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5.09.14 14:36

특별한 부채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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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부채扇

  오정방
  

  
한 가슴으로 받을만한 소포뭉치 하나가 배달되었다. 그리 무겁지는
않아도 덩치는 작지 않았다. 발신자를 보니 잘 아는 이름이다. 얼마
전에 나의 졸시 ‘그리움’을 써서 특선을 한 서예가 류기자 여사가
보낸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이멜로 소포를 보냈는데
지금 비행기가 떳다는 전자멜이 도착했으니 1주일 안에 받을 것이
라는 멜을 받았는데 어찌 이렇게도 빨리 태평양을 건너왔을까?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니 돌김, 돌자반, 구이김, 버섯이 잔뜩 들어
있다. 거기에 나의 아래 졸시를 직접 부채에 써서 낙관까지해 보내
주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어 여간 고맙지가 않다. 얼마간이나 연습
하면 이만큼 글씨를 잘 쓸 수 있을까? 한자보다 한글이  더 쓰기가
어려울텐데 곱게도 써내려 갔다. 졸시 내용도 마침 바람에 관한 것
이라 적절한 작품을 골랐구나 생각했다.

퇴색한 나뭇잎들
우수수 떨어지고

갈바람
스산하게 불어
그 낙엽을 쓸고 가네
                                  -  졸시 ‘소슬바람’

기왕에 편 부채인지라 바람을 일으키려고 흔들어 보았다. 여간 시원
하지가 않다. 더운 여름이라 하더라도 이 부채만 갖고 다니면 왠만한
에어콘 바람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부채에 담긴 시원한
바람은 바로 나의 조국 한국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내것만 보내도 감지덕지인데 아내의 것도 함께 보내주었다. 그녀의
세심함이란 박수를 받아 마땅하고 말할 것도 없이 아내도 큰 감동을
먹었다. 물론 아내의 부채에도 졸시를 적었는데 지금도 도무지 그
제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내용은 이런 시조이다.
          구름에 알아봐도 못들은 채 흘러가고
          바람에 물어봐도 대답없이 지나가네
          무소식 궁금한 사연 가슴으로 그리네  

마침 점심시간이라 구이김을 잘라놓고 돌자반을 반찬삼아 한 끼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젠 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서울의
아침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었다. 감사의 인사를 먼저 하고 아내와도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첫 만남의 전화인데도
귀한 선물로 인하여 아내와 그녀는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듯 보인다.
더위여 오라! 내게는 너를 쉽게 물리칠 비장의 신무기 ‘특별한 부채’가
있으니….

< 2009. 7. 8>


  



⊙ 작품장르 : 편안하게하고싶은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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