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사우나탕에서

posted Nov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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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탕에서/오연희


생명을 꺼낸 자국
온갖 사연의 문신
피할 수 없는 선택을 몸에 새기며 살아온
다양한 살색의
그 출렁이는 생명체가 경이롭다
운명처럼 걸머진
새겨진 그대로 당당한 그 이력들이 애틋하다
가릴 것 없는 공간
몸 속의 뻣뻣한 기운 한바탕 땀으로 쏟아내면
훤히 보이는 듯 보이지 않던
마음들이 열린다
관절염으로 무릎에 쇠를 박았다는 여인의
접혀진 날개
암 수술 받았다는
유난히 몸이 매끈한 어느 여인의 얼굴에
언뜻 스치고 지나가는 어두움
칼날로 깊게 패였을
저 깊은 속살 속의 무늬
그 희망의 알몸들이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