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4
어제:
22
전체:
1,292,046

이달의 작가
2008.08.01 04:50

지진, 그 날

조회 수 134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진, 그 끔찍한 멀미/오연희




빌딩의 떨림이 온 몸으로 번져오는데 몇 초
소름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어떻게 만 연발하다가
곁에 있는 사람을 꽉 껴안았다
창 밖에는
놀라서 뛰쳐나간 사람들의
부르르 떠는 몸짓들이 보인다
머지않아 흔들림은 잦아들었지만
몸 구석구석 스며든 여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버스 기차 비행기 배…
멀미 약이라면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이 먹고 살았다
강력한 약 기운에 슬며시 꼬리를 내리던 의식
지구 안인지 바깥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몽롱한 어둠을 헤매는 동안
세상은 알아서 돌았다

멀미 때마다
부활의 기쁨처럼 내딛었던 땅
이젠 그마저 눈 똑 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입 쩍 벌린 아가리로 불길 활활 뱉어내다가
한 순간에 꿀꺽 삼켜 버릴지도 모르는
못 믿을 땅

하늘 뿐이구나


 

2008년 7월 29일

?
  • 오연희 2015.08.12 08:34
    이주희 (2008-08-01 13:55:59)

    자연이란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오래전 큰 지진이 LA에 왔었을 때
    어르신들이 우왕좌왕하며 밖으로 뛰어나오셨지만
    노인을 돌보고 계셨던 친정어머니는
    환자를 업고 7층 비상구 계단을 내려오신 적이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날 때면
    용감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두려움의 제 멀미를 떨쳐봅니다.
    감사하게 잘 읽고 갑니다.



    오연희 (2008-08-04 22:38:25)

    정말...천재지변 앞에서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는것 같아요.
    상대를 생각하는 그런 행동 절대 아무나 못하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잃지 않는...어머니...세상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담에는 저도...겁만 먹지말고...그런사랑.....애써볼래요.^^*



    허 경조 (2008-08-09 05:12:16)

    저는 아직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어떤 심정인지는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예수님과 연관된 지진은 십자가 처형시(마27;5)
    부활시(마28;2)
    또한 세상의 종말이 있기전 처처에 지진이 있으리라고 예언하셨습니다. (마24;7 , 막13;8 , 눅21;11)
    마지막으로 어린양이 여섯째 인을 뗄때 큰 지진이 발생한다고 재차 언급되기도 합니다(계6;12)

    인간의 연약함을 다시금 깨닫고 기도하는 수 밖에
    우리가 할 일이 없을진대 그 생각도 안날때는
    그저 옆사람을 껴안는 것 외에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연희 (2008-08-12 12:45:18)

    살아가는것이 어쩔수 없는것들 투성이지만
    지진...내 육신이 묻힐 흙의 반란
    그끔찍한 한계를 잠시 경험했네요.
    그래요...껴안는다는것은 그렇게 큰 힘이었어요.
    허경조선생님의 오랜만의 흔적도 힘이 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9 아버지의 자전거 1 오연희 2005.03.16 735
208 러브 담은 입술 오연희 2004.05.18 733
207 내 추억의 집은 오연희 2004.05.05 732
206 수필 [이 아침에] 찢어진 청바지에 슬리퍼 신은 목사 오연희 2013.09.25 731
205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오연희 2003.08.21 730
204 한해를 보내며 오연희 2003.12.27 729
203 블랙 엥그스 오연희 2012.03.20 728
202 풍경 오연희 2005.08.17 727
201 추석단상 5 오연희 2004.09.25 726
200 수필 [이 아침에] 연예인들의 가려진 사생활 오연희 2013.04.30 716
199 해변에서 2 오연희 2003.08.05 715
198 사진을 정리하며 오연희 2004.04.02 714
197 생명 오연희 2005.08.03 714
196 그래도 그 말 밖에 오연희 2014.02.14 710
195 해변에서 오연희 2005.08.03 709
194 손망원경 오연희 2005.06.15 708
193 수필 [이 아침에] 한국과 미국의 세일 차이 오연희 2013.04.30 706
192 어느 여름날의 풍경 오연희 2004.08.05 705
191 목련꽃 피면 오연희 2005.01.26 705
190 짝사랑 오연희 2003.09.08 701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