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다이어리

posted Jan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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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오연희



생일은 붉은색, 지불마감일은 파란색,
이런저런 사연은 검은색
새해 다짐과 함께 쓰여진 기록들은 색깔 구분이 분명하고
모양새가 반듯하다
달이 더할수록 색도 모양도 제멋대로
삐져 나온 글자, 비스듬히 쓰여진 약속시간,
구석구석 혼란스러운 메모들
돌아보면 나름대로 빛나던 날들이
공평하게 배당 받은 하루 속에서
숨 쉬고 있다

그 어디쯤
한 달에 두어 번 암호처럼 은밀히 눈짓하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미어질 때 더 잘 보이는 음력숫자
한번도 본적이 없는 조상님 조차 의미가 되어
어스름한 달빛 헤집고 나온다
왜 해마다 생일이 바뀌냐는 아이들의 투정이
전설처럼 남을지도 모르는,
뿌연 달빛처럼 기억될 그날을 살고 있는 우리들
달빛 받고 태어난 세대는 점점 사라져 가고
태양처럼 빛나는 생명들 붉게 인치는
다이어리는 계속되고.


-'심상' 2007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