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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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중앙/더치페이

2007.08.31 14:30

오연희 조회 수:525 추천:49

초대를 받았습니다.
저녁 7시 제가 살던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일본식 레스토랑인
Ginger Tree 로 갔습니다.
그 레스토랑의 음식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초대해준
6명의 친구들에게 어찌나 고맙던지요..
제가 영국에 살 때 6개월동안 함께 수업(women moving on)을 들었던
각국에서 온 아줌마들이 미국으로 떠나는 저를 위해 아이들을 모두
남편에게 맡겨놓고 저녁 시간을 내준 것이었습니다.
음식값이 비싼 (평균 일인당 30 파운드, 달러로는 45불 정도) 상당히 고급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그곳은 외곽에 있어서 거의 1시간 30분 정도를
드라이브 해야 하는 곳인데 모두들 곱게 차리입고 참석해준 것이었습니다.

다섯 가지의 Starter 메뉴를 시작으로 메인 메뉴 그리고 디저트까지 거기다
포도주도 한잔씩 돌리니 참으로 입도 마음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웃고 떠들다 보니 11시가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나는 음식값이 부담스러워 제가 먹은 것은 스스로 내야겠다고 마음으로
생각했지만 나를 초대한 친구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 같아 그냥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대로라면 7명이 먹은 합계에서 나를 뺀 나머지 여섯명이 나누어서
내면 최소한 한 사람당 35파운드($52) 정도 되겠군 생각하면서도
적은 돈이 아니라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내가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6명중의 한명인 영국인 마리안이
자신이 먹은것을 정확히 계산하더니 28파운드라며 Check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타이여인 깔라야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먹은것을 계산하더니
34파운드라며 역시 Check을 쓰는 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6명이 주인공인 나의 식사값을 나눠서 부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다른 사람도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이 먹은 것만 내는
것이었습니다.
전 사실 맘속으로 약간 당황스럽고 씁쓰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저녁에 가정주부들이 이렇게 시간을 내준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두 명은 따로 작은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너무 가볍고 산뜻함을 느껴졌습니다..
모두들 내가 먹은 만치 내가 낸다는 자연스런 모습에 처음엔 인정머리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비싼 식사 한번하고 여러 명에게 신세진 기분을
갖기 보다는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 6개월 동안 함께 공부했던 computer class 에서도 마지막
수업 후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그 동안 수고했던 선생님을 위해 8명의 학생들이 1파운드씩 내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고 함께 가까운 중국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근데 식사가 끝나고 나니 선생님 부터 시작해서 너무 자연스럽게 자신이
먹은 만큼을 페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적인 사고로는 선생님이 드신 식사값은 나이든 학생들이
분담해서 지불할게 틀림없지 않습니까?
인정 많은 한국인들의 지불 방식이 때로는 정겹게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런 인정 때문에 빗어지는 불미한 뒷이야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압니다

사실 어느 방법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관습이 자연스레
몸에 베어서 그런 것이니 한국친구들과는 한국식으로 또 다른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관습을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따르는 것도
이국에 사는 묘미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 미국인들과 그렇게 단체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
미국인들도 더치페이를 할 것 같은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 더치(Dutch)페이의 유래.
제가 알기로는 네덜란드사람을 Dutch인 이라고 하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여럿이 음식을 먹더라도 반드시
자기가 먹은 만큼만 지불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유래가 되어 음식 먹은 합계를 사람 숫자로 나누어 분담하는
것을 더치페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더치페이의 다른 의미를 알고 계신분은 리플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위의사진은 그날 함께 했던 6명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
장마리답글
요즘은 우리 한국도 그런 개념이 많이 정립되었을테지만 아직 문화적인 차이는 남아있겠지요.

저도 이곳의 지불방식이 편합니다.
쓸데없이 운동화끈 오래 묶지않아도 되고 니가 한번 샀으니 담엔 내가 사야지..하는 빚진기분이 안들어도 되고..성격마다 다른지 몰라도 저도 이런것이 적성에 잘 맞습니다.

철저히 따로 계산서 챙기는 것,
회사나 어떤 단체에서 지불을 해주더라도 일정한 선까지만 해주는것(음식외의 주류값은 본인이 낸다거나 하는 따위)이 오히려 사람관계를 깔끔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할때에도 pot-luck을 한다거나 자신이 먹을 술은 따로 조그만 쿨러에 담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역시 첨엔 좀 적응이 안되지만 한번만 겪어보면 얼마나 편하고 뒷맛?이 개운한지 모르죠.

역시 우리완 달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개념이 잘 반영된 모습이라고 봅니다.서로의 것을 다 귀하게 여겨주는 행위라고도 할수있겠죠.

이런 문화를 잘 이해못하고 겉에서만 보면 우리식의 '정'을 들먹이며 사람들이 흥분하기도 하는데 그건 오해라고 봅니다.

....................
오연희답글
제가 오늘 더치페이에 대해서 어느 연세지긋하신
이웃 한국분과 대화를 했습니다.

그분은 미국오신지 30년이 넘으신분인데
자신도 보통의 한국엄마처럼 그냥 학생은 공부만
잘하면 되지...그런맘으로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부모가 알아서 다했줬었다면서
아들며느리가 손자들에게 더치페이할때
분담을 주는것을 보고는 많은것을 깨달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에게도
더치페이의 분담을 줬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라는
거였습니다.
드디어 자신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하더라는 거였습니다.

전 그런생각까진 못해봤고 그리고 너무 일찍
돈을 알게 하는것이 바람직한건지 잘모르겠더
라구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는 역시 돌아가면서
내는것이 더욱 익숙하지 더치페이를 하면 어쩐지
거리가 멀게 느껴지거던요.
아마도 익숙한 습관이 되서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요즘은 한국분들 모임에 POT-LUCK이 보편화 되고
있어서 초대하는 가정이나 초대받는 가정이나 참
부담없고 좋더라구요.

모든 습관과 문화가 어느날 갑자기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차차...서로 부담을 주지않는
더치페이방식이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는
확실한것 같습니다.

정말 "정"이뭔지...
어쩜 우야무야 뭉개는 느낌도 들어있고..
끈끈한 인간미도 들어있고..

전...아직도 한국분들끼린 너한번 내고 나한번
내고 기회가 닿지 않아 못내면 할수없고...
이러는것이 더 정겹게 느껴지니...
세련될려면 멀었나봅니다요.
더치페이가 합리적인것 뻔히 알면서도...

캐나다인이나 미국인이나 비슷할것 같은데
그렇담 미국인들도 더치페이를 하는지..
다들 기회가 없었어 모르시는거 같네요.
저처럼...
기회를 만들려고 애써봐야겠어요.

평안한 주말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