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5.08.18 04:40

다시 수국水菊 앞에 서서

조회 수 34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다시 수국水菊 앞에 서서

  오정방
  

7월과 더불어 피기 시작한 수국이 7월과 더불어 지고 있다.
10여년 전 이 집으로 이사를 올 때 집 건물 북쪽 벽 앞에 심겨진
조그만 수국  2그루가 해마다 7월이면 꽃을 활짝 피워 나를
기쁘게도 하였고 또 몇 편의 시를 쓰게도 하였는데 그 새 너무나
자라서 이젠 가지치기도 힘들 정도로 커서 내 키를 훌쩍 넘겼을
뿐만 아니라 몸집도 뚱보처럼 옆으로 너무 퍼지기도 하였다.
꽃몽오리 맺힐 적에 아내는 키를 좀 낮춰주라고 하였지만 기왕에
맺힌 것 여름에 꽃이라도 보고나서 그렇게 하자고 해서 수명을
조금 더 연장 시켜주고 있는 실정이다. 앞 마당에서 뒷뜰로 가는
길목을 이놈이 떡 막고 있어서 이 번에는 기어이 꼭 좀 잘라 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7월이 다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터이다.

어제는 저녁 무렵에 다시 파아란 하늘을 닮은 수국 앞에 서 보았다.
샌프란스코에 살고 있는 K시인이 나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
는데 보름 전에 내가 손자를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는
편지와 함께 지금 입기는 조금 커 보이는 아이 옷 아래 위로 1벌을
우송해 왔기로 댕큐카드를 보내려는데 카드 1장만 달랑 보내기도
그렇고해서 지금 집에서 가장 화려한 꽃이 어떤 것인가 생각하다가
그래도 수국이 제일 좋겠다 싶어 나름대로 그 중에서 가장 보암직한
꽃 한 송이를 따서 카드에 넣어 보내기 위함이었다.
보기에 그럴듯한 수국 한 송이를 채취하여 카드 속에 넣어 보내긴
하였으나 가는 동안에 색깔이 어떻게 변해버릴지는 모를 일이다.  
K시인이 이것을 받아보고 과연 내가 보았을 때의 느낌을 얼마나
감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렴 죽은 꽃잎이 산 꽃을 보는 것만 같으랴만 그래도 상상력이
풍부한 시인인지라 어느정도는 느낌이 오지 않을까 하는 조그만
바람도 내게는 없지 않다.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손자녀석이 조금 더 자라나면
K시인이 보내 준 옷을 입히고 좀 얼러 보겠거니와 더 많이 커서
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 때가 오면,  네가 태어난 뒤 보름도 되기
전에 이 수국 한 송이를  따서 댕큐카드에 넣어 옷을 보내준 고마운
분에게 답례를 하였다는 얘기를 들려줘야겠다는 마음을 혼자 가져
본다.
손자놈은 출생 17일만에 오늘 저녁에 처음으로 할아비 집에 오기로
되어있다.  지금은 뜨거운 여름 한낮, 나는 더디 가는 시계를 자꾸
바라보고 있다.

                                             <2005. 7. 28>




  



    ⊙ 발표일자 : 2005년07월   ⊙ 작품장르 : 수필
?
  • ?
    오정방 2015.08.18 04:40
    ◈ 꼬리말 쓰기





    강학희 (2005-08-01 01:15:57)

    수국 카드 / 강학희

    참 고운 수국 한 송이 담긴
    시인의 답신카드

    보드러운 마음결 같이 하들한
    남빛 꽃잎파리

    먼길 밟아오느라 상생의
    금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네

    금빛 꽃그늘 펼치니
    만개한 수국 앞의 밝은 웃음

    생긋 빵긋 깜빡 깜빡
    애기 손자 눈망울 꽃 보이네

    멀리 앉아 3대의 꽃무리
    웃음소리 듣는 감사함이여

    단내 몽클한 우리네 마당
    남빛, 금빛 꽃물의 흔적이여

    수국 속에 활짝 핀
    먼 곳 문우의 기쁨이여.


    - 고운 수국 카드 앞에서 답신 올립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3 수필 나의 생일고生日考 오정방 2015.08.27 413
932 작심 오정방 2004.01.14 404
931 오늘과 현재 오정방 2015.09.16 399
930 몰카 몰카 오정방 2004.01.14 397
929 오정방 2004.01.14 396
928 현대시 대나무 돗자리 오정방 2015.09.24 392
927 현대시 아내의 불라우스를 대려주다 오정방 2015.09.14 389
926 수필 팜 스프링스의 열기는 참으로 뜨거웠다 오정방 2015.09.10 382
925 말 속에도 오정방 2004.01.14 382
924 현대시조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不可遠 오정방 2015.09.16 380
923 *오정방의 독도시편들(발표 년월) 오정방 2015.08.26 376
922 현대시 겨울의 문턱에서 오정방 2015.09.10 367
921 분수 오정방 2004.01.14 362
920 현대시 독도, 2012임진외란 壬辰外亂 오정방 2015.09.24 359
919 영화시 '와이 투 코리아 Why two Korea?' 오정방 2015.08.18 351
» 수필 다시 수국水菊 앞에 서서 1 오정방 2015.08.18 348
917 현대시 <조시> 황금길 드넓은 저 천국에서... 1 오정방 2016.05.31 346
916 현대시 사투리 ‘마카’ 오정방 2015.09.24 342
915 수필 수국은 저토록 탐스럽게 피어나고 오정방 2015.08.12 340
914 축시 그는 외쳤다 ‘여기는 정상, 여기는 정상이다’ 오정방 2015.09.01 330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4 Next
/ 5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2
어제:
5
전체:
193,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