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6
전체:
1,291,791

이달의 작가
수필
2009.04.10 05:09

오바마 오씨

조회 수 1753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예나 지금이나 잘난 척하는 요소에는 집안자랑 자식자랑 재산자랑 학벌자랑 인물자랑 등등 참 많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자랑말고 아주 특별한 자랑을 하던 이웃이 있었다.


직급이 높으신 분의 아내에게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그 외에는 누구 엄마 라고 아이이름을 앞에 부르고 뒤에 엄마를 붙여 부르던 시절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한 이웃과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처녀적 이름을 불러주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결혼 후 잊고 살았던 내 이름을 먼저 내놓았다. '연희'에요. 이름을 말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성(姓)이 나왔다. '오' 라고 동복 오씨라고 내 본(本)을 말했다.


그런데 그 이웃 분이 갑자기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은 '전두환 전씨'라고 하는 것이었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였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저러랴 싶어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 이웃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농담 같지가 않았다. 그런 본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였다. 결국 자랑스러운 성만 밝히고 끝냈기 때문에 그 이웃의 이름은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난 미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리에 얽힌 온갖 수난의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서 보고 그리고 들었다. 그때마다 난 '전두환 전씨' 라고 힘주어 말하던 그녀의 심정을 헤아려보면서 혼자서 짠해지곤 했다.


성이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하는 판이니 대통령 당선자와 조그마한 인연의 꼬투리라도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랑하고 싶을까. 하지만 혹 지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로 인해 목이 간질간질한 분이 계시다면 조금 참았으면 싶다.


이번에는 정말 믿지만 기대를 져버렸던 역대 대통령들 때문에 노파심이 생겨서 하는 소리다. 5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그 날에도 처음 가졌던 그 자랑스러움이 그대로 남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아쉽게도 역대 대통령들과 그리고 이번 이명박 대통령 통틀어 나와 실오라기만큼도 닿아있는 인연의 끈이 없다. 워낙 뭐가 없으니까 배가 아파서 이런다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요즘 나도 그때의 그 이웃처럼 내 입장을 밝히고 싶은 일이 좀 있다. 우리 오씨 가문 중에 두드러지게 내놓을 만한 분이 없어 내심 기가 죽었었는데 이번 미국대통령 후보 중에 가장 유력한 분의 성이 바로 오씨다. 오…바마라고.



-미주중앙일보- 2008년 3월 28일

?
  • 오연희 2015.08.12 06:43
    고두울 (2009-05-11 18:16:40)

    고씨와 오씨의 다른 점은 ㄱ 과 ㅇ. 하나는 모가 지고 날카로와 낫을 연상시키지만 하나는 둥글어 오마니를 생각하게 만든다. 오바마 오씨인 예당아씨... 역시 글을 잘 쓴다.



    오연희 (2009-05-12 15:07:39)

    고(Go!)와 오(Oh!) 모두 신나는 성이지요.
    못먹어도 Go!
    Oh! 그대는...
    아무래도 Oh가 앞에 와야 완벽한 글이 될것 같은 이 느낌은...저 만의 착각인가요?ㅎㅎ

    넘넘 오랜만의 흔적..반갑습니다.^*^
    근데....글잘쓴다..는 말씀에.... 에....
    더 잘쓰도록 하겠습니다. 경롓!!
    고맙습니다.:)



    김진학 (2009-06-08 17:14:27)

    하하하~
    그렇네요.

    한국의 강원도 어느 산골에도 '오바마,라는
    분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오씨는 좋은 성씨인가 봅니다.
    오연희 시인님은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고...
    ㅎㅎㅎ

    잘 계시는 모습뵈니 좋습니다.



    오연희 (2009-06-15 18:06:28)

    와~~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흠..그러고보니 저도 너무 간만에 컴앞에 앉았어요.
    잊지 않으시고 남겨주시는 흔적 감격이에요.^^
    여전하시지요?

    오바마라는 한국사람이 있다니...진짜 우스워요.
    아...아이..저..전혀 돋보이는 인물 아니거든요.ㅎㅎ

    반갑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9 수필 겁쟁이의 변명 1 오연희 2012.09.23 757
248 수필 신선하고 재미있는 문화 오연희 2012.09.04 588
247 수필 이민의 삶이 어때서요? 오연희 2012.09.04 684
246 잠 속에서도 자란다 1 오연희 2012.08.12 835
245 8월 오연희 2012.08.12 779
244 수필 공공 수영장의 백인 미녀 1 오연희 2012.08.10 1029
243 수필 모전자전 오연희 2012.07.26 678
242 수필 바탕이 다르다, 는 것에 대하여 1 오연희 2012.07.12 674
241 수필 고흐의 '밀밭'을 벽에 걸다 오연희 2012.07.12 1174
240 수필 만화 '국수의 신'을 읽는 재미 오연희 2012.06.13 1179
239 수필 쥐뿔도 없지만 오연희 2012.05.25 990
238 수필 칠흑 같은 밤길의 동반자 오연희 2012.05.04 858
237 수필 좋은 이웃 찾기, 내 이름 찾기 오연희 2012.05.04 875
236 수필 절제의 계절 오연희 2012.05.04 770
235 신부엌떼기 오연희 2012.03.30 786
234 뿌리 1 오연희 2012.03.21 891
233 1 오연희 2012.03.20 894
232 블랙 엥그스 오연희 2012.03.20 728
231 수필 샤핑 여왕의 참회록 오연희 2012.03.20 674
230 수필 시(詩)가 흐르는 서울 오연희 2012.03.20 685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