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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50대 여선교회가 후원하는 선교사가 있다. 한센(나병 혹은 문둥병으로 불렸던)인들을 위해 설립된 선교회 소속인데, 1993년 고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 천대승 목사의 간청으로 필리핀 한센인들을 위한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그의 선교 소식을 접하며 그가 시인인 것과 장애인이셨던 아버지로 인해 장애가 있는 분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아픔도 알게 되었다.

2015년 들어 특별 기도요청 메일을 몇 차례 보내오셨다. 3월 3일에 보내온 메일의 제목은 '북한에 억류 중인 임현수 목사님을 위해서'였다. 내용을 요약하면 선교사님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생 선교회(CCC)에서 만난 당시 CCC 모임을 인도했던 형이 바로 지금의 임현수 목사님이시란다. 세월이 흘러 토론토 큰빛교회에서 목회하시는 임현수 목사님은 15년 전부터 북한의 고아들을 돌보는 일부터 시작해 국수공장과 라면공장을 세워 배고픈 북한 주민을 섬겨왔고 방북도 수없이 하셨다. 지금 북한에서 한 달 동안 소식이 없다. 신변 안전과 캐나다로 무사 귀국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임현수 목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는 메일을 받은 후부터 종종 인터넷 검색을 해보는데 한 동영상이 나의 눈을 붙잡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앞날을 예견하는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의 분석이 실린 '북한 25시'라는 한국 TV 프로그램이다.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도 있지만 북한 당국이 엄격히 통제하는 종교의 전파를 실행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북한이 취할 태도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간첩 행위를 자백했다고 나오든가 다른 하나는 그동안의 활동을 봐서 추방한다는 것이다.

억류 5개월 후인 7월 31일 보내온 선교사님 메일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내용인 즉 7월 30일 임현수 목사가 반공화국 전복 음모 책동을 감행하다가 체포되었고 그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는 것이다. '간첩 행위를 자백했다고 나오든가' 라던 전 북한 외교관의 예견이 그대로 맞아 들어간 것이다.

선교사님은 임현수 목사님의 기자 회견 동영상을 모두 보았다며 북한이 교활한 협박을 가한 것이 틀림없다. 목사님은 죽는 것이 두려워 그런 기자 회견을 자청하실 나약한 분이 아니다. 건강한 몸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교우들 곁으로 속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해 달라고 거듭거듭 부탁하셨다.

바로 며칠 전 8월 10일 다시 '고난 가운데 있는 선교사님들을 위해서'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여러 땅끝에서 고난 당하고 있는 선교 동역자가 다니엘처럼 강인한 수퍼 선교사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하셨다.

사람은 세 번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첫째는 엄마 배 속에서의 태어남이고 둘째는 영적으로 거듭남이고 셋째는 사명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국내외 선교사들의 선교 편지를 읽으며 사명을 위해 사는 사람은 세상이 감당치 못한다는 말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같은 말 다른 문화를 가진 북한 동족을 향한 임현수 목사님의 거룩한 사명감과 작금의 위기를 생각한다. '하루속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임목사 가족의 바람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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