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국수가 먹고 싶다

by 오정방 posted Feb 06,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오늘따라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를 읽고나니
오늘 나도 갑자기 국수가 먹고 싶다
미ㅍ도, 미ㅇ도 없었던 나의 유년 시절
조미료란 단어조차 내게 생소했던 그 시절
그 때 시골 잔치집에서 먹던 그 국수가 먹고 싶다
이웃집 누나 시집 가는 건 나와 상관없었다
건너집 형 장가가는 것은 나와 전혀 무관했다
다만 우리 엄마 그 잔치집에 가서 익숙한 솜씨로
기계처럼 정밀하게 말아주던 그 이바지 국수
멸치다시마 국물에 삶아둔 국수 한줌 집어넣고
호박나물, 계란채, 김 부순가루 고명으로 얹어
실파 다져 깨소금에 버무린 간장을 양념으로 쳐서 먹던
그런 국수가 오늘따라 유달리 먹고 싶다
동무들과 천진하게 딩굴고 숨가쁘게 뛰어놀며
잔치집 천막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다가
배가 좀 훌쭉하다 싶으면 부억곁으로 달라가서
‘엄마’하고 한마디만 소리 지르면
울 엄마는 잘도 아들 목소리를 기억해서
이내 국수 한 사발을 군말없이 말아주신다
많이 먹으면 배가 나올텐데,
과식하면 배탈나서 고생할텐데,
이런 얘기 한 번도 해주지 않고
정말 배가 고픈지 안고픈지 물어도 안보시고
아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 즐거워서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국수를 말아주신 울 엄마
오늘 정월 대보름날, 남의 시를 읽다 그 기억을 떠올리니
이바지 국수 먹고 싶은 그 이상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가 엄청 보고 싶어진다
오늘밤에는 꼭 보름달을 자세히 쳐다봐야지
인자하신 우리엄마를 많이 많이 닮았거든

<2004.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