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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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2008.04.01 01:37

정문선 조회 수:89 추천:20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어머니>(1973) -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교훈적, 희망적 ◆ 표현 : 공통된 구절의 반복을 통해 시적 통일감 획득 순차적인 구성, 각운의 사용 부드러우면서도 설득적인 어조 의인, 은유, 직유, 열거법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어린 시절 그 분 → 앞세대(부모님, 선생님 등) *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 봄의 왕성한 생명력 *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 꿈의 소중한 가치 * 봄은 피어나는 가슴 → 봄은 그만큼 희망적인 시간이라는 점 * 솟는 대지의 눈 → 대지의 생명력을 담은 새싹 *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계승의식 ◆ 주제 : 삶에 대한 강한 애정과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부지런함 ◆ 2연 : 꿈을 가짐 ◆ 3연 : 새로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어린 벗'에게 삶의 지혜와 같은 소중한 교훈을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봄'과 대비시켜 전하고 있다. '부지런 해라', '꿈을 지녀라', '새로워라'라는 시어의 연결은 단지 '봄'이 지니는 속성에 대한 나열이 아닌, 시인의 명징한 의식의 소산이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세대로서 생활인의 덕목인 부지런함을 넘어서 꿈을 가져야 하고 새로워 질 것을 순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서 시인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이 앞 세대로부터 당부 받았으나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기에, 새로운 세대는 자신이 지닌 삶에 대한 의식과 태도와 달리 '꿈'을 지니고 새로워져야 함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바로 시인의 삶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다음 세대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어떤 당부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부가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이야기가 아닐 때는 현학적이기 쉽다. 그러나 이 시인은 자신이 끊임없이 추구해온 삶에 대한 통찰에서 오는 당부를, 자신이 어릴 적에 앞세대가 주었던, 이제 지당한 것으로 판단된 목소리를 빌어 말함으로써 진실을 확보하고 있다. 더욱 그 당부가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고 인간을 뛰어 넘는 존재인 자연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임을 은연중에 개진함으로써 무게를 얻고 있다. 시인 조병화가 추구하는 시세계의 한 줄기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다. 삶을 나그네의 의식과 같은 흐름으로 보기도 하고, 죽음을 향한 긴 여로의 한 구비구비에서 되돌아 볼 때 때로는 아쉽기도 하고 때로는 행운유수(行雲流水)같기도 한 존재로 볼 때도 있다. 이러한 시인의 입장에서 항로에 첫발을 내딛는 '어린 벗'과 만물이 소생하고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봄'을 대비시켜 삶의 지혜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정의 한 표출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애정은 '그분 - 나 - 어린 벗'으로 연결되듯 한 개인의 의식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비록 시인 자신은 삶에 안주하지 못할지라도 그리고 자신의 삶이 그저 흘러가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후대에게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권유하는 것은 삶에 대한 잔잔한 애정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