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오연희

[이 아침에] 우리 인생의 '하프 타임' 7/2/14

posted Jul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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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축구경기는 끝났다. 그러나 월드컵을 향한 뜀박질은 계속되고 있다. 축구에 대해 가타부타할 만한 지식은 없지만, 마지막 벨기에와의 전반전은 앞 두 경기 때 보다 잘한 것 같다. 실력이 아니라 투지가 더 느껴졌다고나 할까.

양팀 무득점으로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을 맞는 우리 선수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며 애가 탔다. 극비 처방전이라도 나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잠깐씩 비치는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선수들의 심적인 부담감, 그 무게를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턱 막힐 지경이지만 득점에 대한 기대감은 더해갔다. 세월호를 비롯해 요즘 부쩍 우울한 일이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요 활력이 될 득점, '선한 목적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한다'는 '최선'이라는 말이 그들의 것이 되기를 염원했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최선이라는 말은 이 순간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 시킬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그런 최선, 다하고 사는 사람 얼마나 될까만 아무튼 진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응원의 자리를 떠야 했다.

축구뿐이랴?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있다. 사람의 평균수명을 80세로 치면 40세가, 부모 품을 벗어나서부터 치면 대략 50세가 하프타임이 되겠다. 실력과 기량 혹은 투지를 우선으로 하여 단시간에 승패가 나는 축구에 비해 인생 경기는 변수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고달프기 짝이 없는 전반전을 보낸 한 지인이 있다. 서른 초반에 사고로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아이 둘 데리고 홀로 헤쳐왔던 세상, 힘들고 외로웠던 지난 날을 꿈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마약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딸, 싸움꾼인 아들, 유별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을 구렁텅이에서 건져낸 이야기, 억척스럽게 일궈 온 비즈니스, 혼자 사는 여자에게 참으로 가혹한 소문들…. 그렇게 세월이 지나가더란다. 둘 다 국가 공무원으로 반듯하게 자란 남매는 흡족한 배우자 만나 결혼하고, 자식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그녀도 재혼했다. 비즈니스 일 조금 줄이고 손자 손녀 재롱도 보며 살아가는 그녀 인생 후반기의 시작이 순항을 예고한다.

'고진감래'의 사연만 있으랴. 빵빵 잘 나가다가 예상치 못한 절벽이 앞길을 막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사랑, 부부, 건강, 물질, 자식, 직장 혹은 비즈니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전반전을 무난하게 잘 건너온 사람도, 고난의 길을 헤쳐 온 사람도 후반전을 기대한다. 재도약의 숨 고르기를 위한 하프타임, 전반전의 피로가 후반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 설마 하다가 가까운 누군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과 상관없이 닥치는 불행한 일들을 보며, 남의 일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좋아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절망 대신에 감사를 선택한 사람들'의 간증에 더 공감하고 감동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감사'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미주 중앙일보 20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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