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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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수필
2007.08.07 04:39

'우리'의 정서

조회 수 169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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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두 집 건너 사는 아저씨가 집 앞을 지나가다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자신의 이름은 토니이고 직업은 건축가겸 Realtor 이며 남미서 1960년대에 미국이민 왔다면서 이런저런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야기 끝에 자신의 엑스와이프가 바로 옆 동네에 산다고 한다.

아, 오래 전에 들은 너무나 생소하고 복잡한 듯했던 단어 '엑스와이프’. 미국 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거의 못 알아듣는 내 영어실력에 아랑곳 하지않고 이런저런 동네소식을 들려주던 그 백인남자도 말끝에 지금 자기집에 엑스와이프가 와있다고 했었다. 대충 감은 잡혔지만 확실치가 않아 대화가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집에 와서는 아들에게 물었다. 이전의 아내라는 뜻이란다. 이전의 아내라니..이혼한? 눈을 동그랗게 떴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때 그 백인남자도 오늘만난 토니도 엑스 와이프가 와있다는 이야기를 어째 그리 당당하게 하는지...'저어기 우리 딸이 사는데’ 이런 말투다.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람들끼리 가능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정상일 것 같은데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우리와는 생각 구조가 다르거나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았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럴 때 흔히 정서가 다르다는 말을 한다. 정서란 무엇일까. 정서란 주관적인 심적 현상이므로 심리학적으로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고, 일반적으로 정서란 감정, 기분, 평가, 선호 등을 포괄하거나 바꾸어 사용될 수도 있는 동의어 정도로만 간주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정서로는 흔히 ‘신바람’과 ‘한’을 꼽는다. 신바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차창 밖으로 보이던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의 신명 난 몸짓, 차가 터져나갈 듯이 흔들거리던 관광버스 속의 풍경이 떠오른다. , 몇 해 전 빨강셔츠에 ‘대!한!민!국! 짜악짜악 짝짝짝!’했던 응원소리는 생각만 해도 어깨가 들썩여지고 신바람이 난다. 한국인의 신바람은 아무도 못 말리는 열정의 정서에서 나온 것일까.

그래서인지 사랑도 열정적이다. 네것 내것 따지지 않고 우리 것이 되는 것, 우리식의 사랑이다. 신바람 나는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을 때는 서양식 이상으로 친밀감이 있지만 ‘헤어짐’이라는 상황으로 돌입 할 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친밀했던 만큼 어둡고 내면적인 ‘한’의 정서로 바뀌는 것 같다.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헤어진 아내와 또는 남편과 이웃으로 살고 서로 오가기도 하며 친구처럼 사는 것이 가능한 그들의 정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당신이 나하고 다르지만 ‘존재’ 임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이웃으로 살수 있는 걸까. ‘우리의 정서’ 상 여전히 먼 이야기이지만 이런일을 겪을 때마다 나의 정서 저 깊은곳에 묘한 자극이 또 하나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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