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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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중앙/입은거야 벗은거야

2007.08.31 05:27

오연희 조회 수:411 추천:53

어제 UPS 에 갔다가 손님이 많아 기다리는 동안 내줄 앞에
선 두처녀의 허옇게 드러난 허리살에 자꾸만 눈길이 갔습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것도 실례일거 같아 다른데
쳐다보는척하면서 슬쩍슬쩍 훔쳐보았습니다.

한명은 새까만 흑인여성이었고 또 한명은 하얀 백인여자였는데
가만히 보니 윗옷은 어깨를 간신히 걸친 끈으로 되어있고
내려오다가 천이 모자랐는지 배꼽 위쪽 정도에서 땡거당^^
짤려버렸으니 상체는 거의 맨살이나 다름 없었지요.
입은 바지는 또 어떻구요.
엉덩이를 간신히 걸치고 굵은 벨트로 질끄덩 매었으니
맨살이 드러난 허연 허리 부분의 면적이 엄청 넓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바지벨트를 메어야 하는 허리부분인지
알 수가 없는 요상한 바지였지요.
가만히 보니 배꼽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달려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데 꾸욱^^ 참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저를 보면 허리를 푹푹^^
찌르던 것이 생각나서리…ㅎㅎ

아니 쟈들은 춥지도 않나벼! 속으로 생각하다가 제 차림을 보니
완전히 중 늙은이 였습니다.
앙고라 티셔츠 위에 울 쉐타까지 걸치고 발이 찬 편이라 다른
여자들처럼 야리까리한 양말이 아니라 이만치 두꺼운 양말까지
신고 있는 제 모습 말입니다.
오늘은 LA에 비가 오고 날씨가 쌔꼬롬해서 요전에 한국에서
엄마한테 얻은 분홍색 두꺼운 내복까지 껴 입었답니다.

허긴 저도 미스때 생각하면 그녀들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스때 어땠었느냐고요? 오호호.. 그냥 상상에 맞길께여…
하지만 오늘 본 갸들하고는 질이 달랐지요.
옷을 얇게 걸쳤을 뿐이지 그렇게 허연살 밖으로 내놓고
다니진 않았답니다.
그러면 볼장 다본 여자처럼 취급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들을 보면..
확실히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맨살을 노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보면 온몸에 흉터가 심한데도 개념치 않고 맨살을 내놓거던요.
그리고 그런 여자들 보면 꼭 날씬하지 만은 않거던요.
어이구머니!..제발 참아 주셔잉! 하고 싶을 정도로 공포의 삼겹살이
더덕더덕한 여자들도 당당하게 맨살을 내놓은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도 역시 우리와 생각이 다르구나! 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타고난 스타일에 관계없이 자신의 육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최소한 내가 가진 그대로 내놓아도 마음에 걸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 좋은 생활 태도가 아닐까..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전…제가 생각하는 단점은 가리고 싶어 하거던요.

..........................
류현석답글:
뭐 연희님 이야기 읽다 보니,
저희 누님과 어머님 생각이 나는군요. ^.^
저희 누님이 약간 아줌마라는 것을 망각하고,
신세대의 유행을 따라하기 잘하는 누님입니다.
한 3년쯤 전이던가요?
저희 내외가 한국을 방문하여,
부모님댁에 내려가게 되었는데,
누님도 동행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때 누님이 입으신 것이 청바지...
그것도 한창 유행이었던 낡은, 구멍이 뻥뻥한
청바지...
저희 어머님도 나이가 환갑이 지나신,
시골 양반이신지라 그런 걸 싫어 하시거든요. ^.^
내려가니, 차마 며느리 앞이라 시누이를
야단 칠 수는 없고,
한마디 하시는 말씀이...
"바람 솔솔 들어와 시원하겠다."
저희 내외와 누님은 배꼽 잡았습니다. ^.^
그때가 마침 여름이었거든요.
그래도 저희 누님은 꿋꿋히 그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개치고 다니십니다. ^.^
나이가 사십이 넘은 아줌마가... ^.^

신체의 노출과 옷 입는 것은
미국 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계층의 차이로
그냥 다른 사람 피해 주지 않게 입고 다니면,
별 상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거기에 동의하구요.
뭐 저야 엔지니어니까, 먼지 묻어도 상관없는
그런 종류의 옷들을 많이 입고 다니죠.

몇주전에 아리조나 피닉스에 컨퍼런스 다녀 올 때는,
발표하러 나온 한명은 츄리닝 바지 입고 나와서,
발표하던데요 뭐...
자기 할 일만 똑 부러지게 하면 되었지,
뭐 옷 입는 거는 지사정이니 내사정이냐? 하는 거랑,
내가 뭐 미스 유니버스 보러 오냐?
일하러 오지 그런 거랑 뭐 비슷한 것 같습니다. ^.^
가끔 가다 일부는 뭐 상대방 신경 안 쓰고,
제멋대로 일 처리하고,
손님 앞에 두고, 30분씩 개인적인 일로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도 보지만,
다양한 사회에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
한국도 마찬가지이고요... ^.^
단지 한국은 인구 밀도가 높아서 마주 치기 싫어도
마주 치는 빈도가 많고,
미국은 왠만하면 피해갈 수 있을 정도로
마주 치는 빈도가 적지 않나 하는
그게 차이라면 차이라고나 할까요?
그 대표적인게 뉴욕 맨해튼에 가보시면,
사람 대하는게 참 쌀쌀하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됨으로써,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피곤하게 생각하게 되는
그런 경지에 다달라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가끔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대하면서, 그런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질 못하고 계속 사람들을 대하니,
소위 짜증이라는게 나는게 아닐까 하고
사이비 심리학자가 해석해 봅니다. ^.^

저 혼자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죠? ^.^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꿈자리 해몽도 잘하니...
꺼야~ 꺼야~ 잘할꺼야~~~
혼자서도 잘할꺼야~~~ ^.^

....................
동감님 답글:
칭찬보다는 꾸중으로 교육받은 세대들의 특징이 아닐런지요?
저도 연희님 처럼, 단점은 가리고 싶고 장점들만 내보이고 싶은 사람입니다만...

요즈음 들어서는 그 단점이 정말 단점인지, 그장점이 정말 장점인지 헷갈리니와,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다고 가릴것 가려야 하고 보여줄것만 보여주어야 하는지 혼동 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 미국 사람들은 타인들에게 육체적으로 고통을 직접주는 행동이나 행위가 아닌한 자신의 권리로써 자신이 하고픈 대로 하고 사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도 백인들만의 권리에 한정되는 경우도 많이 있죠.)

간단히 말해서 이곳 미국사람들은 당당하게 살도록 교육받은것이고, 한국사람들은(특히 30대 이상) 주눅들으며, "모난돌이 정맞는다"식의 경고성 교육에 익숙해지면서 성장한 탓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한국의 틴에이져 이하 세대들은 미국사람들 뺨치게 당당하다 못해 싸가지 수준까지 이르기도 하는 또다른 세대문화를 보이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게 바람직한지 판단할 필요를 굳이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
오연희답글:
그동안 살아온...
우리만의 교육과 문화가 뇌리에 꽈악^^입력이
되어 있어서 보이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있는것 같아요.
솔직히 내놓고 보면 오십보 백보이긴 하지만..

제가 결혼생활하면서 얻은 아주 귀한 깨달음인데..
단점이 뒤집어 보면 장점이 될수 있다는것이었어요.
한예로 남편이 씻는것을 싫어 했걸랑요.이구구..
그것이 단점인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저를 너무도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더라구요.
아..요즘은 어떻냐구요?
뒤집어 졌지요 뭘..ㅎㅎ
남편은 처음의 저처럼 씻는것을 무쟈게 좋아하고
전요..웬만하면....대충 뭉개는...오호호..

그러니까 모든것을 다른시각에서 바로 볼수 있고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자꾸 바뀐다는거예요.

그러니까 동감님 말씀처럼 굳이 어느것이 바람직
한지 판단할 필요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