마태복음>13장에 나오는 것으로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매 혹 백 배, 혹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가 그것이다. 성서에서 옥토에 떨어진 것은 씨앗이고, 이 씨앗은 결국 열매를 맺게 할 작은 생명이다. 영생적(永生的) 진실을 잉태하는 행위, 그것은 옥토에 작은 생명의 씨를 뿌리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화자는 눈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열매를 맺게 할 작은 씨앗으로 본다. 작은 씨앗(눈물)을 뿌림은 백 배의 열매(진실, 영원, 기독교적 초월 행위)를 위한 자기 극복의 몸짓이다. 이렇게 될 때, 슬픔(눈물)은 절대의 기쁨(눈물)으로 화할 수 있다. 그러기에 눈물의 의미는 단순한 차원에서 보다 초월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 (<보늬의 창>에서 인용) ◆ 2연 : 눈물의 순수성, 완전성 ◆ 3연 : 눈물의 가치 ◆ 4연 : 눈물의 가치 ◆ 5연 : 눈물의 참된 의미(=신의 은총)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눈물>은 시인이 어린 아들을 잃어 버린 슬픔과 아픔을 신에 의지해 기독교의 신앙으로 견디어 내면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세상의 많은 슬픔 가운데 어린 자식을 잃어 버린 그 슬픔만큼 지극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견줄 데 없는 비애의 극한에서 흘리는 눈물을 노래한 시이다. 인간은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거나 극한적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다시 말하면 한계 체험에 의해 가장 값지고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화려한 꽃보다는 열매를 더 값지게 생각하고, 삶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하는 웃음보다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뜻의 눈물의 의미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화자의, 삶에 대한 경건한 태도가 잘 드러나 있는 시이다. 그리하여 그는 역설적으로 눈물이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진 신의 은총이라고 여김으로써 지극한 슬픔을 이겨 내는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기독교적 시 정신이 이룩한 높은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 [ '눈물'의 의미 ] : 김준오, <시론>에서 이 작품의 핵심 이미지로서 '눈물'을 발견하는 일은 용이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눈물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있다. 시인은 눈물이 '옥토에 떨어지는 생명'이라고 함으로써 눈물이 일반적으로 슬픔을 환기한다는 우리의 안이한 생각을 배반한다. 눈물은 생명이며 그것도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순수한 것이다. 즉 이 작품에서 눈물은 순수한 생명이라는 내포를 가졌다. 그것은 시인에게 유일무이한 가치다. 동시에 이 눈물은, 꽃과 열매의 관계가 웃음과 눈물의 관계에 상응하는 이런 관계의 관계를 통하여 영원하고 불변적인 가치가 됨을 시인은 암시한다. 꽃은 아름답지만 쉽게 시들므로 그것은 일시적이고 가변적이다. 마찬가지로 웃음도 일시적이고 가변적이다. 그러나 이와 대립되는 열매와 눈물은 영원하고 불변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영원한 가치로서의 생명의 순수성이다. 시인은 이런 주제를 직접 진술하지 않고 눈물의 핵심 이미지로써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 시인의 말 "굽이쳐 가는 물굽이와 같이" ]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려고 그러한 심정으로 썼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 뿐일 것이다." 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