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5.09.25 08:08

등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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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에서…



오정방

며칠 전 모처럼 아내와 등산을 갔다. 늦더위를 피해볼양도 있었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심호홉도 해보고 산의 기를 좀 받아 오고
싶기도 해서였다. 그리고 등산은 나의 취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Mt. Larch 가 있는데 그 줄기를
따라 사방에 많은 등산 코오스가 있다. 계곡마다 높은 산에서 흘러
내리는 눈 녹은 물이 양의 과다는 있지만 사철 끊임없이 계곡을 흘러
내린다. 정상까지는 약 50미터쯤 남겨 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약 150개쯤 걸어 올라가면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 되어 있다. 시야에 들어오는 5개 눈산들의 거리와 높이를 동판에
새겨두고 있어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친절까지 베풀어 놓은 산이다.
이날은 그 산 서쪽편에 있는 한 코오스를 선택하여 함께 걷고 있는데
자주 나오지 못했던 아내는 1시간쯤 지나자 좀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산의 수목과 바람, 아래로 흘러내리는 계곡수 소리, 그리고 나뭇 사이로
내다 보이는 콜럼비아 강의 도도한 흐름을 보노라면 그저 가슴이 확
트인다. 그래도 오르막 길은 힘드는 법, 아내는 갑자기 40년도 더 되는
기억을 잠시 끄집어 낸다. 우리가 결혼해서 아직 아기가 없을 때 였던가
아니면 첫아이를 배 속에 가지고 있을 때 였던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자주 산행을 했고 그 날도 북한산 등산을 갔었다. 하산
중에 길은 좁고 날씨는 덥고 내리막 길이 퍽이나 조심스럽기도 하였고  
또 힘에 좀 지치기도 했던 아내는 자꾸 뒤처지기가 일수 였다.  그렇다고
계속 부축해서 내려가기도 그렇고 업고 내려가기는 아직 남은 길이 너무 많기도하여 내가 한 참 앞서 가게 되었다. 아내가 힘을 내어 제 힘으로
잘 걸어주는 것만이 가장 좋은 하산 방법이란 것을 나는 그 때 깨달았다.
그리고 그 방법을 나름대로 하나 생각해 냈다.

잠시 뒤 아내는 함박 웃음을 머금고 언제 다리가 아팠더냐는 듯이 좇아
와서 손에 5,000원권 지폐 한 장을 보여준다. 지금 내려 오던 산길에서
습득했다는 것이다. 나도 기분 좋게 맛장구를 쳤다. 그냥 제자리에 두고
오지 그것을 왜 주워 오느냐고 절대로 야단치지 않았다. 아내는 가끔 시장
길에서 1,000원권 지폐를 주운 경험이 있었는데 이날은 최고의 금액이
었다. 아내는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이미 다 머리 속으로 결정해 놓은
모양이다. 우리 둘은 하하호호 하면서 쉽게 산을 내려와 집가까이 시장
에서 넉넉하게 찬거리를 샀다. 공짜가 그리 좋은 모양이었다. 그 때 5천원
이면 지금 아마 5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금액이 아닐까 싶은데 하기야
요즘 서울에선 5만원 정도는 아이들 껌값이라니 세상은 많이 달라진게
틀림없다. 돈이 흔해서 가치가 없어졌거나 아이들 눈이 높아졌거나 껌깞이
너무 비싸졌거나 어느 것중의 하나가 아닐가 싶다. 그날 집에 돌아와 혼자
열심히 저녁 밥상을 차려서 먹기 전까지는 그 돈의 임자에 대하여 아내는
생각하고 있지 않는듯 했다. 진짜 그 돈을 흘린 사람의 입장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있는듯 했다.
밥상을 마주하고 먹을 때에 나는 입이 건지러워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그 5천원권은 걷기에 너무 힘들어 하는 자기를 위해 내가
슬며시 흘려둔 것”이라고….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전후 사정을 듣고
나서야 믿음이 간 모양이었다. 그 때 내가 아내의 힘을 북돋우러 찾아낸
방법을 40년 이상, 정확히는 44년이나 흐른 지금 아내가 회상하여 들려
주니 옛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적당한
장소에서 준비해 간 점심을 맛있게 나누고 하산하였다.그렇게 살아온
우리는 두 남매와 저들의 짝궁, 손녀 둘과 손자 그리고 두 외손녀를 두고
다음달로 결혼 45주년, 홍옥혼식을 맞는다.
우리는 주님 안에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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