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36
어제:
6
전체:
1,292,166

이달의 작가
2007.05.04 09:47

나를 살게 하는 소리

조회 수 115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를 살게하는 소리/오연희

부엌을 개조한 뒷방, 움푹한 토굴 속으로
다리하나 조심스레 내리는
늙은 가장(家長)
중심을 잡느라 잠시 뒤뚱 하더니
남은 다리와 함께 몸을 말아넣는다
휑한 세월도 따라 들어간다
바닥에 몸을 눕히는 가 싶더니
코 고는 소리 간간히 새어 나온다
칵, 정점에 이른 후 한참을 잠잠하다
혹시나 하여 슬며시 다가가니
한꺼번에 쏟아내는 폭발음 문을 밀치고 나온다
고삐 풀린 세월이 부리나케 튀어나온다

도마소리에 청청한 아침이 열린다
숭숭 썬 풋배추에 간장과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비벼낸
고슬고슬한 밥,
어머니의 사랑이 고봉으로 얹혀있다
손가락 뭉퉁한 거지가 들어서자, 잔뜩 겁 먹은 소녀
움츠려드는 손으로 음식 한 됫 박 건네준 얼굴
침침하던 부엌이 환해진다
넋두리부터 풀썩, 부뚜막에 내려놓은 미제장수 명옥이 엄마
퍼질고 앉은 엉덩이가 천근이다
방에서, 푹 꺼진 부엌으로 고개 디밀고 있다가
펄펄 끊는 미역국속으로 얼굴 쳐 박은 아이
비명소리 자지러진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낸 시간들
세월에 찌들지 않은 것들 끊임없이 살아난다
처음에는 간간이, 정점을 지나는가 싶더니
폭발음으로 쏟아진다

나를 살게 하는 소리다


-2007년 '문학과 창작' 가을호 -

?
  • 오연희 2015.08.12 13:24
    오선희 (2007-05-07 19:30:47)

    언니!
    오늘은 어버이날-
    아버지 엄마께 전화 드렸더니
    "너가 제일 효녀다" 하시네
    근데 다음 말씀ㅋㅋㅋ
    아침 일찍 언니 전화 받았는데
    "너가 제일 효녀다" 하셨다네
    어버이 마음인가 봐!
    언니! 고마워
    언니 글은 "나를 나"이게 해



    오연희 (2007-05-10 10:12:59)

    선아,
    우린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지만
    세밀한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다르지.
    달라도 고개를 끄떡일수 있는
    우린...그래..
    이런 우리가 이땅에 얼마나 될까

    울엄마..
    내 수다가 좀 길어지니까
    야가 와이라노..하는느낌
    팍팍^^오더라ㅎㅎ
    결국은 성당갈 시간 늦었다고
    고백하더라.
    하여튼 나..
    눈치없기는 옛날이나 똑같애..
    그래서 연꽁이잖아!^*^

  1. 뭉크의 절규

    Date2008.04.18 Category By오연희 Views1332
    Read More
  2. 꽃, 뿐이네

    Date2008.03.14 Category By오연희 Views1342
    Read More
  3.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에 대하여

    Date2008.03.03 Category By오연희 Views1462
    Read More
  4. 장아찌를 담그며

    Date2008.02.28 Category By오연희 Views1316
    Read More
  5. 겨울

    Date2008.01.15 Category By오연희 Views1424
    Read More
  6. 우산속의 봄

    Date2007.12.03 Category By오연희 Views1657
    Read More
  7. 기둥

    Date2007.08.28 Category By오연희 Views1365
    Read More
  8. 문학의 숲

    Date2007.08.23 Category By오연희 Views1406
    Read More
  9. YMCA

    Date2007.08.03 Category By오연희 Views1325
    Read More
  10. ‘깜빡 깜빡'

    Date2007.08.02 Category By오연희 Views1296
    Read More
  11. 밥심

    Date2007.07.25 Category By오연희 Views1105
    Read More
  12. 사랑 2

    Date2007.07.03 Category By오연희 Views1087
    Read More
  13. 축제, 그 다음

    Date2007.06.27 Category By오연희 Views848
    Read More
  14. 한 겹

    Date2007.06.13 Category By오연희 Views1200
    Read More
  15. 안개 속에서

    Date2007.06.13 Category By오연희 Views1040
    Read More
  16. 무너지고 있다

    Date2007.05.23 Category By오연희 Views1039
    Read More
  17. 나를 살게 하는 소리

    Date2007.05.04 Category By오연희 Views1152
    Read More
  18. 노오 프라브럼

    Date2007.04.25 Category By오연희 Views1147
    Read More
  19. 또 하나의 하늘

    Date2007.04.25 Category By오연희 Views822
    Read More
  20. 멀미

    Date2007.03.14 Category By오연희 Views12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