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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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영상시/나는 마음을 사러갔다

2005.02.25 10:45

오연희 조회 수:167 추천:28

나는 마음을 사러 갔다. ☆ 마음 하나만 주세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 어떤 것이 있나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 으로 크게 나눌 수 있죠. ☆ 어느 쪽이 더 좋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으로만 보자면 <단단한 것>이 조금 싸답니다. ☆ 그 쪽이 싼 이유는 뭐죠?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 왜요? 그것은 단단하기 때문에 좀처럼 부서지진 않지만 일단 한번 부서지면 다시는 원래 대로 돌아올 수가 없어요. 비슷한 모양으로도 못 만들어요. 산산조각이 나 버리니까 ☆ 그렇게 되면 다른 마음을 다시 사야 하나요? 우린 같은 손님에게 물건을 두 번 팔 수가 없어요. 그냥 마음 없이 사셔야 해요. ☆ <단단한 마음>이 부서지는 일 같은 게 쉽게 일어날 리 없잖아요.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저희도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만들지만 "부서지지 않는다" 는 보증서는 써드릴 수가 없어요.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으니까요. ☆ 그럼 <부드러운 것> 쪽은 어때요? 그건 단점이 없나요? 사소한 단점은 그쪽이 훨씬 더 많죠. 예를 들자면... ☆ 예를 들면? 쉽게 다치죠.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 그런 건 싫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아물어요. 아무래도 부드러우니까... ☆ 아무리 많이 다쳐도? 그럴 경우도 있겠죠. 만약을 위하여 <부드러운 마음> 을 사시는 분들께는... 특별히... 약간의 <따뜻한 시간>을 드리고 있어요. 그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싼 것이긴 하지만... ☆ <따뜻한 시간>이 뭘 할 수 있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죠. ☆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것을 사 가나요? 그건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규칙이라서... ☆ 그 사람이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나요? 알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드러운 마음>이나 <단단한 마음>에도... 워낙 종류가 많아서... ☆ 그래요? 어떤 쪽으로 하실 건가요? ☆ 글쎄요... 결정이 되면... 이쪽 컴퓨터에 입력하세요. 이름과 생년월일을 빠뜨리지 마시고... 선택하십시오 <마음> 1. 단단한 마음 2. 부드러운 마음 선택하십시오 <껍질의 강도> 1. 단단한 것 2. 부드러운 것 선택하십시오 <알맹이의 느낌> 1. 고무공처럼 말랑말랑한 것 2. 물처럼 촉촉한 것 3. 솜털처럼 폭신한 것 ♠ ♠ ♠ ♠ ♠ ♠ ♠ <주의> 일정 시간 동안 입력하지 않으시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선택하십시오 ------> 2 잠 시 기 다 리 십 시 오 껍질은 단단하고.. 알맹이는 물처럼 촉촉하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마음>을 선택하셨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예-->1 / 아니오-->2) ------> 1 저 장 되 었 습 니 다 마음을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마음>을 구입하신 분께는 약간의 <따뜻한 시간>을 드립니다. 잊지 말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나는 마음을 샀다 당신을 만나 상처 받은 내 마음은 <따뜻한 시간>속에서 다시 아문다. <솜이의 종이피아노>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