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엄마, 아부지

posted Dec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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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부지/오연희

아부지는 그리 능력 있는 남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너그 아부지는 그저 사람만 좋았제
이제 와서 이런 말 해봐야 뭐하노 하시면서도
가끔 억울하다는 듯이 한마디 던지는 울 엄마

그때 능력 있는 남자가 못되어 엄마 실망시켰던 댓가인지
여든이신 아부지가 설겆이도 거들고 청소도 하시며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엄마의 가장 큰 힘이 되셨다

늙은이가 아픈 것은 할말이 아니라며 꼭꼭 숨기고 사시는 아부지
아들 먼저 하늘나라 떠나 보낸 죄인이라며 외출도 삼가시고
기죽어 사시는 울 엄마
미국딸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화 한 통화 그리고 알량한 돈 몇 푼

미국 좀 오세요! 집도 넓은데…권했더니
네가 한국 오면 된다!
단호하게 거절하시는 울 엄마
아들 뺏어간 미국은 나쁜 나라
나쁜 나라에 사는 나쁜 딸이 눈물로 용서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