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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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한 지인이 있다. 분식점처럼 조그만 그 레스토랑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외진 몰에 자리하고 있다.

개업한 지 몇 달 후 초대를 받았다. 점심시간을 피해서 갔는데도 손님이 끊이지를 않는다. 바쁜 중에도 우리를 위해 고슬고슬한 쌀밥에 신선한 채소와 아보카도를 듬뿍 넣은 캘리포니아롤을 비롯해 각종 색다른 종류의 롤을 만들어 내놓았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고 정말 예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손님이 줄을 잇는데는 맛 외에도 뭔가 비결이 더 있을 것 같았다.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자기 남편이 사람 이름 외우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말해준다.

한 번 온 손님은 반드시 이름을 외워서 다음에 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 주는데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감동을 한다고 한다. "외국 이름 외우기가 쉬운가요 어디? 낭군님이 머리가 엄청 좋은가 봐요?" 진심으로 부러운 마음을 전했더니 "노력도 물론 많이 하겠죠"라며 겸손해 한다.

머리 좋은 사람은 공부를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팍팍 나는 똑똑한 사람을 보면 정말 복을 타고났구나 싶다. 하지만 잘 타고난 머리를 잘 사용할 때 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집 아이들이 한국서 유아원 다닐 때 지능지수(IQ) 검사를 했다. IQ 검사를 전문으로 한다는 기관에서 나와서 했고 얼마 후 결과를 가지고 온 검사관이 IQ 관련 강의를 했다. 그런데 나와 친하게 지내던 한 아이의 엄마가 자기 아이의 IQ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의 짐작과는 달리 그 댁 아이의 IQ가 천재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앞날이 훤하게 열릴 것 같은 기분일텐데 왜 근심할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날 검사관의 강의 내용 중에 "IQ 점수가 낮다고 실망할 것도 없고 높다고 너무 좋아할 것도 아닙니다. 좋은 머리를 좋은 데 써야 좋은 것이지요. 감옥의 죄수들이 IQ가 낮아서 감옥에 들어간 것 아닙니다. 좋은 머리를 나쁘게 쓰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더 악해지는 것입니다"라며 죄수들의 높은 IQ 점수를 밝혔던 것과 검사관이 그 엄마를 따로 불러 뭔가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떠올랐다. 머리가 너무 좋아도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날 이후 그 엄마는 자기 아이의 머리가 뛰어나다는 사실에 들뜨지 않고 차분히 그리고 신중하게 대처했을 것 같다. 좋은 머리 좋은 곳에 사용하는 사람으로 잘 컸으리라 그리 믿어진다.

아무튼 그때만 해도 IQ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IQ 외에도 감성지수(EQ) 사회성지수(SQ) 도덕성지수(MQ) 세계화지수(GQ) 열정지수(PQ) 디지털지수(DQ) 등등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평가 기준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평가시험이라면 이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시험문제는 난이도가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입에 착착 붙는 우리 이름 대신에 겉도는 것 같은 영어 이름부터 익히기 시작해야 하니까.

미주 중앙일보 201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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