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1
전체:
1,292,184

이달의 작가
2004.02.14 15:01

당신

조회 수 113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당신

“어머니, 저에요”
구순 어머님께 전화할 때의 당신의 음성과 표정은
아마도 열살 때의 천진함 그대로
어머님의 벅찬 즐거움이겠지요

아내의 부모도 같은 부모라며
매달 잊지 않고 송금하면서도 늘 뒤로 물러서있는 당신
당신의 밑지는 계산법에 딸 둔 부모의 기쁨
당신을 위한 기도로 바뀝니다

‘중부지역 비’ 라는 기상대 소리에
즉시 딸에게 전화하는 당신
“아빠가 내 아빠라서 너무 행복해요!”
딸이 만든 생일카드가 방긋이 웃고 있네요

아들의 교통위반 벌금 400불을 8개월동안 용돈에서
깎아버리는 매정한 당신.
그런 아빠랑 대화하는 것을 편안해 하는 아들
먼 훗날 당신 같은 아빠가 되면 좋을 것 같지요?

둥지 튼 머리로 따라 나선 새벽예배
하루의 첫 시간 함께 드리고
주일날 성가대 위해 큰 커피포트 씻는 모습
딸 말처럼
정말 ‘큣’ 한 당신이네요

온종일 열정을 다해 일하는 당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아이 둘은 공부하고,
냉장고는 가득차고, 사람들을 청할 수 있으니
음식을 만드는 나, 왜 이리 푸근해지는지

수다모임 떠나는 아내 위해 세차 해놓고
뒷모습 흐뭇하게 바라보실 당신
’사랑’ 의 참뜻을 알게 해 주는 당신은
내 마음 저 깊은 곳을 다 차지하고도 남는
영원한 나의 애인입니다

2004년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당신의 아내로부터


imagesV4JRW8SK.jpg




그저께 토요일(2/14) 기숙사에 있는 아들이 집에 왔다.
주일날인 어제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아들이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아빠는 발렌타인스 데이에 엄마한테 뭘 선물하셨어요?”
“아무것도 안했는데..”
“참…아빠도..”
‘그러시고도 무사하세요?’하는 아들의 표정이었다.
“ 넌..뭘 모르는구나!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한테 선물하는 날이야..”
“아니에요.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거에요”
“넌했냐? 여자친구한데…”
아들은…대답 대신에 빙긋이 웃었다.
“한국에선 여자가 남자한테 선물하는날로 알고 있던데..”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에요”
끝까지 아니란다.
“얘! 아무래도 엄마가 손해본거 같구나..사실은 엄마가
사랑시를 지어서 영상에 “사랑해요 “ 하는 음악까지 좌악 깔아서
아빠한테 바쳤잖냐?”
“에구!! 엄만 왜 맨날 이러니?”
아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엄마 홈피에 올린 아빠한테 바친시 한번 볼래? 이리와봐!! “
아들을 내 컴퓨터 앞에 앉혔다.
쨔안~~
시와함께 영상과 음악이 감미롭게 흐르는 있었다(바로 위의 글)
아들이 어려운 한국말을 온 정신을 쏟아서 읽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바친 사랑의 고백을….
“무슨소린지 아니?”
“네…좋은데요…”
아들의 얼굴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엄마볼에다가 진하게 뽀뽀를 하더니
손을 흔들며 떠났다.




(닭살 가족의 닭살 이야기 였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9 수필 [이 아침에] 좋은 머리 좋은 곳에 쓰기(3/6/14) 오연희 2014.03.07 610
348 수필 [이 아침에] 주인공 아니어도 기쁜 이유 오연희 2013.02.15 554
347 수필 [이 아침에] 중국에서 온 '짝퉁' 가방 1/7/2015 오연희 2015.01.09 50
346 수필 [이 아침에] 찢어진 청바지에 슬리퍼 신은 목사 오연희 2013.09.25 731
345 수필 [이 아침에] 친구 부부의 부엌이 그립다 오연희 2013.10.21 517
344 수필 [이 아침에] 한국과 미국의 세일 차이 오연희 2013.04.30 706
343 수필 [이 아침에] 한복 입고 교회가는 날 (12/21/13) 오연희 2014.01.23 768
342 수필 [이 아침에] 햇살 아래 널어 말린 빨래 7/30/14 오연희 2014.08.17 497
341 수필 [이 아침에]꽃 가꾸거나 몸 가꾸거나 오연희 2012.10.25 614
340 수필 [이 아침에]다시 듣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오연희 2012.11.27 887
339 수필 [이 아침에]마음속에 그리는 '해피엔딩' 오연희 2013.08.28 444
338 수필 [이 아침에]사람 목숨 훔친 도둑들은 어디 있을까 6/4/14 오연희 2014.06.20 480
337 수필 [이 아침에]오빠와 함께 했던 '추억의 창고' 11/12 오연희 2013.12.08 650
336 수필 [이 아침에]초식남과 육식녀의 사회 10/6/14 오연희 2014.10.07 343
335 ‘깜빡 깜빡' 1 오연희 2007.08.02 1296
334 ‘모란각’에서 1 오연희 2006.05.10 1009
333 가고싶은 길로 가십시오 1 오연희 2009.01.27 1340
332 가난한 행복 오연희 2008.05.13 1388
331 수필 가뭄 끝나자 이제는 폭우 걱정 1 오연희 2016.01.29 160
330 가위질 1 오연희 2005.04.20 80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