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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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압해도 8/ 노향림

2008.04.02 11:18

정문선 조회 수:316 추천:59

압해도 8 - 노향림 - 압해도 사람들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이마받이을 하고 문득 눈을 들면 사람보다 더 놀란 압해도 귀가 없는 압해도 반 고호의 마을로 가는지 뿔테 안경의 아이들이 부는 휘파람 소리 일렬로 늘어선 풀들이 깨금발로 돌아다니고 집집의 지붕마다 귀가 잘려 사시사철 한쪽 귀로만 풀들이 피는 나지막한 마을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1992)-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감각적(시각적), 서정적, 애상적 ◆ 표현 : 시적 대상을 고흐의 그림과 연결시킴. 감정을 적절하게 절제하여 표현함. 기발한 상상력에 의한 이미지 구사가 뛰어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압해도 사람들은 /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 압해도에서 사는 사람보다 그것을 육지에서 바라보며 자란 이에게 더욱 그리운 압해도 * 이마받이 → 이마로 부딪침. 두 물체가 몹시 가깝게 맞붙음. * 귀가 없는 압해도 → 고흐의 그림을 연상케 함. * 일렬로 늘어선 풀들이 / 깨금발로 돌아다니고 → 바람에 쓸리는 풀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 * 사시사철 한쪽 귀로만 풀들이 피는 / 나지막한 마을 → 낮은 지붕, 바닷바람을 맞는 풀들의 모습을 통해 압해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 보다 원초적인 감각인 청각을 동원하여 압해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함. ◆ 주제 : 압해도에 대한 그리움 [시상의 흐름(짜임)] ◆ 1~2행 : 압해도에 대한 그리움 ◆ 3~6행 : 압해도의 모습 ◆ 7~14행 : 고흐의 그림과 닮아 있는 압해도 ◆ 15~16행 : 압해도에 대한 그리움 ◆ 17행 : 소리로 듣는 압해도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시인 노향림은 압해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남에서 태어났지만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를 따라 압해도를 드나들면서 이 곳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지 압해도 연작시를 100편 가까이나 남겼다. 고흐의 전원 풍경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그리움의 공간으로서의 섬(고향)을 독특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전남 해남 산이면에서 1942년 6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목포로 나와 살게 된다. 목포시 산정동 산기슭에 딱 한 채가 남은 일인(日人)들의 ‘적산가옥’에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낸다. ‘40년대의 유년은 해방 혼란기와 더불어 먹고 살기에 너무 힘든 시절이었다. 식구들이 모두 나가 돈을 벌거나, 먹는 물이 부족해서 물을 길러 가거나 오빠들이 학교 가면 혼자서 집을 지키기도 했다. 몸이 약해, 병은 이미 혼자 다 거친 것 같다. 어린 시절, 유행병이 창궐하던 때 장티푸스 · 복막염을 앓고 집에서 거의 누워 보낸다. 병들고 쓸쓸한 유년이었지만, 산기슭을 거쳐 뵈는 앞바다, 그 곳에 앉아 있는 섬 압해도가 무한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결국 그 섬과 혼자서 많은 대화를 나눈 셈인데, 이유는 대낮의 정적이 어린 마음에 무섭고 싫어서였다. 아마 이때부터 어떤 침묵하는 사물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할까. 1992년에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문학사상사)를 상재. 다른 시와 함께 압해도 연작시 60여편을 수록했다. 여기에 실린 연작시와 우리 가곡으로 만든 <압해도>란 노래가 압해도 사람들에게 전달되다. 게다가 목포 앞바다에 뜬 섬 압해도 주민들 사이에 모금운동이 일어나면서, 1996년에 시비가 신안 군립도서관 앞에 세워지는 영광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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