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멀미

posted Mar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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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오연희


미국에 첫발을 내 디뎠던 그날
시골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직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은 한 나라에
다른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
상상도 못했던 시차(時差)
내 머리의 반쪽이 어긋나게 붙어 있는 기분
멀미가 났다
-울엄마는요. 기차를 타도 멀미하고요 버스를 타도 멀미하고요
뱅기를 타도 멀미하고요…걸어다녀도 멀미해요- 에 화르르 웃었던 기억
‘시차멀미’ 하나 더해졌다
서부.중부.동부의 시차 한국과의 시차 몇 해 살았던 영국과의 시차까지
‘따로 또 하나’인 세상에 적응하느라 늘 멀미가 난다
영어와 한국어의 뉘앙스차이로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으로 일어나는 멀미
‘따로’ 쪽으로 기울어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멀미가 난다
나를 꼭 붙드는 내가 아프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소식을 듣고도 달려가지 못 하고
종내는 숨을 거둔, 사랑하는 사람들
몸은 여기 마음은 거기 그 출렁이는 바다를 생각하면 멀미가 난다
더 아프다


'심상'2007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