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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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중앙/추석

2007.09.04 03:53

오연희 조회 수:482 추천:57

동감님글:
추석이니만치, 추석관련글들이 많이 올라왔군요.
저도 이곳 미국에서 오늘 아침 차례를 했습니다.

형님께서 이혼하셨기때문에, 제 아내눈치를 극도로 살피면서 차례를 드렸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차례상 받으시려구 먼 이국땅에 오실것을 상상해보니 죄송한 맘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차례상 준비를 모두 아내에게 맡겨 두기엔 좀 찔려서, 제가 동그랑땡도 부치고, 산적도 굽고, 정말 아침에 바빴습니다. 과일도 깍고, 지방쓰고, 향로도 피우고, 아이들 녀석 제일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니까, 차례상 준비로 정신없어 하던 아내도 고마워 했습니다.

모든 차레준비가 끝난후 첫잔을 어머님께 올리면서, 그동안 이사한 이야기, 가족들 소식들을 담담히 말씀드렸습니다.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눈물이 왈칵...
큰아들녀석이 이해못하는 눈치로 쳐다보길래..
그만 가슴에서 올라오는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나머지 남은 차례의식을 마쳤습니다.

차례가 끝난후, 어머님 생각이 더욱 절절해져서,정종술(정확히 사케, 일본술입니다. 어젯밤에 사왔습니다.) 음복을 몇잔 했더니 약간 취기가 돌았습니다.

식사 마친후, 두어시간 낮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들어와 보니 재미있는 글들이 올라왔군요.

먼저, 이곳 주인장님의 "차례의 의미란 무엇인가?"
사실 제일 중요한 물음이죠.

저도 매년 지내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은 별로 없는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말씀하신대로, 차례이건, 제사이건 돌아가신분들을 되새기고 살아있는 분들간의 안부, 덕담 주고받기가 주된 의미가 아닐까요?

예식을 따지면 너무도 다양하고, 집안마다 다르고, 대부분 집안에서 가장큰어른의 목소리대로 바뀌고하는것이 예절이니 만치 예절법에 대하여는 별로 큰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의식(차레, 제사 등등.. 예배도 그렇고)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짓이 아닌가 합니다.

옛날분들중에 제사나 차례에 대한 지적중에 제가 그래도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말씀은 천도교(동학) 2대교주이신 "최시형"선생님 말씀 입니다.

이분은 제사상이나 차레를 북쪽을 향한 벽에 지방이나 초상화 또는 사진을 두고 절들 하는데 이건 옳지 않다고 하시면서, 산사람들쪽으로 상차림을 놓고(환갑상 받는것처럼) 절을 드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귀신은 귀신세상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산사람들은 산사람세상에서 즐겁게 지내면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말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불과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제사나 차례는 사위가 처가집 제사도 다반사로 지내왔다는 사실입니다. 출가외인이니 하는 개념은 대부분 조선후기말에서 일제시대에 거쳐 굳혀진 의식이라 별로 역사적 전통적 의미도 크지 않은 사항이며, 현재는 대부분 약화되어져가는 가장(남자들)의 권위를 내세우기위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종에 한국남자들의 마지막 발악의 수단쯤으로 치부해도 별 상관 없을 듯 합니다. ^^

시간이 흐를수록 퇴색되어질게 분명한 전통이 될것 같습니다.

끝으로 장마리님께서 저를 여자로 오인하셨군요.
여자로 오해받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여자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덕분에 내가 여자로 지금껏 살아왔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저도 장마리님을 남자로 오인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요.
......................
류현석답글
사실 동감님의 말씀처럼,
많은 것들이 조선시대, 특히 조선말기에
이어지는 일제시대와 더불어 일반에게 잘못
인식되어 진 점이 많습니다.
고려 시절까지만 하도,
학문에 개방적이었고,
남녀 평등의 사회였다가,
이조시대 들어 오면서,
지금 이야기하는 당파싸움이라든지,
이것 저것 안 좋은 것들이 등장하고,
일본은 그걸 특히 부각시켜서,
한국 사람들은 이래서 안 돼 라고
친일 식민사관을 심어 놓았죠.
그래서, 어떤 분들은 교육 과정에서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빼자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모든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을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동감님, 동감이라고 표현해서 헷갈리지 마세요. ^>^
과거의 역사 - 선조들 포함 -는
단지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교훈을 얻는데 그쳐야지,
그걸 마치 현재인 것처럼 지나치게 숭상하는
모습도 보기 안 좋습니다.
살아 계실제 부모님께 효를 다하고,
자녀들에게는 사랑으로 감싸주고
그런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들이 아닐까요?
차례라든지 명절이라는 것도
같이 모여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목적이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
정아님이나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이제 품에 있는 자식들이
미국 여기저기로 흩어지면,
서로 얼굴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주고 받는 것도
쉽지 않을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명절의 의미가
가치를 발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나치게 번거로운 형식을 고집하느니,
그 속에 담긴 속뜻을 읽어내고,
그 의미를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아무래도 지금 이 게시판에서는
제가 제일 막내인데,
제일 설치는 것 같군요. ^.^

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
아니면, 제가 제 누님한테 밥 사달라고
할 때 써 먹는 멘트...
"하나밖에 없는 막내인데..."
그럼 누나는 그러죠.
"하나니깐 망정이지, 둘이면 큰일날뻔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내리사랑"이라고,
누나에게 밥값을 낼 기회를 양보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
정아님답글
아니, 이 미국에서 그런 full course로 차례를
지내셨단 말입니까?

저의 친정에서는 차례격식을 까다롭게 따지는 편인데 시댁 쪽은 천주교를 믿다보니 아무래도
제가 느끼기에 약식인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것도 20년이 넘게 그렇게 살다보니
오히려 힘들었던 옛날의 명절이 더 그립네요.

저의 친정 어머니는 차례음식에 쓰는 물도
따로 받아놓고 쓰시고, 방앗간에도 통금해제전에
떡살을 들고 가셔서 항상 제 일착으로 해 오셔야지
깨끗하고 정성이 담기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명절 전날에는 밤을 꼬박 세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동감님은 신세대? 아니면 자상한 아빠나 남편
이신것 같습니다.
저도 어릴때의 그 추억이 오늘날까지 살아가는
삶의 자양분이 된답니다.
교육은, 혹은 전통은 말로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조상으로부터 부모님을 거쳐
자신까지 연결되는 고리를 차례만큼 확실히
보여주는 의식은 없는 것 같읍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옛 식으로 하고싶은데
이곳은 거리상이나 시집의 분위기와 맞지가않아서...

동감님 부인께 잘 설명하셔서 아이들이 어릴때
그 습관을 들여 놓으면 노후에 부모들이
편하고(아이들이 객지에서도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고, 함께 참석 못해도 마음은 집과
부모님에게 향해있다는 것) 가족간의 유대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아이들이 어릴때 가족과 함께한 추억거리가 많은 아이는 결코 잘못돤 길로 가지않는 다고 믿습니다.

추석쇠시느라 바쁘셨는데 혹시 주부습진은 생기지 않으셨는지요?
습진에 바르는 약은 연희님이나 마리님이 잘 알것 같네요.
..(나니님, 저도 요즘 거저 먹습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
오연희답글
미국살다보니 아무래도 친척들과 함께하는 추억거리 연결고리를 많이 경험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편이지요.

저같은 경우는 시골에서 성장했지만 큰댁에서 제사를 드렸고 그리고 시집와서는 막내라는 핑계로 그리 신경써서 예를 보지 않아서인지 아는것이 정말 별로 없습니다.

추석이나 설이라고해서 특별히 음식을 해먹지도 않았고..
그냥 올케가 알아서 준비해놓으면 사발농사만 짓다가 오곤했기에 차례라던가 제사..어쩌고 하면 괜히...머리가 복잡해지곤 했습니다.

큰일을 그리 치뤄본 기억이 별로없고 뭔일이 있으면 주위사람들 달달 볶아서 얼렁뚱땅 치루다보니
내가 주관이 되어서 큰일을 치루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엄마 아내 주부라는 이름은 열심히 줒어섬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아짐니지여..ㅎㅎ

정아님 친정어머님처럼 모든것엔 정성이 먼저인데..
그런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면서도 전..
그러고 살지 못했습니다.

요즘 많이 회개하고 있습니다요!
왜냐면 제가 하는데로 딸도 그러더라니까요..나참..

근데 가족도 버릇들이기 나름이더라니깐요!
이런말은 좀 머슥하긴한데...ㅎㅎ
저의집 식구들은 지네 엄마가 상당히 잘하는줄 알더라구요!
긍께로 그냥 엉터리로 밀고나가면서도 큰소리 땅땅!^^ 쳤더니...어느정도는 먹히던걸요!

우리끼리만 얘기니까...제가 다 털어놓는거예여..오호호...

정아님 낭군님께도 비밀이예여..
오연희 아짐니는 사귀지 말어..물들것서..
조신한 내아내 정아가...

이러면 다 뽀록나서..전..그만 문닫아야 되는수가 있으니께로...ㅋㅋ

동감님...혹시 엄살아녀요?
똥그랑땡 몇개 구워주곤 에구구...하시는..

일단 지켜봅시다! 남자들말은 더 들어봐야 되여..
호호....

즐거운 주일 오후 되십셔!*^*
.............
오연희답글
그리고, 불과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제사나 차례는 사위가 처가집 제사도 다반사로 지내왔다는 사실입니다. 출가외인이니 하는 개념은 대부분 조선후기말에서 일제시대에 거쳐 굳혀진 의식이라 별로 역사적 전통적 의미도 크지 않은 사항이며, 현재는 대부분 약화되어져가는 가장(남자들)의 권위를 내세우기위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종에 한국남자들의 마지막 발악의 수단쯤으로 치부해도 별 상관 없을 듯 합니다. ^^

동감님..
오늘 저 완전히 으미^^ 기살어^^ 했잖습니까?

동감님이 올리신글을 쭈욱읽어가다가 바로 위의 귀절이 어찌나 맘에 들던지..

남편을 옆에다 앉혀놓고..
낭독을 시작했습니다.
특히...위의 귀절중에 일종의 한국남자들의 마지막 발악이라는 말에는 힘을 빡빡주어서 강조를 했지 뭡니까?

다듣고난 남편이 저의 의도가 어이가 없는지..
한참을 웃어제키더군요.!ㅎㅎ

그러면서 이젠 마누라 사기도 못치겠군..한마디하고는 슬그머니..사라지더라구요!

와우!^^ 이렇게 통쾌할수가 있습니까?

동감님의 똥그랑땡 부치는 모습을 상상하니 왜이리 즐겁습니까요?
안그래요?
마리님...!ㅎㅎ


즐거운 주일 보내십시요!*^*
..................
오연희답글
사람들이 성을 좋아하는거 확실해요.

성고문 이란 말만 듣고도 크릭수가 엄청 많잖아요.

성이라...

이름의 성도 있고 남성 여성의 성도 있고
성생활 할때의 성도 있건만..

고문이라는 말앞의 성은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인가 봅니다.

사실 성이란 말은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단어이건만 몰래 가만가만 크릭은 잘도 하면서 오픈하고 얘기하라면 인격에 손상이라고 있을세라 아주 거드럼을 피우는 경향이 있지요.

그리고 가장 심한 욕을 하고 싶을때도 꼭 성적인 말로 인격을 박살내기도 하고...

성이 갖는 여러가지 의미를 언제 한번 소재로 삼아보고 싶군요.

제목이 멋져서(?) ..흔적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