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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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김진학

2006.05.24 12:56

오연희 조회 수:309 추천:73




      *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김진학


      길가에 차례 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 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