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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방의 비雨와 눈雪 시 묶음(총 35편/발표순)

1.텐트 속의 빗소리(2000. 7. 5)
2.설상가설雪上加雪(2001. 2. 16)
3.폭설이 내리는 또 다른 이유(2001. 2. 17)
4.독도, 그 눈덮인 모습이 보고싶다(2001. 2. ?)
5.봄비(2001. 3. 29)
6.가을비(2001. 10. 10)
7.밤에 내리는 겨울비(2001. 12. 2)
8.초설初雪(2002. 1. 26)
9.설화雪花 아래선(2002. 2. 17)
10.신비스런 눈산(2002. 2. 20)
11.춘삼월에 내리는 눈(2002. 3. 7)
12.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좋겠다(2002. 8. 1)
13.가을밤에 내리는 첫 비(2002. 9. 18)
14.기다리는 겨울비(2002. 12. 2)
15.(현대시조) 눈바람(2002. 12. 9)
16.기다리던 겨울비가 내린다(2002. 12. 13)
17.봄비가 오신다(2003. 2. 17)
18.(이장시조) 밤비(2003. 3. 14)
19.(이장시조) 우박(2003. 5. 17)
20.(이장시조) 추우秋雨(2003. 9. 8)
21.와 첫눈이다(2003. 11. 20)
22.첫날 아침에 서설이 내린다(2002. 1. 1)
23.눈사람(2004. 1. 2)
24.(이장시조) 큰 소낙비(2004. 6. 9)
25.오레곤의 비(2004. 9. 27)
26.엘에이에 비가 오신단다(2004. 10. 25)
27.(이장시조) 무풍강우無風降雨(2004. 11. 2)
28.첫눈이 오시는가 보다(2005. 1. 8)
29.첫눈은 아직 오시지 않고(2005. 1. 15)
30.나는 여전히 비가 싫지않다(2005. 5. 20)
31.춘우야곡春雨夜曲(2005. 4. 2))
32.(이장시조) 반가운 가을비(2005. 9. 30))
33.비Rain(2006. 1. 9)
34.함박눈(2005. 12. 19)
35.독도에 눈이 오는데(2005. 1. 27)



1. 텐트 속의 빗소리
               -미국독립기념 연휴에

                                            오  정  방


얼마 만의 야영인가
거기에 그리운 빗소리라니

아련히 떠오르는
망각 속의 옛 기억들

켜켜이 묻혀 있는
조국의 산하를 추억하며
한밤 텐트 지붕을 흔드는
빗소리를
친구처럼 반긴다

야영을 해본 일이 있는가
그 텐트 안에서
빗방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칠흑같이 캄캄한 밤
텐트 창문을 열어 젖히고
촘촘한 별들을 바라보는
그 이상으로
텐트 속의 빗소리에
매료되었던 젊은 날

하마 몸은 천근보다 무거운데
회상은 바람인 양 가볍다

언제 또 다시 만나리
텐트 속의 그리운 빗방울 소리


   - 워싱턴주 Ilwaco 어느 야영장에서
                                  <2000. 7. 4>



2. 설상가설雪上加雪

                                             오  정  방


연일 태평양을 날아오는
수많은 고국소식 가운데
여야 정쟁 뉴스만큼이나
눈 소식이 넘치고 넘친다

설상가설
분명, 설雪폭력은 아닌데
미쳐 녹을 시간도 없이
쌓인 눈 더미에 엎치고 덮친다

기왕 쏟아질테면
자연의 교훈으로도 깨닫지 못하는
저 함량미달의 정객들까지도
모두 덮어주면 좋겠다

정치에 식상한 선량한 국민들과
티없이 자라야할 우리의 2세들과
진실로,
돌아가야할 조국의 밝은 내일을 위하여

                           <2001. 2. 16>


3. 폭설이 내리는 또 다른 이유

                                      오  정  방

입춘이 훨씬 지나
우수를 바라볼 즈음
서울 등지에 튼 눈이 내렸다

이상한 기후의
그럴만한 까닭이야 따로 있지만
기습적으로 폭설이 내린
또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다

백설에 민감한 시인들
다정다감한 저들의 손끝을 통하여
아름다운 시들을 쏟아내기 위함이다

헬 수 없도록 많이
신작 설경 시문들
이로 인하여 문학은 즐겁고
이로 인하여
인생은 살만하지 않은가

                        <2001. 2. 17>


4. 독도, 그 눈덮인 모습이 보고싶다

                                                      오  정  방


꿈꾸듯 아득한 빈 바다에
하늘의 눈 꽃가루
낙화처럼 쏟아질 때

바닷물 만나면
아무리 많은 눈송이도
아무리 굵은 눈송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더러는
고고한 바윗섬을 만나
쌓이고 쌓여
하얀 분장을 하나니

동도와 서도
너,
눈 내리는 한 바다에 드러누워
두 개의
거대한 흰 이빨이 되어 미소짓는
아! 바로 그런
독도, 너의 눈덮인 모습이 보고 싶다

                           <2001. 2. ?>


5. 봄비

                           오  정  방


봄비가 오신다
반가운 봄비가
숨죽이며 오신다

온갖 수목들
봄비로 목욕하며
고스란히 그대로 서있다

하염없는 저 봄비
하마
깊이 깊이 대지를 적신다

어느 듯
마음마저 젖어드는
봄비 오시는 오후

                   <2001. 3. 29>


6. 가을비

                               오  정  방


창밖에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대지가
젖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이
젖는다

축축한
가을
쓸쓸한
가을

                        <2001. 10. 10>


7. 밤에 내리는 겨울비

                              오  정  방


겨울비,
한 밤중에도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눈이 되지 못한 저 겨울비
무슨 설움에 젖고 젖어
이 겨울, 이 밤에
저토록 주룩 주룩 내리고 있나

높은 산으로 갔으면
하얀 눈가루가 되어
하늘하늘 춤을 추며
산 높이를 더해주었을 저 겨울비,

땅에 닿기가 무섭게
갈 길이 정해진 양
실개천을 향해 숨가쁘게 흘러간다
내 마음도 그 뒤를 따라
이 밤중에
강으로 간다
넓은 강으로 달린다

                <2001. 12. 2>



8. 초설初雪

                                오  정  방


기다리거 기다리던
첫눈이 내리는 밤
천방지축 뛰놀던 강아지도
하마 잠이 들고
홀로 선 가로등 불빛 사이로
실종된 겨울이
실바람에 흩날린다

바라고 바라던
첫눈이 내리는 밤
자동차 구르는 소리도
일찍 끊어지고
한가론 가로등 불빛 사이로
돌아온 겨울이 자랑스레 춤을 춘다

그리고 그리던
첫눈이 내리는 밤
고국을 떠나온 나그네
여태 잠 못 이루고
외로운 가로등 불빛 사이로
잊혀진 겨울이 님인듯이 다가온다

                               <2002. 1. 26>


9. 설화雪花 아래선

                                    오  정  방


겨울 나뭇가지 위에 활짝 핀 영롱한 눈꽃,
참으로 눈부시도록 찬란하지 않아요?

어떤 붓으로도
이 설화를 그대로 그릴 수 없고
무슨 글로도
이 설경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거예요

설화 아래선
감탄도 호탕한 웃음도 삼가주세요

설화 아래선
흥분도 심한 율동도 자제해 주세요

설화 아래선
달콤한 사랑의 밀어도 유보해 주세요

조금 더 빨리 속세를 잊어버리고 싶으니까요
조금 더 오래 눈꽃을 바라보고 싶으니까요
조금 더 길게 자연과 하나되고 싶으니까요

                             <2002. 1. 17>


10. 신비스런 눈산

                     -  Mt. Hood를 바라보며


                                                      오  정  방


보라 저기 저 산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산
서북미 눈 산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는 후드 산
11,235 피트의 높은 키를 자랑하는
오레곤 주의 상징

사시사철 언제나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하늘 위에 걸린듯 떠있는
후드 산의 신비스런 위용
아름다운 여인처럼
우아한 너의 자태

멀리서, 가까이서
어디에서고 바라볼 적마다
온갖 잡념 순식간에 바람처럼 날아가고
마음은 날개 달린듯 이내 네게로 가나니
후드 산, 너의 오늘도
나의 위안이요, 즐거움이요, 환희인 것을

                      <2002. 2. 20>


11. 춘삼월에 내리는 눈

                                    오  정  방


입춘 우수 경칩도 다 지나가고
하루하루 봄은 깊어만 가는데
이 무슨 뜻밖의 기분 좋은 선물인가
하늘에서 지금
흰눈가루, 흰눈가루가
춤을 추면서 쏟아지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지난 번 첫눈 올 때 말하지 못한
'오는 겨울에 다시 만나자'라는
아쉬운 그 작별인사 한마디
뒤 늦게 재빨리 전해주고
날리는 흰 가루눈은
대지에 닿기가 무섭게
바람같이 순식간에 사라져간다

                 <2002. 3. 7>


12.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좋겠다

                                             오  정  방


한여름 8월 땡볕에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지면 좋겠다

굳이 몸을 피할 것도 없이
물에 허기진 저 수목들과 더불어
선 채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나기로 흠뻑 적셔지면 좋겠다

가슴속을 씻어 못내리는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난데 없이 청청하늘에서
한 줄기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참 좋겠다

                        <2002. 8. 1>


13. 가을밤에 내리는 첫 비

                                       오  정  방


기다리던 가을비
어둔밤에 내리고 있어요
목타던 나무들을
흠뻑 적시고 있어요

가을밤에 내리는 첫 비
무덥던 여름 내내
매말랐던 대지에
촉촉히 스미고 있어요

가을이 서글픈 사람
가을이 외로운 사람
허전한 마음은
여전히 갈급하고 있어요

                <2002. 9. 16>


14. 기다리는 겨울비

                                  오  정  방


어디쯤 오고 있을까
기다리는 겨울비

수목은 겨울에도
목이 마르다

비 대신
흰눈이 온들 어떻랴
그것도
우리에겐 은혜인 것을
그것도
우리에겐 감사인 것을


           <2002. 12. 2>




15. (현대시조) 눈바람

                                 오  정  방


차디 찬 겨울바람
씨잉 씽 울어대네

뵈지도 않는 것이
귓가에 소리치네

먼 산에
큰 눈이 왔다고
전해 주고  떠나네

              <2002. 12. 6>


16. 기다리던 겨울비가 내린다

                                 오  정  방


기다리는 것은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오는가 보다

오래 기다리던 겨울비
바람을 잠재우고
지금 조용히 내리고 있다

살기좋은 오레곤에 뿌리를 내리려면
먼저
비 맞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던가

십 오년쯤 살다보니
비의 계절이 와도 염려되지 않고
어느 새 비맞는데도 친구처럼 익숙해졌다

그동안 바래도 빨리 오지 않았던 것은
기다림이 간절하지 않은 탓이었나 보다

                                  <2002. 12. 12>


17. 봄비가 오신다

                                     오  정  방


봄비가 오신다
겨울에 내리던 비
봄에도 오신다

새싹을 틔우려고
새순을 터치려고
봄비가 오신다

겨우내
눈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오늘도 봄비를 맞는다

                 <2003. 2. 15>


18. (이장시조) 밤비

                         오  정  방


대낮에 내리던 비
밤중에도 그치잖네

마음도
젖고 있구나
하염없는 밤비에

                   <2003. 3. 14>



19.(이장시조) 우박雨雹

                                   오  정  방


흰눈도 아닌 것이
소낙비도 아닌 것이

이름은
우박이라 하고
무섭도록 퍼붓네


설움도 아니건만
애닲음도 아니건만

일순간
응어리 되어
이 가슴을 때리네

               <2003. 5. 17>


20. (이장시조) 추우秋雨

                               오  정  방


겨울을 재촉하며
종일토록 비가 온다

가을비
대지를 적신다
가슴 속도 흠뻑 젖고

                 <2003. 9. 8>


21. 와, 첫눈이다

                                오  정  방


흰눈이 펑펑 쏟아진다
첫눈이다
흰색종이만한 눈송이들이
춤을 추며 하느레서 내려와
나무 위에,
지붕 위에,
머리 위에
사뿐이 내려 앉는다
잿빛 하늘을 쳐다본다
그 사이
도화자만한 눈송이가 되었다
한장을 손에 받아
시를 적는다
간만에 오늘
어린아이처럼
함박눈을 흠뻑 맞아본다

                      <2003. 11. 19>

22. 첫날 아침에 서설이 내린다

                                           오  정  방


흥남부두에 가본 적은 없지만
지금, 눈보라 쳐대며 내리는 것이
마치 그 부둣가에 선 것처럼
씽씽 바람소리와 함께
난분분亂紛紛 춤을 추고 있다
세시歲時는 설날 아침,
창밖으로 조용히 그냥 바라만 볼 것이지
눈 내리는 모습보고
왜 우리나라 정치판이 생각키나
제발 더 이상 억억億億대지 말고
선정善政을 펼쳐주어서
기쁜 소식들만 고국에서 들려오기를 바래
귀를 쫑긋 세워보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새해들어 처음 내리는 눈雪이니
서설瑞雪이 분명하다고,
금년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거라고


                      <2004. 1. 1>




23. 눈사람

                                      오  정  방



세차던 바람도 잦아들고
강설降雪도 멎은 오후
아들과 며느리가 뒷뜰에 나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든다
얼마만인가
저런 정겨운 모습을 연출한지가
까마득한 유년시절이
한 달음으로
두 눈앞에 다가와 있다
사진기에 담아두는 아름다운 풍경

                 <2004. 1. 1>




24. (이장시조) 큰 소낙비

                                오  정  방



하늘이 뚫어졌나
갑작스런 큰 소낙비

굵직한
빗줄기 속에
씻겨내린 시름들


            <2004. 6. 6>

25. 오레곤의 비
      -미국 이민 17주년을 맞으며

                                                오  정  방


비, 겨울 봄 여름 가을을 가릴 것 없이
비가 내린다
비 많이 오기로 잘 알려진 오레곤
비가 많이 온다기보다는
비가 자주 내린다는 말이 더 옳겠다
비 많은 오레곤에서 살자면 먼저
비 맞는 것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비가 자주 내리니까 수목이 무성하고
비를 자주 맞은 수림 때문에 공기가 맑다
비 때문에 이렇게 쾌적한 곳에 살게되니까
비에 차라리 감사하며 17년을 살고 있다
비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은
비로 인해 여기서 살기를 힘들어 하지만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비를 자주 맞다보면 저절로 친숙해 지니
비도 자주 만나면 정이 드는가보다
비에 정들어 나는 이 오레곤을 못떠난다

                             <2004. 9. 27>

*필자는 1987년 9월 27일 태평양을 건너와
오레곤의 포틀랜드시에 정착했다.



26. 엘에이에 비가 오신단다

                                              오  정  방



날씨가 좋기로 잘 알려진 엘에이에
비가 오신단다
비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거추장스러울만한 비가
며칠 째 오신단다

지금 엘에이에는
그렇게 비가 내린다는데
비 많이 오기로 잘 알려진 포틀랜드의
이토록 화창한 가을날씨 누구에게 전해주나
맑고 신선한 공기와 함께
투명한 비닐봉지에 밀봉하여
엘에이의 지인들에게 보내주고 싶다

                             <2004. 10. 25>


27. (이장시조) 무풍강우無風降雨

                                        오  정  방


무풍 속 내리는 비
오늘따라 하염없다

수줍은
나무잎새들
간지러워 웃고 있다

                     <2004. 11. 2>

28. 첫눈이 오시는가 보다
                                        오  정  방
발가벗은 나무들
더욱 몸을 움추리고
청청한 상록수들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맥없이 겨울비를 맞고 있다
먼 데 어딘가로 부터
눈바람도 곁들어 불어오니
이 바쁜 도시의 거리에도
이제 멀지 않아
첫눈이 오시려나 보다
흰 도화지만한 함박눈이
평평 쏟아져 내리면
누구 누구가 생각 날까?
어느마을 자기 사는 곳에서
첫눈이 내릴 적에
혹시 나를 떠올렸을지도 모를,
그럴만한 친구들의 이름을
지금부터 나도 생각해 두어야겠다

                      <2005. 1. 8>


29. 첫눈은 아직 오시지 않고

                                       오  정  방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 동심으로 돌아가
얼굴을 하늘로 쳐들고
눈꽃들을 맞아보며
눈뭉치를 주물러 힘껏 눈팔매도 쳐보고
눈가루를 굴려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 어느 해 몹시 추웠던 겨울산행
설악산 한 모퉁이를 돌다가 만난
그 찬란하게 핀 설화雪花아래서
넋을 잃고 함께 쳐다봤던 산친구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순진무구한 모습을 떠올려 보고도 싶었는데

눈 대신 얼음비 쏟아져 내려 발을 묶어두니
홍역처럼 찾아온 영하의 겨울한파
자연의 무쌍한 조화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임을 새삼 깨달으며
창문을 통해 이렇게 빈하늘만 쳐다보누나

                                    <2005. 1. 15>


30. 나는 여전히 비가 싫지않다

                                          오  정  방


지붕을 때리며 간 밤에 오던 비
아침나절에도 줄기차게 퍼붓는다
어제도, 그제도 내리던 저 비
오늘도 쉬지않고 쏟아진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바람 잔잔한 빗속의 바깥 풍경을 살핀다
말 한마디 없이 고스란히 비를 맞는 수목들
저들에게서 순종과 인내를 배운다
두어라,
저 비 그치고 여름햇살 작열하면
신록은 드없이 싱그럽고 눈부시리

                        <2005. 5. 20>



31. 춘우야곡春雨夜曲

                                   오  정  방


봄에 내리니까 봄비랄까
밤에 내리니까 밤비랄까
봄비 이 밤에 어떤 사연으로
하염없이 저토록 내란단 말인가

공중의 얼음덩이 녹는걸까
하늘의 눈물샘이 터진걸까
밤비 이 봄에 무슨 까닭으로
끊임없이 이토록 오신단 말인가

                                           <2005. 4. 2>


32. (이장시조) 반가운 가을비

가을비 오는 속에
9월이 가고 있다

노오란
국화송이들
앞다투며 웃고 있다

     <2005. 9. 30>


33. 비Rain

                          오  정  방



아무리 눈 내리는 한겨울이라 할지라도
하와이나 엘에이에 눈이 내리면
그것은 뉴우스가 되지만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에 비가 내리면
이것은 더 이상 뉴우스가 아니다

지금도 오레곤 주 포틀랜드엔 비가 오신다
여전히 비가 싫지 않다고 진작 선언은 했지만
정말 와도 너무 오는 비를 지금도 맞고 있다
하늘도 젖고 구름도 젖고
나무도 젖고 땅도 젖어있는데
오늘은 바라보는 내마음 마져도 축축하다

그런데 태양이 어떻게 생겼더라?

                                      <2006. 1. 9>



34. 함박눈

                                   오  정  방


작약화 필 무렵이사 아직도 멀었는데
하늘에서 함박꽃 너울 너울 잘도 쏟아진다
지난 해 피었다가 진 작약꽃들이
우리 모래 하늘로 올라가서 월동을 하다가
일진을 잘못짚어 이 겨울에 함박눈으로 찾아오나

방안에서 내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앞뜰로 뛰어나가 양팔 벌려 너를 반긴다
분명히 나 혼자 눈꽃을 받는데
재잘재잘 동무들 목소리 환청幻聽으로 들린다
어릴 적 동무들 옛모습이 환상幻像으로 다가온다

                                        <2005. 12. 19>




35. 독도에 눈이 오는데

                                    오  정  방


독도에 오늘같이 눈이 쏟아지면
거기에다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괭이갈매기들 어디에다 몸을 숨길까?

바위 틈새에다 작은 몸을 피하고
서로 몸을 비비며 때를 기다렸다가
하늘이 활짝 개면 훨훨 날지 않으리야?

동도와 서도에 눈이 하얗게 덮이면
또 다른 한 폭의 훌륭한 그림이려니와
뱃길마저 끊기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독도, 우리의 섬에 눈이 펑펑 쏟아져서
하늘도 보이지 않고 바다도 보이지 않고
섬조차 보이지 않는대도 어찌 잊을리야?

                           <200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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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방의 비雨와 눈雪 시 묶음(총 35편/발표순) 오정방 2015.08.26 460
952 수필 내 손목 시계는 라렉스Ralex 시계 오정방 2015.08.18 457
951 옛친구 3 오정방 2004.02.18 455
950 나는 바보 오정방 2004.01.25 454
949 날아가는 세월 오정방 2004.01.14 454
948 선택選擇 오정방 2004.01.14 452
947 우박 오정방 2004.01.14 450
946 시간 오정방 2004.01.14 449
945 자살 오정방 2004.01.14 447
944 가을볕 오정방 2004.01.14 444
943 푸른 하늘 오정방 2004.01.14 442
942 문안 오정방 2004.01.14 437
941 수필 포틀랜드에서 만난 기일혜 소설가 오정방 2015.08.18 436
940 부모심父母心 오정방 2004.01.14 434
939 미움은 오정방 2004.01.14 428
938 현대시조 부활의 그 날에 오정방 2015.08.12 424
937 우이독경 오정방 2004.01.14 419
936 신앙시 은상가은恩上加恩 오정방 2015.09.24 418
935 주는 기쁨 오정방 2004.01.14 418
934 *오정방의 구름雲과 바람風 시 모음(총24편/발표순) 오정방 2015.08.26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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