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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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3.08.21 08:36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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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오연희

짝뚱이니 짜가 라는 말을 들으면 슬프다
가짜 조차 눈 길 돌려야 하는 그 가난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젊음이 슬프다

혼수감으로 다투고 헤어진 연인들의 아름다웠던 추억
작은 화분 속에 옹크리고 있는 큰 나무의 뿌리가 슬프다

닉네임으로 온갖 말을 쏘아대는 투명 인간의 진실
추한 과거를 너무도 당당하게 밝히는 뻔뻔한 현실이 슬프다

치매로 지난 날을 완전히 잊은 어머니의 왕성한 식욕
젊은날의 방탕으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버지의 어깨가 슬프다

자신만이 진짜라고 외치는 진짜가 슬프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헤아리는 내가 또한 슬프다



2005년 2월2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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