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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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5.07.07 02:45

무너진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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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나무 한 그루


-위안부 할머니시여   -                                                            

 

산책길에

넘어져 있는 늙은 나무 한 그루

둥치가 들린 채 벌렁 누워있다 

 

뿌리들 사이로 삐져나온 지하수 파이프는

둥치를 깊숙이 관통한 채

꽂혀 있는 닙본도(日本刀)

 

살아 있는 심장에 찔러 넣어

죽어도 빠지지 않는 칼날을 붙잡고

아, 아직 피를 토해내고 있는

몸부림치는 소리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한마디만 해 달라 그리 외쳐대는데

인두겁을 쓴 저 짐승들

끝까지 짐승으로 남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발걸음만 재촉하며 돌아가는데

삐죽 솟은 지하수 파이프 위에는

다람쥐 한 마리 올라앉아 있고

나무는 이제 곧

토막토막으로 잘려나가 사라질 모진 생

눈물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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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뭉크의 절규

  2. 물은 친절하다

  3. 문학의 숲

  4. 무너진 나무 한 그루

  5. 무너지고 있다

  6. 목소리는 인격, 무얼 담을까

  7. 목련꽃 피면

  8. 모전자전

  9. 명당자리

  10. 멍청한 미국 샤핑몰

  11. 멀미

  12. 머리 가려움증과 한국인의 정

  13. 말 걸기

  14. 만화 '국수의 신'을 읽는 재미

  15. 마음 비우고 여여하게 살아

  16. 릴레이

  17. 렌트로 살기, 주인으로 살기

  18. 레돈도 비치에서

  19. 레나 마리아/봉사의 힘

  20. 러브 담은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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