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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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Chuck2017.04.04 05:08

여성분 들의 어휘가 묻어나는  이야기?

잘 헤아려 읽어 보았읍니다

 

재미 있는 시 한편 읽기..


수박 윤문자(1941~)


나는 성질이 


둥글둥글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허리가 없는 나는 그래도 

줄무늬 비단 옷만 골라 입는다 

마음속은 언제나 뜨겁고 

붉은 속살은 달콤하지만 

책임져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배꼽을 보여 주지 않는다 

목말라 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겉모양하고는 다르게 

관능적이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오장육부를 다 빼 주고도 

살 속에 뼛속에 묻어 두었던 

보석까지 내 놓는다 

이 시는 직선적이라 할까. '무엇은 어떠하다'라는 문법을 반복적으로 전개해가니 처음 시를 쓰는 이들이 한번 사용해 볼 만한 기법.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단계를 넘어 감동을 자아내고 있으니 기법으로 그리 단순한 것만도 아니다. 수박이 의미하는 바의 속성을 내 삶과 연관시켜 생의 본질을 관통하는 것. 아직은 수박을 논하기 너무 이른 절기. 그러나 요즈음 제철이 어디 있고 제철 아닌 게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딸기도 사시사철. 귤도 주구장창. 그러니 수박도 언제나 덩그러니 배를 내놓고 진열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는. 그래서 그리하여 그렇게 수박은 항상 주빈의 위치에 보무도 당당히 우리에게 오고 또 온다. 

이 시는 우화처럼 읽히는 재미가 있다. 백지 한 장을 주고 자신을 소개하라는 교수님 말씀에 이 시를 썼다는 시인의 말. 그러나 시를 쓰게 된 배경과 과정은 절대 중요한 게 아니다. 요는 감동. 감동을 주어야 하느니. 감동 없는 시가 난무하고 무미건조한 언어들이 활개를 치는 때에 이렇게 단순한 듯 정감 있게 다가오는 시의 힘이라니. 꾸밈이나 재주 없이 시가 우릴 이끈다. 이 시는 기본에 충실한 바, 그건 의인화와 비유의 원리. 이 시가 기댄 곳은 바로 그곳이다.(해설·한남대 국어국문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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