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by오연희

세월의 무게

posted May 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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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에서면 세월의 무게를 더 짙게 느끼게 된다. 무거워졌다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죽음쪽에서 보면 세월이 더 가벼워졌다는 말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어느쪽에서 보건 삶에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니 살아있는 것이 확실하다.

또 한 세월을 건넜다.

워낙 방향감각이 둔하고 길눈이 어두워 낯선 동네라도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더럭 겁부터 난다.

수시로 길을 잃고 헤맸다.

닥쳐오는 모든 내 생의 순간은 모두 낯선 동네다.

용기를 내서 발을 내딛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떠밀리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다.  

말이 술술 들어오지도 능숙하게 입이 떼어지지도 않는 낯선 동네에서 나를 꼭 붙드는 나를 본다.  

참 많이도 헤맸지만 여기까지 건너온 내가 참 용하다.  

주위에 나보다 더 용한 이민자들이 부지기수다.

감사의 눈으로 바라보니 모두가 축복이다.  


-"심상" 2006년 1월호 시작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