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그네타기

posted Mar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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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타기

                   오연희

구미국민학교 1학년 1반 그 여자아이
해거름 저녁이 다 됐는데도
그네를 타고 있네
아득히 먼 운동장 저 끝 가뿐히 내려앉을 듯
막차의 아쉬움으로 다리 한껏 굴리고 있네

학생 선생님 부모님 장사꾼들까지 그득그득 담아내던
운동장
어린 눈길이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넓은 우주
그 한 모퉁이 그 아이 여전히 그네를 타고 있네

그 아이는 다리 힘껏 굴러 하늘 높이
그 곁에 가만히 다가 앉은 나는 다칠세라 나지막이
어린 나와 어른이 된 나
나란히 그네를 탔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들 찾느라 안경도수 높아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들 잡느라 손등의 힘줄 날이 서 있는데
헛손질만 하다 왔어도 눈 뜬 세상은 너무 넓어
낮아도 다 보이네 운동장 저 끝

꿈꾸듯 그 아이 바라보았네
보이니? 그 너머

20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