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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봄/ 이성부

2008.03.31 15:41

정문선 조회 수:430 추천:17

봄 - 이성부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우리들의 양식>(1974)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상징적, 현실참여적, 풍자적, 해학적 ◆ 표현 : 의인화 간절한 기다림의 어조 미래의 상황을 현재형으로 표현 '온다'라는 시구의 반복을 통해 절실함의 강조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기다리지 않아도 ~ 온다. → 계절의 순환(자연의 섭리)과 관련됨. 온다는 사실의 당위성이 강조됨. *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 절망적 상황 * 뻘 밭 구석, 물웅덩이 → 봄이 오지 않은 상황 * 어디 뻘밭 ~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 인간의 다양한 속성과 면모를 해학적으로 제시함. *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 → 봄이 와야함을 전달해주는 매개자 *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 역설적 표현으로, 봄을 맞이하는 감격의 깊이를 나타냄. *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 봄을 맞이하는 감격 *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기다림의 완성에 대한 기쁨의 행동 *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 → 봄은 자연인 동시에 인간사의 어떤 측면으로 확대되어 나타남. 역경을 이겨 낸 봄에 대한 예찬적 태도 ◆ 제재 : 봄('너') ◆ 주제 : 봄(새로운 시대, 자유와 평화의 새시대)의 도래에 대한 갈망과 강한 신념 [시상의 흐름(짜임)] ◆ 1~2행 : 네가 반드시 오리라는 절대적 믿음 ◆ 3~10행 : 너는 쉽게 돌아오지는 않는다. 더디게 온다. ◆ 11~끝 : 돌아온 너를 맞이하는 감격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의 봄('너')은 자유와 민주라고 할 수 있다. 민주와 자유로서의 '너'는 현실 속에서 확연히 눈에 보이지 않아 기다리는 자들에게 인내력을 포기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때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어느 순간엔가 나타나리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시인은 현실이 아무리 부정부패로 더러워져 있어도 이것들과 싸우고 이기고 돌아올 '너' 때문에 삶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창작할 당시의 현실과 함께 생각해 볼 때, 화자가 기다리는 '봄'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이며 그 새로운 시대는 민주와 자유가 완성된 시대이다. 현실은 매우 힘들고 온갖 부조리가 가득하지만, 화자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는 강한 신념으로 눈이 부시도록 찬란히 빛나는 봄, 즉 새로운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성부의 '봄'은 어떤 상황에서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의미의 작품으로서 강한 신념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과 더불어 신동엽의 <봄은>이라는 작품과 연결지어 살펴 보아야 한다. 특히 대상(봄)을 생명력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겨울의 혹독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다 때로 지쳐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덧 찾아온 봄 앞에서 화자는 자연의 섭리에 경이로움의 정서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 시는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시대의 아픔과 절망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너'의 실체는 온갖 더러움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가치체계를 가리키는 것이며, 시인이 발을 딛고 선 현실을 생각할 때 그것은 민주와 자유라 할 수 있다. 민주와 자유로서의 '너'는 현실 속에서 확연히 눈에 보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자들에게 인내력을 포기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때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어느 순간엔가 나타나리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시인은 현실이 아무리 부정부패로 더러워져 있어도 이것들과 싸우고 이기고 돌아올 '너' 때문에 삶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너'는 마침내 얻고야 말 객체이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세상의 더러움과 싸워 나가는 시인의 육체가 투사된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시의 결구에 제시되는 온몸으로 부딪혀 포옹하는 순간이 더욱 감격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 때 '너'는 시인과 똑같은 행로를 걸어온 것이기에 시인과 보다 큰 일체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읽을 거리 길고 길었던 군사 독재 시대의 중간에서 시인은 '봄'이 상징하는 자유와 평화의 새 시대를 갈망하고 있다. 아무리 길고 또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도 결국은 지나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시인은 유신 독재의 시대도 언젠가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오는 봄처럼 그 시대는 꼭 올 것이라고 말이다. 1961년, 아직 군복을 입고서 권력을 잡았을 때부터 이 시가 씌어진 1974년까지,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5 · 16 군사 쿠테타 세력의 독재 밑에서 살아가야 했으니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라는 말에 담긴 애타는 기다림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그러고도 5년간을 더 기다려야 했고, 또 다시 전두환, 노태우 군사 독재가 이어졌지만.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길래 봄은 이리도 디디게 오는지 그렇게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을 시인은 '너'라고 의인화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한눈도 팔고 또 싸움도 하고 지쳐 나자빠지기도 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있다. 마치 장터에 간 남편이 왜 돌아오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시골 아낙의 짐작을 말하는 듯한 이 부분은,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애타는 심정이 오히려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하겠다.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 흔들어 깨우면'이라는 7, 8행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라는 9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라. 이 두 시행 사이의 불일치. 그 상징적 의미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픽 하고 웃음이 날 것 같지 않은가. 그 날의 감격을 미리 그려 보며 물론 이런 익살스런 표현에도 불구하고 '봄'을 향한 시인의 열망은 간절하기 이를 데 없다.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는 시인의 말처럼, 길고 길었던 독재를 타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감격적이겠는가. 그 조짐을 처음 보았을 때조차도 떨리는 기쁨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으리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죽을지 살지 모르는 전쟁터에 나갔다가 '이기고 돌아온 사람'을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듯이, 시인은 그 날이 왔을 때 느낄 감격을 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현재형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리 그 기쁨을 그려 보는 것이리라. *출처 : 현대시 감상 <지학사> 이성부의 시세계 이성부의 시는 흔히 참여시로 분류된다. 이는 이성부의 시에는 왜곡된 현실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민중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의 감정이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 속에는 현실의 왜곡된 모습과 기나긴 역사의 과정 속에서 지배 세력들에게 짓밟히고 고통 당한 사람들의 삶을 껴안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곧 타인의 삶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역사적 현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억압과 소외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민중들의 모습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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