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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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7.02.14 08:52

고등어를 손질하다

조회 수 10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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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손질하다/오연희


벌떡 헤엄쳐 나갈 것 같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 한 마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서슬 퍼런 칼로 목을 겨누다가
내리친다
팔로 전해오는 감이 써늘하다
뜨거운 물결 파르르 가슴에 인다

툭 떨어져 나간 덩어리
잠시 망을 빼놓은 디스포절(disposal)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간다
‘마저 손질하고 꺼내야지…’ 라던 생각 잊어버리고
스위치를 올린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 오른 고등어 대가리
“네가 날 죽였지?”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든다
‘악!’
비명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만일로 이만일로…
두근대는 가슴 힘주어 쓸어 내린다

잠자고 있던 두려움들 일제히 일어나
내 속 와르르 무너지는 이런 날은
변명할 여지없이
산에, 바다에, 하늘에 묻는다
아니 시에 묻는다.
핏물 흥건히 베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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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 2

  2. 축제, 그 다음

  3. 한 겹

  4. 안개 속에서

  5. 무너지고 있다

  6. 새벽 빛

  7. 나를 살게 하는 소리

  8. 노오 프라브럼

  9. 또 하나의 하늘

  10. 멀미

  11. 신기루

  12. 사랑

  13. 나의 아이들아

  14. 기와 사이에

  15. 고등어를 손질하다

  16. 다이어리

  17. 밥솥

  18. 들리지 않아

  19. 성탄카드를 샀네

  20. 깨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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