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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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향수/정지용

2006.05.24 13:00

오연희 조회 수:343 추천:78



      ~ 향수/정지용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 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


      ♬ 이동원, 박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