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1
전체:
1,291,956

이달의 작가
조회 수 52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금까지 많은 호칭으로 불렸다. 10대에는 주로 이름으로, 사회생활하면서부터 미스터 김, 김 대리, 김 과장, 김 부장으로 불리다가 최근에는 사장님, 선생님, 아저씨 등으로 불린다. 어제 병원에 갔더니 간호사가 대뜸 '아버님 성함과 주민번호 써주세요'한다. 아버님이라니?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머리 염색도 해서 나름 거울 보면 40대로 보이는데? 노인들이 주로 오는 한의원이라지만, 60대로 보이는 아줌마 간호사가 나보고 아버님이라니. 아픈 허리가 갑자기 부러지는 느낌이었다."

친구 홈페이지에 갔다가 친구 동생이 남긴 글을 읽고 배를 잡고 웃었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눈빛이 떠올라 웃음이 나면서도 쌩쌩하던 그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다.

이곳 한인업소에서도 헷갈리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절하지 않은 호칭을 사용하였다 하여 그 일을 마음에 오래 담아 두는 사람은 드물다.

친구 동생처럼 '센스 없는' 간호사라고 지인들 앞에서 광고 한번 세게 때리고 끝낼 것 같다. 사실 호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의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이와 상황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또래 중에는 갓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앞둔 자녀들이 많다. 어쩌다 멍석이 깔리면 우리 애는 왜 연애를 안 하는 거야를 시작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갱년기 증세에 대한 하소연이 줄줄이 쏟아진다. 어깨가 아프다, 팔이 위로 안 올라 간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땀이 쏟아진다, 이런 정도는 기본이고 갱년기 우울증으로 식음을 전폐해 온 집안이 비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나눈 대화의 요지는 갱년기를 겪으면서 나이 드신 분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고비고비를 어떻게 다 건너오셨을까 정말 대단해,로 시작하더니 '우리나라 역사가 오죽 기구했냐?'까지 갔다. 그 말 속에는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 한 인생이 넘어야 했던 모든 산과 강을 통틀어서의 아픔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르게 살아온 인생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아플 때가 좋은 거야! "갱년기를 한참 지나온 어느 권사님이 던진 한마디에 '이것도 지나가는 거구나' 고통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20 대에나 어울리는 그 말이 환한 불을 켜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청춘, 좋지. 하지만 젊다는 사실 그 외에 별거 있었나? 문득, 그때처럼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오늘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 중 가장 젊은 나이니까 '청춘'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갱년기 지나면 안 아플까. 아프단다. 그들의 청춘도 아픈 모양이다. 몸 아픈 이야기, 마음 아픈 이야기 온통 살아있다는 얘기들이다. 우리 전의 청춘도 우리 후의 청춘도 보이기 시작하는 갱년기, 생의 모든 시기를 통째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하면 어떨까.

미주 중앙일보 2014.7.15








?
  • 오연희 2015.07.21 11:07
    김예년 (2014-07-18 02:29:47)

    인생 백세라고 합니다
    이제 반 조금 지난저는 젊은 청춘이지요..
    근데..맘만 그렇고
    몸은 아니건 뭘까요?
    네..관리부족이죠 관리부재...ㅎㅎㅎ



    오연희 (2014-07-18 13:32:44)

    윽! 드뎌 이 글이 탄생케 해주신 주인공 출현!!^^ㅎㅎ
    예년님 글 읽으면 참 유쾌해요.:)
    뵌지가 언제였던가? 세월이 이케 빨리가믄
    금방 꼬부랑 할매할배 되겠죠?
    제가 가끔 꿈을 꾸죠...
    동욱님이랑 셋이서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김예년 (2014-07-19 00:34:09)

    그런날이 오면 참 재미있을거 같습니다..ㅎㅎㅎ



    오연희 (2014-07-22 11:16:31)

    ^^* :)



    최무열 (2014-08-14 13:25:59)

    오시인 님

    인생이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

    Have a Great Day !

    무열



    오연희 (2014-08-30 11:14:21)

    선생님도 행복한 날 되세요.^*^

  1. [나를 일으켜 세운 한마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9/22/14

    Date2014.10.0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327
    Read More
  2. [이 아침에] 누군가 나를 자꾸 외면한다면9/18/14

    Date2014.09.19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389
    Read More
  3. 새털 구름

    Date2014.09.03 Category By오연희 Views504
    Read More
  4. 기도

    Date2014.09.03 Category By오연희 Views231
    Read More
  5. [이 아침에] 멕시코 국경 너머 '오늘도 무사히' 8/28/14

    Date2014.08.30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540
    Read More
  6. [이 아침에] 꽃이름 나무이름 기억하기 8/15/14

    Date2014.08.1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610
    Read More
  7. [이 아침에] 햇살 아래 널어 말린 빨래 7/30/14

    Date2014.08.1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97
    Read More
  8. [이 아침에] 아프니까 갱년기라고? 7/15/14

    Date2014.07.1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522
    Read More
  9. [이 아침에] 우리 인생의 '하프 타임' 7/2/14

    Date2014.07.1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291
    Read More
  10. [이 아침에] 산책길에서 만난 꽃과 사람 6/20/14

    Date2014.06.20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97
    Read More
  11. [이 아침에]사람 목숨 훔친 도둑들은 어디 있을까 6/4/14

    Date2014.06.20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80
    Read More
  12. 그림2 - 입맛

    Date2014.05.22 Category By오연희 Views406
    Read More
  13. [이 아침에] 값이 싼 티켓은 이유가 있다. 5/20/14

    Date2014.05.22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523
    Read More
  14. [이 아침에] 불편하지만 재미있는… 5/8/2014

    Date2014.05.08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14
    Read More
  15. 그림1 - 모녀

    Date2014.04.28 Category By오연희 Views303
    Read More
  16. [이 아침에] "거라지 세일, 장난이 아니네요" 4/22/14

    Date2014.04.28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320
    Read More
  17. [이 아침에] 애리조나 더위, 런던 비, LA 지진 4/7/14

    Date2014.04.09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78
    Read More
  18. [이 아침에] 낯익은 직원이 많은 업소 3/21/14

    Date2014.04.09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390
    Read More
  19. [이 아침에] 좋은 머리 좋은 곳에 쓰기(3/6/14)

    Date2014.03.0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610
    Read More
  20. [이 아침에] '길치 인생'을 위한 우회로(2/19/14)

    Date2014.03.0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