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34
전체:
1,291,666

이달의 작가
수필
2009.04.10 05:09

오바마 오씨

조회 수 1753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예나 지금이나 잘난 척하는 요소에는 집안자랑 자식자랑 재산자랑 학벌자랑 인물자랑 등등 참 많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자랑말고 아주 특별한 자랑을 하던 이웃이 있었다.


직급이 높으신 분의 아내에게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그 외에는 누구 엄마 라고 아이이름을 앞에 부르고 뒤에 엄마를 붙여 부르던 시절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한 이웃과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처녀적 이름을 불러주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결혼 후 잊고 살았던 내 이름을 먼저 내놓았다. '연희'에요. 이름을 말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성(姓)이 나왔다. '오' 라고 동복 오씨라고 내 본(本)을 말했다.


그런데 그 이웃 분이 갑자기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은 '전두환 전씨'라고 하는 것이었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였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저러랴 싶어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 이웃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농담 같지가 않았다. 그런 본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였다. 결국 자랑스러운 성만 밝히고 끝냈기 때문에 그 이웃의 이름은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난 미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리에 얽힌 온갖 수난의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서 보고 그리고 들었다. 그때마다 난 '전두환 전씨' 라고 힘주어 말하던 그녀의 심정을 헤아려보면서 혼자서 짠해지곤 했다.


성이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하는 판이니 대통령 당선자와 조그마한 인연의 꼬투리라도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랑하고 싶을까. 하지만 혹 지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로 인해 목이 간질간질한 분이 계시다면 조금 참았으면 싶다.


이번에는 정말 믿지만 기대를 져버렸던 역대 대통령들 때문에 노파심이 생겨서 하는 소리다. 5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그 날에도 처음 가졌던 그 자랑스러움이 그대로 남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아쉽게도 역대 대통령들과 그리고 이번 이명박 대통령 통틀어 나와 실오라기만큼도 닿아있는 인연의 끈이 없다. 워낙 뭐가 없으니까 배가 아파서 이런다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요즘 나도 그때의 그 이웃처럼 내 입장을 밝히고 싶은 일이 좀 있다. 우리 오씨 가문 중에 두드러지게 내놓을 만한 분이 없어 내심 기가 죽었었는데 이번 미국대통령 후보 중에 가장 유력한 분의 성이 바로 오씨다. 오…바마라고.



-미주중앙일보- 2008년 3월 28일

?
  • 오연희 2015.08.12 06:43
    고두울 (2009-05-11 18:16:40)

    고씨와 오씨의 다른 점은 ㄱ 과 ㅇ. 하나는 모가 지고 날카로와 낫을 연상시키지만 하나는 둥글어 오마니를 생각하게 만든다. 오바마 오씨인 예당아씨... 역시 글을 잘 쓴다.



    오연희 (2009-05-12 15:07:39)

    고(Go!)와 오(Oh!) 모두 신나는 성이지요.
    못먹어도 Go!
    Oh! 그대는...
    아무래도 Oh가 앞에 와야 완벽한 글이 될것 같은 이 느낌은...저 만의 착각인가요?ㅎㅎ

    넘넘 오랜만의 흔적..반갑습니다.^*^
    근데....글잘쓴다..는 말씀에.... 에....
    더 잘쓰도록 하겠습니다. 경롓!!
    고맙습니다.:)



    김진학 (2009-06-08 17:14:27)

    하하하~
    그렇네요.

    한국의 강원도 어느 산골에도 '오바마,라는
    분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오씨는 좋은 성씨인가 봅니다.
    오연희 시인님은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고...
    ㅎㅎㅎ

    잘 계시는 모습뵈니 좋습니다.



    오연희 (2009-06-15 18:06:28)

    와~~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흠..그러고보니 저도 너무 간만에 컴앞에 앉았어요.
    잊지 않으시고 남겨주시는 흔적 감격이에요.^^
    여전하시지요?

    오바마라는 한국사람이 있다니...진짜 우스워요.
    아...아이..저..전혀 돋보이는 인물 아니거든요.ㅎㅎ

    반갑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9 수필 "결혼 생활, 그거 쉽지 않지" 오연희 2015.07.06 291
408 "나는 기쁘다" 오연희 2003.06.22 1081
407 수필 "내가 뭐랬냐?" 오연희 2003.06.29 906
406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에 대하여 1 오연희 2008.03.03 1462
405 수필 "정말 충분했어" 오연희 2003.07.12 832
404 수필 '드롭 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 오연희 2015.07.06 174
403 수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오연희 2018.09.26 177
402 시작노트 '어머니' 그 무게감 1 오연희 2006.05.04 1125
401 수필 '우두커니'를 거부하는 사람들 4 오연희 2017.11.30 182
400 수필 '우리'의 정서 오연희 2007.08.07 1694
399 수필 '조심조심, 미리미리' 오연희 2017.08.02 142
398 수필 '카톡 뒷북녀'의 카톡 유감 4 오연희 2017.03.14 231
397 -도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를 읽고- 오연희 2006.08.09 908
396 2023 한국일보창간 축시 file 오연희 2023.07.17 64
395 5월의 이별 오연희 2006.06.14 787
394 8월 오연희 2012.08.12 779
393 수필 94세 시어머니 1 오연희 2006.05.09 1308
392 Help Me 1 오연희 2006.07.13 748
391 K시인 이야기 오연희 2005.01.19 701
390 YMCA 1 오연희 2007.08.03 132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