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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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중앙/공원산책길 단상

2007.08.31 05:06

오연희 조회 수:311 추천:57

가끔 게으름을 피우긴 하지만..
거의 매일 아침 공원을 한 바퀴 뜀박질 하고 그리고
체조를 합니다.
공원 길을 뛰다 보면 늘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인, 히스페닉(중남미,멕시칸 사람들...), 흑인 그리고 동양인 등등..
외모만 봐도....대충 분간이 가지요.

그런데..외국인중 늘 만나는 분들과는 대부분 눈인사를 하거나.
한쪽 손을 살짝 들거나, 고개를 까딱이거나 …
하여튼…하이! 라고 말하는 제스츄어를 취하면서 아침
인사를 나누는데 서로….별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같은 동양인들은 평상시(공원에서가 아니라...)에
친분이 있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외면을 한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어쩌다가 제 쪽에서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거나
중국인이나 일본인 같을 때는 하이! 하고 웃으면…
어! 누구더라…하는 눈빛으로 멀뚱거리며 쳐다봅니다.
그럴 때는 솔직히 좀 민망합니다.

그냥..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아침을 이 공원에서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런 의미인데..
혹시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까봐 저도 요즘은 함께
멀뚱거립니다.

물론 살아온 문화와 관습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이해는 하지요.
그런데…거의 일년이 넘은 세월 동안 만나면서 얼굴이 익은
사람들인데..
계속 외면(특별하게 싫어서는 아닌 줄 알지만….)을 하는
것이 문화를 떠나서 어쩐지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잘아는 사람들끼린 한없이 다정한 우리들..
외국인들에겐 외국인의 관습을 따라 스스럼 없이
인사를 나눌줄 알고 같은 동양인끼린 또 우리들의 것을 따르는
어떻게 보면 상황 판단력이나 적응력이 빠른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혹자가 말하기를…
미국은 개인도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나라기 때문에 총에 맞아 죽을까봐
먼저 아는 척 하느라고 하이! 라고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디다만
이른 아침부터 그런 으스스한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공원 산책길에서의 단상이었습니다.
.................................

김예년 답글:

맞습니다

오래전에 처음으로 유럽출장을 갔을때
호텔에서 아침에 식사를 하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가는데

중간에 타신 거구의(엘리베이터끈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도록) 독일 아자씨가
첨본 동양인인 저와 사장님께 웃으며

"모겐"(구텐모겐) 그러며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겁니다

그래서 저도 멋지게 사장님 따라서

"굳모닝" 했지요..

한 열흘동안 만나는 사람(생전첨보는 모르는사람)
마다 상대방이 인사 먼저하기전에
내가먼저 잘난체 하며

"모겐"을 먼저 외쳤습니다

상대도 전부 웃으며 답례해주었습니다

(저녁엔 뭐라인사했는지 기억이 안남...)

그리곤 서울와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이웃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미친놈" 하는 눈짓을 받아서
지금까지 사람봐 가며 인사합니다

인사를 서로 잘하면 아름다울텐데...

다시 인사를 시작해봐??

..........................
오연희답글:
요즘 이말이 한국에서 유행한다고 하던데요.오호호..

근데...다시 시작하는거...
관두셔잉!^^
괜히...xx넘 취급받고 나면 가슴이 되려
쓰릴거니까니......

그리고 예년님은...오해 받을 소지가 더 많아요.
잘 생겼잖아요!
괜히...이쁜 여자한테..
안녕하셔..
했다간 뼈도 못추리는 불상사(?)가 있을지도 몰러여..

그리고...그렇게 인사잘하고 매너 끝내주는..
서양인들...
속이 다른경우 많아요.

오래전의 일인데..
타운하우스 수영장에서 이웃 백인여자가 어찌나
다정하게 말을 걸고 인사를 하던지..
실컨 수다떨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시끄럽다고 매니져 한테...
고발하러 가는 길이었더라구요. 으으^^^

너무 다른 정서를 가진..그들과 우리..

알아야 될거..너무많어...엉엉...
..............................
동감님의 답글:
솔직히 저도 길가다가
동양인들과 눈이 마주치면
"hi"나 "헬로우"가 쉽게 나오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저 움찔 하다가 훽 눈길을 돌리기가 일쑤이죠.
아마도 이런감정이 있어서 아닌가 합니다.

"짜아식 너도 이곳에 기를 쓰고 살러온넘이지? 그러니 나에게 도움을 주는데 별 도움을 못주겠지."

그런데, 실지로 제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동양사람(특히 중국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온 처지입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도움을 적지않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마주친 백인들에게 스스럼없이(마치 내가 백인이 거의 다된듯 확인하고 싶은 발악인지는 몰라도)"하이" 또는 "헬로우"를 하면서 동양사람들에게는 잘안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백인들에 대한 열등감이나 굴종감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동양사람에게도 애써 "하이"나 "헬로우"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결국 잘안된다면, 백인들과 마주칠때도 얼굴을 훽 돌리기라도 해야 할것 같습니다. ^^

세상을 이성적으로 살기가 때론 버걱습니다. ^^
......................
오연희답글
아마..
여러분들도 많이 느꼈을 부분일거예요.

제가 미국첨와서 이웃에 살았던 한국분의 세살난
아들이 있었는데..

그녀석을 보고 놀랜적이 있어요.

미국남자와 한국여자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인
또래 친구가 오면 헬로! 하고 인사를 하더니..

부모가 한국인인 토종 한국 친구가 오면..
한국말로만 인사하고.. 수다를 떨더라니까요.나참..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그들의 것에 따라주는 ...
좋게 생각하면 배려..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눈치만 늘어가지고서리...

제가 첨 미국와서 한국분 보고 반가워서..
한국분이시죠? 하고 인사했다가..
원 별 여자 다보겠네...하는 눈빛으로..
멀뚱거리는 얼굴 보고는..
속상했던 경험이 있어요.

정말...눈 마주치고 웃는 우리들이 되면 좋겠는데..
쩝쩝^^
.......................
티맘답글:
제가 놀라웁게도
지난주 내내 혼자 뛰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사람들이 저를 보며,
"저 여자 왜 혼자 뛰지?"하며 속으로 궁금해하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중국인 부부와 할머니가 있는데
아들이나 며느리하고 그리 재미나게 이야길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안 보이면,
할머니가 편찮으신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거든요.
저보다 오래 뛰고 들어오는 남편 이야기로는 늦게 나오신다고 했어요.

저희 동네, 특히 제가 아침에 뜀박질을 하는 조그만 공원에는
거의 90%가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입니다.
저야 뛰니까 말을 할 수도 없지만
한국 아주머님들은
그저 자식들 한테 음식 해 주는 일이 주로 화제인 것 같아요.

가끔 아는 척을 하긴 하지만
거의 인사를 나누지 않습니다.
솔직히 중국 할아버지 한 분이
한때 아는 척을 무척 하셨는데
저는 좀 부담스럽드라구요.

그러면서도 엘에이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뉴욕시절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그들의 따스한 눈길이 생각나서지요.
...........
오연희답글:
티맘님도 그런 경험이 있었군요..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그래왔듯이..
늘 보던 분이니까 정겹게 아침인사 나누었는데..
부담을 줄 정도로 아는척(?)을 해서..
그담부텀은 좀 쌀쌀맞게 대하거나..
그러기가 좀 불편할때는 그냥..동네를 뛰거나..
남편이랑 같이 나가곤 한답니다.

우리모두...
오해하지 말고 착각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인간적으로..
그렇게 아침을 맞는다면...

아침운동이 주는 기쁨이 더할텐데...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