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3
어제:
1
전체:
1,291,680

이달의 작가
수필
2016.03.29 01:21

인터넷 건강정보 믿어야 하나

조회 수 194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차에 타면 별생각 없이 라디오를 켜고 고정해 놓은 채널을 듣는다. 운전하는 시간대에 따라 뉴스 음악 쇼 대담도 듣고 프로그램 사이사이 광고도 듣는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광고에 웃음 짓기도 하고 듣기 거북한 광고에는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기도 한다.

협찬 업체에서 직접 나와 제품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제품 설명하는 분들이 얼마나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지 사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인다. 애용하면 생활의 질도 높아지고 건강과 미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검증된 기능 제품이 저렇게 많은데 주위에 아프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뿐 아니라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또래들도 아프단다. 얼마 전 나보다 한참 아래 여자들 수다 자리에 잠깐 귀 기울이다가 이곳저곳이 아프다며 '우리가 그럴 나이잖아!'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옛날 그 나이 생각하면 건강한 편이건만 아무튼 건강 정보도 아프다는 말도 홍수 시대인 것 같다.

인터넷 검색창에 아픈 증세를 쳐넣으면 온갖 정보가 다 나오고 이메일과 카톡을 통한 지인들로부터의 건강 정보도 수시로 받는다. 많은 글이 박사 교수 의사와 공신력 있는 연구소의 연구 결과물들이다.

몇 해 전 전자레인지가 얼마나 인체에 나쁜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이메일로 받고 친한 친구에게 보냈다. 다음날 답이 왔다. "우리 시어머니는 전자레인지 생긴 이래 수십 년간 자식들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준 음식 데워서 드셨는데 지금 93세거든."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라니.

인공조미료 사용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운 식당을 보며 조미료 든 음식을 먹으면 몸이 붓는다는 이웃의 사연을 들으며 조미료는 절대 나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조미료가 인체에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말이 여자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미료 안 넣으면 애들도 맛없다고 안 먹어' 한 분이 입을 떼자 '우리 엄마도 그래' 105세 친정엄마를 모시고 사는 권사님의 말에 또 머리가 띵해진다.

현미의 효능을 철석같이 믿고 현미밥만 고집하던 이웃은 현미보다 백미가 좋다는 새 연구결과에 혼란스러워한다. 나 역시 하루 커피 3잔은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는 말에 극도로 자제해 왔는데 3잔 이상 마시면 암 예방 혈압 강화 계산력 향상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에 '어쩌란 말이야' 하는 기분이다. 근거가 확실한 연구결과도 또 다른 근거를 들이대며 결과를 뒤집는 예도 있고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 중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연구결과가 달라져 보이기도 한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매사 일희일비하지 말자면서도 몸이 불편하면 좋다 나쁘다는 것에 예민해진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완해 줄 제품을 선택해야 할 때 현재까지 나와 있는 연구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좋다 하면 코를 박다가 안 좋다 하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습성에서 벗어나 좀 느긋해지면 좋겠다.



미주 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6.3.26

    
?
  • Chuck 2016.03.29 03:42
    인터넷에 존재하는 대개의 정보는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증명되지 않은 정보들이다.

    오죽하면 한 대학생이 졸업논문을 쓰며 참조했다는 외국 문헌의 URL을 찾아가

    조사해보니 미국 촌구석 중학생이 쓴 학교 숙제였다는 웃지 못할 실화도 있을까.

    왜 인터넷의 정보에 대해 확신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제대로 된 정보를 찾고 싶다면-

    그 정보는 믿을 만한 사람 혹은 기관이 증명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뛰어가 관련 서적을 뒤적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오직 인터넷에만 의존하여 자신의 지식을 증명하는 위험을 감내할 필요는 없다.
  • 오연희 2016.03.29 06:27
    근데...서점으로 뛰어가는 사람....아무래도 드물 것 같아요.
    흔적 반갑구요.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9 수필 파피꽃 언덕의 사람향기 12 file 오연희 2017.05.01 261
368 수필 헤어롤, 이젠 웃어넘길 수 있어 10 오연희 2017.04.04 367
367 수필 '카톡 뒷북녀'의 카톡 유감 4 오연희 2017.03.14 231
366 수필 태극기도 촛불도 '나라 사랑' 15 오연희 2017.02.22 269
365 수필 드라마 '도깨비'에 홀린 시간 4 오연희 2017.01.31 316
364 수필 함께 밥 먹는다는 인연의 대단함 4 오연희 2017.01.19 9787
363 수필 정전이 남기고 간 것 4 오연희 2016.12.28 403
362 토마토 수프 5 오연희 2016.12.20 237
361 수필 꽉 막힌 도로와 한국 정치 6 오연희 2016.11.29 387
360 수필 남가주에서 꿈꾸는 '가을비 우산 속' 2 오연희 2016.11.09 648
359 수필 부고에서 읽는 세상살이 4 오연희 2016.10.19 404
358 수필 야박해진 국내선 비행기 인심 6 오연희 2016.09.14 329
357 잔치국수 4 오연희 2016.08.29 224
356 수필 렌트로 살기, 주인으로 살기 4 오연희 2016.08.25 99
355 폐가(廢家) 4 file 오연희 2016.08.08 207
354 수필 목소리는 인격, 무얼 담을까 2 오연희 2016.08.01 156
353 수필 신문에서 만나는 연예인과 스포츠인 2 file 오연희 2016.07.01 127
352 수필 보물단지와 애물단지 5 오연희 2016.06.20 144
351 수필 은행 합병과 자녀들의 결혼 2 file 오연희 2016.05.28 175
350 수필 나에게 온전히 몰두하는 아름다움 2 오연희 2016.05.19 15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