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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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중앙/정말 여자여서일까

2007.08.31 13:40

오연희 조회 수:226 추천:55

원래 그리 좋아서 나간 건 아니었지만 특히 요즘은 너무 바빠서 통 골프 연습장에 못나갔습니다.
그저께 몸이 너무 찌뿌둥해서 이럴 때 차라리 그 동안 못했던 공이나 한바게스
칠까 해서 나갔지요.

연습공도 갈 때마다 사는 것 보다 카드로 사서 쓰면 훨씬 쌉니다. 그런데 저는 카드를 집어넣고 공이 쏟아지면 공이 담긴 바겟스만 달랑 들고 연습장으로 휭^^하니 들어갑니다. 그런데 누군가 쏟살같이 제 뒤를 따라온 적이 여러 번입니다. 왜냐구요?
에구! 챙피혀… 사실은…들어간 카드가 다시 쏙 나오면 챙겨가야 다음에 사용하는데 맨날 그 카드는 까먹고 가버리거던요. 카드에 이름이 써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그만이지만….그곳에서 일하는 얼굴이 넙적한 그 맥시칸 아저씨가 친절하게 너! 또....까마귀고기 묵었제? 하는표정으로..그 순박한 웃음을 흘리면서 열심히 챙겨다 줍니다. 그럴 때마다 참으로 정직한 사람이네…속으로 생각하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수시로 그렇게 어리벙벙한 짓 잘하고 다니는 제가 그저께는 카드에 남은 돈이 작은 바게스 하나 만큼이어서 그래..몸도 별론데 조금만 치지…뭐..하면서 공을 뽑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돈을 써니까 카드를 다시 챙겨올 필요도 없었지요. 오늘은 맥시칸 아저씨 수고 안 해도 되네….. 속으로 배시시^^ 웃으면서 공이 쏟아진 스몰 바게스를 보았습니다.

그런데..큰바게스에 비하니 공이 너무도 조금이었습니다. 공이 작은 바게스의 3분의 2도 채 안되었습니다.(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이 정량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계가 잘못된 것 같아 계산대에서 일하시는, 갈 때마다 즐겁게 인사하는 미국 할아버지에게 갔습니다.

바게스를 보여주며 공이 너무 조금인 것 같다고 말했더니…여자는 노우 프라브럼 이라고 유머스러한 표정으로 농담을 하면서 바게스에다 공을 넘치게 담아주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 와하하! 함께 웃고 있는데 다른 아저씨가 들어오면서 그 소리를 듣고는 자신은 남자이기 때문에 프라브럼이라구…한 수 더 떠는 바람에 세사람 모두 즐겁게 웃었습니다.

정말 여자이기에 그렇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그때 그 분위기와 표정은 그들의 몸에 밴 유머감각 에서 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다음에 누가 그날의 저처럼.. 어떻게 보면 조금 얌체처럼 굴어도 재치 있는 말로 상대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유머감각을 익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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